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선생님과 학생들의 아름다운 선율, 광양여중 ‘해온비’
열정 선생님과 학생들의 아름다운 선율, 광양여중 ‘해온비’
  • 이정교 기자
  • 승인 2018.10.19 18:35
  • 호수 7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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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국악 동아리 창단 1년…공연 섭외•대회 수상 ‘잇따라’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김태경, 박민주, 박의진, 류지민, 김보배 선생님, 윤로사, 조다녕, 김연주, 김태희

“우리 공연 보고 듣고 퓨전음악 관심 높아지길” 

생기 가득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끝없는 수다와 발랄한 움직임으로 정신이 혼미하다. 넘치는 끼를 주체하지 못하던 여학생들의 귀에 다정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가 꽂힌다.

“똥개들, 쉿!”

광양여중(교장 장경수) 퓨전국악 동아리‘해온비’가 창단 1년 만에 수많은 공연 섭외와 각종 대회 수상 등으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해처럼 온 세상을 밝게 비추리’의 줄임말인‘해온비’는 국악을 좋아하는 학교 선후배들이 모여 국악의 아름다움을 알리고자 지난해 9월 창단했다.

연습은 열정적으로 놀 때는 더 열정적으로!

동아리에서 비올라를 연주하는 류지민 학생은“제보 하나 해도 되요? 민주는 어디서든 똥을 잘 싸요”라며 유머로 시종일관 밝은 분위기를 주도했다. 원래는 첼로를 연주했지만 짧은 손가락 때문에 현재는 비올라를 연주하고 있다.

이런 지민이의 짓궂은 장난에 쿨하게 “오늘도 모닝똥을 쌌다”로 되받는다. 박민주 학생은 해온비 동아리장으로 가야금 연주와 노래를 둘 다 잘 하는 팔방미인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본인이 하고 싶다고 졸라 가야금을 배우기 시작했고 오빠의 뒤를 이어 국악고로 입학할 생각이다.

2학년임에도 3학년 언니들과 친구 먹은(?) 윤로사 학생도 가야금과 노래 모두 소화한다. 곡해석력이 좋고 목소리가 예쁘며, 무엇보다 무대매너가 환상적이다. 로사 학생의 언니는 동아리 창단에 핵심역할을 하기도 했다.

로사 학생은“많은 사람들이 우리 공연을 보고 들어서 동·서양 악기가 합쳐 어떤 소리가 나는지 느끼고, 퓨전음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공부도 공연도 모두 열심히 하는 욕심쟁이 김연주 학생과 드럼을 배웠던 경험을 살려 동아리 공연에서 카혼을 연주하는 박의진 학생.

수줍음이 많지만 바이올린과 가야금을 잘 연주하는 박가경 학생과 오카리나와 단소, 멜로디언 등 다양한 관악기는 물론 최근에는 가야금과 해금까지 섭렵 중인 쌍둥이 김태희·김태경 학생 등 ‘해온비’아이들은 저마다 뚜렷한 개성과 재능을 가진 보물들이다.

▲ 웃음 가득한 얼굴로 공연 연습을 하는 해온비 동아리 학생들.

우리 지역을 비롯해 인근 순천, 여수부터 목포, 순창, 서울까지 공연 섭외가 잇따라 지도교사인 김보배 선생님은 걱정이 많다. 아이들이 고기를 너무 좋아해서“고기만 사주면 어디든 가서 공연 하겠다”고 말하지만 공부에 방해될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연습도 노는 것도 공부도 모두 열정적인 아이들은 이런 긍정적인 에너지를 무대 위에서 마음껏 뽐낸다.

▲ 해온비의 공연모습.

그 결과‘제10회 광양청소년페스티벌 최우수상’을 비롯해 △광양만권 MBC 가족콘서트 인기상 △제4회 청소년 재능기부 페스티벌 대상 △한성백제문화제 전국청소년동아리 대회 최우수상 등 다수의 대회에서 상을 휩쓸었다.

 

“‘소확행’을 원했지만 갈수록 바빠지네요”

▲ 김보배 선생님

김보배 선생님은 동아리를 지도하며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지 몰랐다고 한다.

그저 국악이 좋고, 음악이 좋아서 한 학생에게 함께‘소확행’을 위한 음악 동아리를 만들어보자 제안했던 것이 시작이었다. 그런데 그 학생이 다른 학생을, 다른 학생이 또 다른 학생을 추천하는 등 그렇게 한 명씩 찾아내고 모여 만들어진 것이다.

덕분에 김 선생님은 음역대와 악보 방식이 다른 동·서양 악기를 합친 편곡을 위해 따로 공부해서 악보를 만들어내느라 고생 좀 했다고 한다. 그렇게‘소확행’은 물 건너갔지만 김 선생님의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아이들은 관객들에게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김 선생님은“우리 아이들이 계속 열심히 연습해서 학교와 지역을 대표하는 공연팀으로 활동할 수 있길 바란다”며 “이런 경험들을 통해 우리나라의 우수한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문화예술인으로도 성장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아이들이 공연하면서 실력이 늘어가고 성취감을 느끼는 것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며“너무 예쁜 아이들이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 선생님이 아이들을 부르는 애칭은 ‘똥개들’이다. 마치 할머니가 손주에게‘똥강아지’라고 부르는 느낌이다.

이렇듯 능력과 정이 넘치는 지도 선생님과 끼와 재능 넘치는 아이들이 만나 만들어진‘아름다운 선율’은 중학생 수준을 넘어선‘명품 공연’이라는 높은 평을 얻으며 관객들에게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해처럼 아름답게, 세상을 비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