읽고 싶어 안달이 나는‘책 한권’ - 서동용 변호사
읽고 싶어 안달이 나는‘책 한권’ - 서동용 변호사
  • 광양뉴스
  • 승인 2018.10.05 19:16
  • 호수 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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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법원 앞에 변호사사무실을 두고 있을 때 집은 과천이었다. 2호선 서초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사당역에서 내려 과천가는 버스를 타는 것이 가장 편한 길이다.

그럼에도 나는 사당역에서 버스를 타지 않고 4호선 지하철을 타고 정부과천청사역까지 가곤 하였다. 버스에서는 아무래도 책을 읽기 사나워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유일한 이유가 책을 보기에 편해서였다.

일본과 중국의 근·현대사가 주된 관심분야였는데, 중국 현대사를 볼 때는「마오의 중국과 그 이후」(상, 하),「천안문」,「중국지」(1, 2권),「중국인이야기」(1, 2권) 등을 순차로 읽는다. 같은 듯 다른 이야기를 다양한 작가의 시각으로 보면 사고가 입체화되는 느낌을 얻을 수 있다.

다양한 주제를 설핏 훑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특히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여러 권 집중해서 봄으로써 지식이 축적될 뿐 아니라 사고체계가 정립되는 효과를 얻는다.

이러한 독서의 방식을 광양에 내려와서 중·고등학생들에게‘전략적 책읽기’라는 이름으로 소개한 적도 있다.

그랬던 내가 광양에 와서 지금까지 읽은 책이 몇 권 안 된다. 변호사 업무하랴 사람들 만나랴 바빠서이기도 했는데, 아무리 그렇더라도 너무 오랫동안 책을 놓고 사는 것이 아닌지 하는 우려가 항상 가슴 속에 있던 터였다.

정치를 하고자 하는 사람으로서 정치를 하려는 이유, 어떤 정치를 하려고 하는지를 책을 통해 계속 배우고 사유(思惟)해야 하는데 말이다.

광양서초, 광양중, 순천고, 연세대를 함께 다닌 나의 오랜 친구인 연세대학교 정대성 교수의 배려로 소장철학자들이 중심이 돼서 만든 정치적 논의와 교육 플랫폼을 지향하는 ‘바이더피플’의 상임위원이 되면서 만나게 된 사람 중 한 명이 이연도 교수이다.

이연도 교수는 순천고 후배이기도 한데 지금 중앙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고, 중국 북경대학에서 중국 근·현대 철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어느 날 청와대 근처에 있는「철학아카데미」에서‘바이더피플’모임을 하고 술을 한 잔 한 상태에서 산본에 사는 이연도 교수와 함께 4호선 지하철을 타고 과천까지 가게 되었다.

중국정치의 흐름에 대해 궁금해 하던 나에게 이연도 교수는 엄청난 해박함을 뽐내며 이상사회 건설을 지향하는 중국의 정치이념, 시진핑과 후진타오 정치의 철학적 기반 등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너무너무 신나하며 듣던 나는 지하철을 내려야 하는 관계로 다음에 또 이야기를 해 달라고 요구하였다.

그 후 이러저런 이유로 한참 동안 이연도 교수를 만나지 못했다. 지난 추석 때 순천에 왔다는 연락을 받고 만나려 하였으나 이번에도 내가 바빠서 불발이었다. 아쉬워하며 다음을 기약하는 내게 이연도 교수는 자신이 쓴「근현대중국이상사회론」을 소개해 주었다.

책을 주문하여 오늘 받았는데, 서문을 읽자마자 빠져든다. 장쩌민 체제의‘소강사회(小康社會 실현’, 후진타오 체제의‘화해사회주의(和諧社會主義)’라는 정책슬로건이 제5세대 지도자인 시진핑 국가주석에 이르러‘중국의 꿈’(中國夢)으로 변화되는 것과‘중국의 꿈’이 상징하는 이상사회 건설을 향한 중국의 의지 등에 대해 알아보고, 중국에 등장한 다양한 이상사회론에 대한 소개와 함께 그 의미를 철학적으로 분석하는 책이란다.

그래, 내가 알고 싶던 게 바로 이거야…오랜 만에 읽고 싶어 안달이 나는 책을 한 권 발견한 느낌이다. 내게 상당한 지식과 사유의 기초를 줄 것이라는 확신이 미리 든다. 오늘부터 집에 빨리 들어가 책을 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