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대학 협력, 이제는 필수다<3>
지역과 대학 협력, 이제는 필수다<3>
  • 이성훈 기자
  • 승인 2018.10.19 18:27
  • 호수 7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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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제공은 물론, 네트워크 지원까지…핀란드 알토대학, 창업 인큐베이팅‘에이그리드’
핀란드 알토 대학 전경.

다양한 창업 지원 속‘아이디어 쑥쑥’…‘도전하는 청년’육성한다

 

대학과 지역의 협력 상생 프로젝트는 유럽에서 특히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유럽은 유엔지속가능발전교육(DESD)의 하나로 ‘지역연계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연계협력이란 단순한 연계협력을 넘어 지역의 이해관계, 지역에 맞는 연구 개발, 지역 구성원(기업, 연구기관. 주민)들 간의 포괄적인 연계협력을 말한다.

이를 통해 지역의 필요를 반영함과 동시에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지역 경쟁력 향상, 지역 인재 양성, 혁신 클러스터 형성을 위해 지역과 대학이 다양한 연계협력 추진하고 있다.

이번 공동기획취재단이‘지역과 대학의 상생협력’이라는 주제로 해외 사례를 다녀온 곳은 핀란드와 스웨덴이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어떤 정책을 통해 지역과 대학이 협력하며 도시 경쟁력을 키워 나가고 있는지 살펴본다.

공동기획취재단이 알토대학 내 창업인큐베이팅‘에이그리드’에서 학생들의 작품을 보고 있다.

 

핀란드. 인재육성이 국가 경쟁력 좌우

 

‘산타, 노키아, 자일리톨, 교육·복지 선진국’으로 잘 알려진 핀란드는 면적이 한반도보다 3배 정도 넓지만 인구는 약 550만명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10분의 1 정도 된다. 국토의 70%가 숲으로 뒤덮여 있고 호수가 18만여개나 있을 정도로 숲과 호수의 나라이기도 하다. 핀란드는 국가경쟁력, 환경보호, 윤리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중학생과학교육수준도 뛰어나는 등 교육·복지 분야에서도 탄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핀란드는 인재관리를 통해 국가경쟁력 1위를 갖는 국가로 잘 알려져있다. 인구 550여만명에 불과한 핀란드가 국가 생존을 위해 인재관리에 국력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은 1991년 냉전체제가 종식되면서 부터다.

핀란드가 당시 최악의 경제위기가 되었을 때 국가의 생존을 위해 선택한 것이 교육시스템 개선이었다. 핀란드는 이에 평생학습 도입, 수학 및 과학 수준향상, 공정한 평가를 통한 교육 품질 보증 시스템 등을 도입하면서부터 교육 선진국으로 이름을 조금씩 알리기 시작했다.

 

알토대학 창업 지원

 “청년 도전이 곧 경쟁력”

 

핀란드 에스포시에는‘알토대학’(Aalto University)이 있다. 에스포시는 핀란드 수도인 헬싱키에서 버스로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인구 26만명으로 핀란드 제2 도시인 에스포시에는 노키아 본사가 자리잡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알토대학은‘알바르 알토’라는 핀란드 디자이너의 이름을 딴 대학이다. 2010년 1월 1일에 설립했으며 2010년부터 정부주도하에 핀란드의 산업, 경제, 문화를 선도하는 기존의 세 군데의 대학(헬싱키 기술대학교, 헬싱키 경제대학교, 헬싱키 디자인예술대학교)을 합병해 출범했다.

공익법으로 출발한 알토대학은 전 학생들이 공학·경영·디자인 세 분야를 통합해 새로운 사업기회를 창조하면서 대학은 물론, 도시의 경쟁력을 갖추는 역할도 함께 하고 있다. 수업은 공학·경영·디자인 등 서로 다른 대학의 학생들이 한 조가 되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가 하면, 모든 과목을 하나의 고리로 연결해 신사업 모델을 완성시키며 대학 통합 이후 수많은 졸업생들을 성공적으로 취업시킨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알토대학이 추구하는 핵심 목표는 ‘경쟁력 강화’다. 치열한 경쟁, 끊임없이 변하는 환경조건에 대한 적응력을 갖추려면 한 가지 학문 안에 안주해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 이 대학의 통합 배경이었다. 공학·경영·디자인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변화를 학생들이 직접 받아들이면서 시장을 선도하는 능력을 갖춰야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알토대학에는 4만3000㎡ 규모의 스타트업 캠퍼스인‘에이그리드’(A-Grid)가 있다. 에이그리드는 쉽게 말해‘창업보육센터’로 이해할 수 있는데 이곳에서는 3단계로 나눠 학생들에게 창업을 지원해주고 있다.

에이그리드는 우선,‘창업 인큐베이팅’을 통해 학생들에게 창업 공간을 제공하고 사업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과 지원을 하고 있다.

창업 교육을 마치면 비즈니스 모델 개발 및 시장성 등을 검토해 학생들이 창업을 할 수 있도록 본격적으로 지원에 나선다. 에이그리드는 이를 바탕으로 창업 아이템이 국제적 성장할 수 있는지 판단하고 이에 따른 지원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에이그리드는 알토대학 재학생과 졸업생이면 누구나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사업자 등록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대학에서 아이템의 지속 가능성을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이그리드에는 현재 30개 벤처기업이 상주하고 있는데 월 사용료는 150유로(20만원) 정도로 저렴한 편이다.

에이그리드는 기본적으로 3년까지 사무실을 이용할 수 있는데 다양한 분야에 전문가가 배치되어 있어 학생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곳에는 특히 UN기술국과 핀란드 에스포시 사무실, EU우주개발센터도 입주해있어 더욱더 눈길을 끈다.

 

지자체도 측면 지원

 

에이그리드에는 한국인도 창업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인 스타트업 대표인 알프 배(Alf Bae)씨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후 노키아 본사와 노키아 베이징, 독일 지사에서 근무한 바 있다. 알프 배 씨는 노키아가 모바일 사업을 접으면서 새로운 삶을 찾아야 했다. 노키아가 휴대폰 사업을 접으면 발생된 실업자 수만 12만명에 달했다고 한다.

배 씨는“2015년 창업에 뛰어 들어 현재 3년째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다”면서 “핀란드에서 스타트업 지원은‘정부-지자체-비영리법인-완전사립단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이들 4개 단체 중 특히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창업을 하면 실업수당을 받지 못하는데 스타트업을 하게 되면 월 760유로 정도 창업수당이 지원돼 일상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알프 배 씨는 현재 2명의 직원과 함께 스타트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한명은 알토대학 대학원생이고 다른 한명은 졸업생이다.

배 씨가 창업센터를 운영하면서 학교에 지불하는 운영비는 186유로 정도 된다. 그는“창업활동에 비하면 운영비는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며“핀란드는 학생들이 창업을 더욱더 쉽게 하고 경쟁력을 갖추도록 제도로 정비하고 있다”며“유럽에서 최초로 창업 비자를 발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로버트 네블란더(핀란드 식용 곤충 식품 업체 ‘엔토큐브’공동 창업자)

 

“창업 성공 비결, 대학 지원 덕택”

 

알토대학 에이그리드는 좋은 멘토를 통해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있다. 3개 대학이 통합 장점을 최대한 발휘, 대학 내 디자이너나 세일러 등과 협업이 가능한 것도 큰 특징이다. 알토대학은 창업자들이 실패와 성공담을 주고받으며 더 나은 창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데 이런 미팅은 거의 매일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환경을 제공해야 하는 것이 대학의 역할인데 알토대학은 그런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알토대학 출신으로 친환경 곤충 식품 생산 업체‘엔토큐브(EntoCube)’를 운영하고 있는 로버트 네블란더 씨. 엔토큐브는 북유럽의 선도적인 식용곤충 농업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인데 귀뚜라미 사육 기술을 이용, 유럽 지역에 10개 정도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사업을 확장시키고 있다. 이곳에서는 귀뚜라미를 이용해 과자와 우유에 타서 먹을 수 있는 시리얼 등을 만들고 있다.

로버트 네블란더 씨는 대학에서 핵폐기물처리 관련학을 공부한 엔지니어다. 우주인 선발시험에 후보자로 선정되기도 한 그는 우주에 관심을 가지다가 우주식량까지 생각이 도달, 우주인이 가지고 있는 과제 중 하나 자급자족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급자족 해결 방법을 찾다가 곤충을 식품으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찾게 됐다.

엔토큐브에서 생산하고 있는 귀뚜라미를 활용한 곤충 식품들

로버트 네블란더 씨는“전 세계적으로 식량난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것이 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며“친환경으로 사육할 수 있고 영양학적 우수, 윤리적 재배 가능 등 다양한 연구를 하게 된 끝에 곤충산업 미래가 밝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로버트 씨는 2014년 8월부터 귀뚜라미를 활용한 곤충 식용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곤충 식용은 식품관련 법률이 만들어지지 않아 사업이 불투명했지만 알토대학에서 창업을 시작, 법률적 자문을 받아가며 곤충 식용 사업에 뛰어들었다. 2016년 회사 규모를 키웠는데 로버트 씨는 핀란드에서 곤충 시장에 처음 뛰어든 사업자였다. 이런 까닭에 곤충 식용 사업은 핀란드에서  블루오션 시장으로 각광을 받았으며 엔토큐브는 곤충 생산과 유통 등 모든 분야 유일 회사로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로버트 씨가 곤충 식용 사업을 하면서 꽃길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곤충 식용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로버트 씨는 이에 대학 행사가 있을 때 곤충 식용 부스를 차려 홍보하고 시식 행사를 하면서 조금씩 곤충 식용에 대한 선입견을 깨뜨리기 시작했다. 로버트 씨는“대학에서 다양한 홍보활동을 펼친 결과 아이디어를 현실화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사람들을 모두 알토대학을 통해서 만났다”고 말했다.

알토대학은 로버트 씨에게 네트워크를 통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줬다. 인력채용과 교수들의 자문 역시 대학을 통해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로버트 씨는 알토대학 여러 공간을 활용해서 사무실로 썼지만 지금은 농민들과 연계를 위해 외지로 나온 상태다. 곤충 식용 농장은 지자체에서 컨테이너 5개 설치해줬는데 1개 콘테이너는 고등학교 앞에 있다.

로버트 씨는“알토대학은 창업을 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과 환경 제공 등 공간적인 지원과 네트워크 등 인적지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며“예산을 직접적으로 지원해주지는 않았지만 사무실 공간과 네트워크 구성에 따른 도움이 매우 컸다”고 강조했다. 이어 “창업센터 입주비가 있었지만 부담되지 않는 수준이었다”며“창업자들이 나갈 걱정 없이 창업에 힘쓸 수 있는 대학지원 시스템이 다양한 인재를 키우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