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취인 불명
수취인 불명
  • 광양뉴스
  • 승인 2018.10.12 18:47
  • 호수 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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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이정운

詩. 이정운

•시인, 울림 동인

•광양문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오래 전에 보낸 편지가 되돌아 왔다

‘수취인 불명’ 빨간 우체국도장 찍힌 채로

 

세월이 갈수록 그리운 사람의 모습은 희미해지는데

왜 그들과 함께 보냈던 순간들은 오히려 새로워지는지

젊은 날의 치기와 격정을 넘긴 기나긴 겨울

잿빛 바다에 어지럽게 투신하는 눈보라를 맞으며

소주 잔 속에 빠져죽은 초승달을 건져내던 포구의 밤

 

그 때 함께 있었던 그들은

지금 어느 길목에서 누구의 남편과 아내가 되어 있을까

 

이 밤, 단풍 한 잎 밝기만한 등불을 켜고

야윈 바람결에 부치는 늦가을 나의 편지는

항상 수취인 불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