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112자전거봉사대 ‘양심운전자를 찾아라’ 캠페인
광양112자전거봉사대 ‘양심운전자를 찾아라’ 캠페인
  • 김호 기자
  • 승인 2018.11.01 20:28
  • 호수 7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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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째 양심운전자 송철수 씨“당연히 지켜야 할 일 해”
야간 통행 차량, 교통신호 지키는 차량‘거의 없어’씁쓸
박준화 대장“광양시민들이 모두 동참하는 날까지 계속”

 

지난 1996년 한 방송사의 예능 TV 프로그램 중 ‘이경규가 간다’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늦은 밤이지만 남이 보지 않더라도 운전자의 양심에 따라 정지선과 신호 등을 지키는 수준 높은 교통법규 준법의식을 가진 양심 운전자를 찾아 ‘양심냉장고’를 선물로 줬던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당시 많은 국민들의 운전습관과 운전태도를 바꾸는 효과를 가져온 대표적 공익성 예능프로그램으로 기억되고 있으며, 특히 첫 양심운전자였던 한 장애인의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한 감동으로 남아있다.

이런 양심운전자를 찾는 교통캠페인이 광양지역에서도 지난해 6월부터 펼쳐지고 있다. 바로 광양 112자전거봉사대(대장 박준화)가 1년에 10명을 목표로 진행 중인 ‘양심운전자를 찾아라’ 캠페인이 그것이다.

광양112자전거봉사대가 양심운전자를 찾아라 캠페인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했다.

광양 112자전거봉사대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광양신문이 창간 19주년 기념 특집으로, 지난 24일 밤 10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양심운전자를 찾아라’ 캠페인을 동행취재 했다.

이날 광양읍의 한 삼거리 신호등 교차로에서 진행된 캠페인에는 112자전거봉사대원 15명이 참여했다.

캠페인 방식은 객관성과 투명성을 위해 대원들에게 날짜만 알려주고, 시간과 장소는 캠페인 당일에 알려준다.

캠페인이 시작되면 교차로 인근 어두운 곳에 몸을 숨기고 운전자의 교차로 내 교통법규 준수여부를 지켜본다.

또한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차량 안전통행 유도 대원 △양심운전자 차량 유도 대원을 배치하는 등 안전도 꼼꼼히 챙긴다.

▲ 캠페인 전 대원들의 역할 분담 회의.

양심운전자의 선정 조건은 △교통신호 준수 △정지선 준수 △안전벨트 착용 △음주여부 등을 모두 만족해야 하며, 선정된 ‘양심운전자’에게는 푸짐한 선물과 함께 차량에 양심운전자 스티커를 부착해 준다. 지난 1년 5개월 동안 이렇게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통과해 선정된 양심운전자는, 이날 캠페인 전까지 10명에 불과했다.

야간 운전자 신호등 준수
‘백사장에서 바늘 찾기’

10시...대원들에게 주의사항 등 행동요령이 공지되고 드디어 양심운전자를 찾는 캠페인이 시작됐다. 오늘 양심운전자 발굴 목표는 2명이다.

지난해는 목표에 거의 도달한 8명을 찾았지만, 올해는 지난 9월에 실시한 캠페인까지 2명에 그쳐 대원들은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도로를 주시했다. 그러나 야심한 밤, 차량 통행이 많지 않은 곳에서 교통 신호를 지키는 차량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차량이 신호등 빨간불에도 멈추지 않았고, 정지를 하더라도 금방 출발해 버리거나, 정지선을 지키지 않아 탈락되는 등 시간이 흐를수록 양심운전자를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또 어떤 차량은 횡단보도 신호가 파란불이고 보행자가 걷고 있는데도 멈추지 않고, 위험한 질주를 계속해 지켜보는 대원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캠페인을 18개윌 째 이어오는 동안 불과 10명의 양심운전자를 찾는데 그친 이유인 것 같아 씁쓸했지만, 그런 운전자들을 마냥 비난할 수만은 없었다.

늦은 시간 양심운전자 찾기 캠페인을 동행취재하고 있는 필자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자책이 들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양심운전자 행렬에 적극 동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캠페인에 참여했던 이재근 대원도 “평소 운전할 때 신호등에 멈추고 있으면 이 캠페인이 생각난다”며 “정지선을 지키고 잘 섰는지, 신호는 잘 지키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고, '나부터 잘 지켜야지' 하는 생각이 드는 등 운전 습관이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드디어, 양심운전자를 찾다

10월 하순의 밤은 몸을 움추리게 할 정도로 추웠다.

10시 55분을 지날 즈음, 하얀색 RV차량 한 대가 빨간불이 들어 온 신호등 앞 정지선에 정확히 차를 세웠다.

신호등 빨간불이 남은 시간은 불과 20여초…모두들 숨을 죽인 채 우리가 찾는 양심운전자이길 바라며 차량을 지켜봤다.

드디어 빨간등이 녹색등으로 바뀌고 차랑도 서서히 미끄러지듯 출발하기 시작했다. 그때 대원들이 경광등을 흔들며 뛰어나가 차량을 멈춰 세웠다.

양심운전자를 발굴하고 안전하게 도로 가장자리로 안내하고 있다.

갑자기 뛰어오는 낮선 사람들 때문에 무척이나 놀랐을 양심운전자. 그러나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안전띠 착용 여부와 음주운전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남았다.

이를 확인하러 간 대원이“양심운전자를 찾았다”고 외쳤다. 드디어 우리가 찾던 11번째 양심운전자를 찾은 것이다.

차량 유도 대원의 안내에 따라 안전하게 도로가에 차를 댄 양심운전자는 쑥스럽다며 한사코 차에서 내리는 것을 사양했다.

겨우 설득한 끝에 차에서 내린 11번째 양심운전자는 광양읍 칠성리에 사는 송철수 씨(54)였다.

   
   
▲ 이날 양심운전자로 선정된 송철수 씨(우)
   
▲ 송철수 씨 차량에 양심운전자 스티커를 부착.

송철수 씨는 “인근 마트에 장을 보러 나오는 길이었다”며 “많이 놀랐고, 교통신호 준수라는 당연히 지켜야 할 일을 지킨건데 푸짐한 선물까지 받게 돼 영광이고 기분이 좋다”는 소감을 밝혔다.

대원들의 축하와 선물 전달, 양심운전자 스티커 부착, 기념촬영까지 진행된 행사에 정신없어 하던 송 씨는 대원들의 환송을 뒤로 하고 차량에 탔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양심운전자를 찾아라’ 캠페인. 그러나 예정됐던 2시간이 다 되도록 12번째 양심운전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112자전거봉사대는 결국 철수를 결정, 다음번 캠페인을 기약하기로 했다.

박준화 대장은 “광양 112자전거봉사대가 지역에 뜻깊은 봉사를 할 수 있는 것이 뭔지 오랫동안 고민해 오다가, 양심운전자 찾기 봉사활동 캠페인을 계획하고 추진해 왔다”며 “캠페인을 통해 광양지역 운전자들의 교통문화 확립과 음주·교통사고를 예방하고 언젠가는 광양시민이 선진의식함양 노력에 모두 동참해 안전하고 살기 좋은 광양이 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전거로는 어디든 갈 수 있는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으로서 더 친숙하고 친밀하게 봉사하고 접근하겠다는 의미로 이름 붙였다는 광양112자전거봉사대의 활약과 건승을 기원하며, 이날 동행취재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