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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에서 찾는‘안빈낙도(安貧樂道)’의 삶
[784호] 2018년 11월 01일 (목) 20:51:48 김영신 기자 yskim@gynet.co.kr

자연의 뜻에 따르는 농사,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그 무엇

고사리 밭에서 함께 숨 쉬는‘꽃향유’와‘구절초’, 산새소리, 맑은 공기…자연이 주는‘최대의 보너스’

   
이정교 기자(좌), 김호 편집국장(우).

진상, 옥룡, 진월, 다압 할 것 없이 요즘 광양 외곽을 한 바퀴 돌다보면 지천에 감나무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젊은이가 없는 농가에서는 주렁주렁 매달린 감을 수확하지도 못하고 까치밥으로 남겨두는 농가가 더러 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벼농사도, 과실농사도, 하우스 농사도 모든 농업은 같은 일을 반복적으로 꾸준히 해야 하는 성실하고 신성한 노동이다.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일’이라는 걸 해보지 않고 자랐기에 농사의 고단함과 결실의 즐거움을 잘 알지 못한다. 기자의 성격을 잘 아는 어떤 이는 “50m의 밭고랑이 있으면 20m 쯤 열심히 하다가 남은 30m의 밭고랑을 보면서 싫증과 짜증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썩 유쾌하지 않지만‘맞는 말이네’하고 공감한 적 있다.

그러던중 지난 3월부터 연재를 시작한 광양신문 이우식 시민기자의‘천방지축 귀농일기’를 읽으며‘안빈낙도’의 삶을 체험하고 싶어서 진상면 이천마을 이우식 님의 농가를 직접 찾아가기로 했다. 혹여 바쁜데 민폐가 될까봐 미리 양해를 구했다.

2012년 귀농해서 직업농부가 된 이우식 씨는 올해로 귀농 7년이 됐지만 아직도 농사는 어렵다고 한다.

퇴비, 가지치기, 적당한 비료주기 등 수확을 위한 작업은 1년 열두 달 계속되지만 수확의 기쁨을 위한 행복한 노동은 2월 취나물 수확부터 시작해 3월~5월 고사리, 6월까지 매실, 7~8월 고추, 9월~10월 밤, 11월 감을 끝으로 1년 농사가 끝난다.

부지런한 농부 이우식 씨는 수확도 다른 농가보다 빠르고 30여년 자영업을 한 이력으로 판로에도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고 하니 다행이다.

밤송이가 등에 떨어져 가시에 찔려 아파도, 얄미운 멧돼지와 신경전을 벌여가면서도 수확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다. 귀농일기를 읽다보면 웃음보따리가 뻥 터지기도 하고 농사꾼의 우직하고 성실한 모습에 코끝이 찡해져 올 때도 있다.

   

이우식씨가 이정교 기자에게 감까는 기계 자동법을 알려주고 있다.

 

밭에 있는 감을 다 따버린 후라 먼저 이우식 씨의 집 마당에 있는 감나무의 감을 따서 말랭이를 만드는 껍질 벗기기 작업을 해보기로 했다.

보기엔 참 쉬워 보였고 가르쳐 준대로 해봤으나 제대로 깎이지도 않고 모양도 예쁘지 않았다.

숙달된 농부의 손에서는 짧은 시간에 수십 개의 감이 깎여 나갈 테지만 초보자의 손에서는 단 한 개의 껍질을 벗기는 것도 쉽지 않았다.

단순 반복되는 노동에 몰입하다 보면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를 만큼 재미도 느낀다고 하니 어느 환경에서나 노동의 기쁨은 있나보다.

대봉 한 개를 기계에 끼우고 오이 깎는 칼을 감 위에 올리면 감이 자동으로 돌아가면서 껍질을 스스로 벗어던지고 띠가 되어 바닥으로 떨어진다. 이렇게 벗겨낸 껍질은 모아서 거름으로도 사용한다고 하니 자연이 주는 선물은 버릴게 없다.

광양시 귀농귀촌 인구는 995세대, 1,554명이라고 한다.

귀농이든 귀촌이든, 어떤 유형의 시골살이든 마을마다 차이는 있겠으나 나름의‘텃새’가 있어서 시골에서의 정착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한다.

“그냥 겸손하게 자신을 진실 되게 보여주고 항상 소통하려는 노력을 하면 된다”고 한다. 적응을 하지 못해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니 자발적으로 선택한‘안빈낙도의 삶’도 호락호락 하지는 않는 듯 하다.

감 깎는 체험을 하고 감 밭으로 갔다.

   

귀농한 선생님의 감밭.

아쉽게도 이우식 씨의 농장은 감을 모두 수확한 뒤라서 감이 남아있지 않았다. 이우식 씨는‘어설픈 체험’을 온 우리를 위해 3년 전 귀촌한 어느 선생님의 다랭이 감 밭을 소개해줬다.

수백 그루가 넘는 감나무에 주렁주렁 달려있는 저 많은 감들을 도대체 언제 다 따서 시장으로 보낼까? 선생님이 쥐어 준 정전가위를 손에 쥐고 감나무 한 그루에 엉성하게 붙어 서서 서툴게 감을 따면서도 애가 탔다.

감도 깎고, 감도 따봤고…이제 산꼭대기에 있는 고사리밭으로 갈 차례다.

45˚ 급경사를 트럭을 타고 올라가야하는데 아래서 위를 올려다보니 차에 오르기도 전에 멀미기운이 돌았다. 운전석과 조수석 밖에 없는 트럭이라서 같이 간 김호 국장과 이정교 기자는 짐칸에 타야 했다. 고사리밭에 도착해서 차에서 내리려는데 김호 국장이 휘청거렸다. 멀미를 했단다.

고사리는 포자번식을 하기 때문에 모종을 심어놓고 기다리면 빠른 속도로 밭이 형성된다고 했다. 대신 잡초를 잘 제거해줘야 하는데 고사리 특성상 제초제를 사용하면 고사리까지 고사하기 때문에 모든 고사리는 농약을 사용하는 일이 없다고 한다. 고사리는 안심하고 먹어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지금은 넓은 고사리밭이지만 이곳이 처음부터 고사리밭은 아니었다. 잡풀, 잡목이 우거진 맹지를 밭으로 만드는 데는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의지와 끈기가 없으면 이룰 수 없는 일이다.

“도시의 삶보다 나은가요?” 물었다. “계절별로 수확할 것을 정해놓고 우직하게 일을 하다보면 연봉 2000만원짜리는 될 거예요”연봉 2000만원…노고에 비해‘너무나 작은’보수다.

특수작물을 재배하는 시설농가는 더 많은 소득을 올리기도 하지만 자연의 뜻에 따를 수 밖에 없는 농사는 그렇지 못하다.

하지만‘돈’으로 계산되지 않는 그 무엇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고사리 밭에서 함께 숨 쉬는‘꽃향유’와‘구절초’, 산꼭대기에서 내려오는 사계절 내내 마르지 않는 물, 산새소리, 높은 하늘, 어디에서도 맛 볼 수 없는 맑은 공기 등은 돈과는 바꿀 수 없는 자연이 주는‘최대의 보너스’다.

재미있고 진솔한 천방지축 귀농일기가 이렇게 해서 나온다는 걸 알았다.

삶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행과 불행이 나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안회야, 너 참 대단하구나! 한 바구니의 밥과 한 바가지의 국물로 끼니를 때우고, 누추한 거리에서 구차하게 지내는 것을 딴 사람 같으면 우울해하고 아주 힘들어 할 터인데, 너는 그렇게 살면서도 자신의 즐거워하는 바를 달리하지 않으니 정말 대단하구나!”

이 말은 공자의‘논어-옹야’편에서 공자가 제자 안회에게 한 말이다.

모질고 거친 파고로 점철되는 삶의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이 단 한번이라도 되뇌어 보았음직한 말,‘안빈낙도(安貧樂道)’

막걸리 한 잔에 위로 받고 힘을 얻는 고단한 농부의 삶이‘안빈낙도’의 삶, 그 자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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