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아버지
  • 광양뉴스
  • 승인 2018.10.19 18:37
  • 호수 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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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 박승배

아버지! 지금은 하늘나라에 가신지 어언 46년, 아버지의 생전 모습을 추모합니다.

국가적으로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국난의 시절에 태어나셔서 한 점의 티도 없이 솔선수범하시고 인자하시며 근면 성실 다정다감하셨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소천하실 무렵 몹시 괴로워하셨습니다. 아버지를 등에 업고 택시 타고 순천 병원에 갔던 일이 생각납니다. 병원에 가지 않으시겠다고 극구 사양하셨고 그때는 의료 시설이 열악하여 의사로부터 위암 말기라 치료가 어렵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눈앞이 캄캄하여 한없는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가여우신 우리 아버지는 괜찮다고 걱정하지 말고 어서 집으로 가자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버지는 너무나도 순진무구하셨고 남을 먼저 배려하고 인정이 많으셔서 평생을 들에서 논 밭일만 해 오셨습니다. 인부들을 쓸 때도 남들보다 한 두 명 더 썼고, 어서 끝내고 집에 돌아가라고 하시면서 남은 일들은 아버지가 늦도록 혼자 마무리하셨기로 늘 어머니의 불평도 그치지 않았습니다.

74세를 일기로 상여가 지나갈 때 이웃 사람들의 애통은 물론 불편한 몸으로도 작은아버지들이 담벼락을 잡고 피눈물을 흘리면서 멀리멀리 보내 드리는 것을 볼 때 나의 가슴은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지는 것이었습니다.

불쌍한 우리 아버지는 늘 어머니가 화전놀이에서 조금만 늦어도 수십 번을 앉았다 일어났다 하시면서“어서 나가 봐라. 느그메 큰일 났나 보다”대문을 수십 번 주시하셨습니다.

아버지 우리 아버지가 보고 싶습니다. 단 한 번만이라도 효도해 드리고 싶습니다. 맛있는 음식 구경 한 번도 시켜 드리지 못한 죄 너무나도 아쉽습니다. 후회가 됩니다. 귀염 받는 막내로 잘 먹고살아왔습니다. 밥상에서도 생선의 머리와 중간은 아버지 그다음은 내 것, 꼬리는 어머니께서 드실 때도 아버지는 늘 식사가 끝날 무렵이면 꼭 가운데 토막을 내게 주셨습니다.

아버지, 아버지는 가족 걱정으로 괴로움을 겪는 외로운 존재이셨습니다. 뒷동산의 바위 같으며 아들딸이 밤늦게 돌아올 때 어머니는 열 번 걱정하는 말을 하지만 아버지는 열 번 사립문을 쳐다보셨고 어쩌다가 아버지가 웃으실 때는 어머니의 웃음보다 열 번쯤 진한 웃음이셨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도 두고두고 그 말씀과 행동을 생각나게 합니다. 아버지는 언제나 살아 계시고 울어 울어도 소리가 없으니 목이 멜 수밖에 없는 가슴으로만 우는 크나큰 이름입니다.

지난날 아버지들은 가부장적 시대 권위적 아버지 역할을 강조 해왔지만 요즘은 부모 모두가 공평하며 자녀들과 친구처럼 지내면 좋다는 인식이 생기고 있지만 적당한 권위는 존재해야 한다고 봅니다. 아버지는 언제나 집안의 어르신이요 가장이십니다. 어버이와 자식 사이는 하늘 아래 지친이라 부자간은 더없이 친한 관계로 부모 공 아니면 이 몸이 있을쏘냐, 까마귀 반포를 하니 부모에 효도를 다 하시라.

아버지는 언제나 밥을 남기셨습니다. 춥고 배고픈 시절,  생각할수록 그립습니다. 하늘이신 아버지가 땅이 되었습니다. 땅은 나의 아버지, 아버지는 다시 하늘 아버지의 가운데에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성경 속의 아버지는‘내 아들 압살롬아. 너 대신 차라리 내가 죽을 것을 압살롬아. 내 아들아 내 아들아 (삼하18.3.3)’다윗 왕의 절규가 들리는 듯합니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푸는 사람 하나님 아버지의 절대적 사랑의 상징입니다. 우리 조상들도 부모에 효도는 모든 선행의 근본으로“이고 진 저 늙은이 짐 벗어 나를 주오 나는 젊었거니 돌일랑 무거울까 늙기도 설워라거늘 짐을조차 지실까(정철)”요즘 인간성과 부성이 말살된 사회에서 아버지의 절대적 사랑이 더욱 절실합니다.‘아비들아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 오직 주에 교훈과 훈계로 양육하라’마르틴 루터는 아이가 잘할 때 주기위해 회초리 옆에 사과를 두라고 했습니다. 책망과 격려를 함께 하면 훈계 양육의 핵심입니다. 너를 낳은 아비에게 청종하고 네 늙은 어미를 경히 여기지 말지니라.(잠언23.22) 만고의 진리입니다.

우리 모두 함께 효도 잘 합시다.‘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멈추지 아니하고 자식이 봉양 하고자 하나 어버이가 기다려주지 않는다’어버이 살아실제 섬기기를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닯다 어이하리”나 역시 늙어 가는데 아버지가 되어본 사람은 다 압니다. 아버지는 늘 고달프고 고독한 사람이라는 것을 야해서도 울어서도 안됩니다. 그래서 혼자서 웁니다. 아무도 모릅니다. 하늘만 알고 아버지는 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