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전남 드래곤즈, 강등은 당연했다
<발행인 칼럼> 전남 드래곤즈, 강등은 당연했다
  • 김양환 기자
  • 승인 2018.11.30 18:13
  • 호수 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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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환 발행인
김양환 발행인

전남드래곤즈가 결국 2부 리그로 강등되고 말았다. 기업구단으로는 부산 아이파크에 이어 두 번째지만 플레이오프 없이 바로 강등된 경우는 처음이다. 전남의 강등을 두고 축구 전문가들은 예견된 당연한 결과로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수년간 하위권을 맴돌며 강등 위기에 몰렸지만, 심각하게 받아들인 구단이나 선수는 별로 없었다. 아니 문제의식은 가졌지만 누구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표현이 맞다. 구단을 이끌어 가는 사무국의 기강해이는 성적을 낼 수 있는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평가다.

선수나 감독, 직원이 문제를 일으켜도 조용히 덮고 지나가는 것이 해결 방법이다. 선수가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유소년 감독이 코치를 때리고, 사무국 내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도 엄정한 조사보다는 조용한 처리가 우선이다.

이유는 구단의 사장이 다음 자리로 가기 위해서는 시끄러운 문제가 생기면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전남은 창단 이후 계속해서 포스코 출신 임원이 사장을 맡아 왔다. 축구에 대한 이해도나 지역의 정서는 모른 채 포스코의 결정에 따라 사장 자리에 앉는다. 현 신승재 사장은 축구에 대한 관심이나 광양에서의 근무 경험도 별로 없다. 그래서인지 구단 운영이나 지역과의 협력이 그동안 사장 중에 최악이라는 소리가 나온다.

구단의 조직은 더더욱 엉성하다. 구단을 책임지는 단장은 없어진지 오래고, 사무국장은 그동안 능력이나 경험보다는 사장과 친분 관계로 영입되었다. 그러다보니 오래된 실무책임자가 구단을 좌지우지해도 뭘 모르는 사장은 구경만 할 뿐이다. 성적이 바닥을 친 올 시즌 중에도 선수지원팀장은 타 구단으로 옮겨갔고, 사무국장은 석연찮은 이유로 최근 그만 두었다. 직원의 이직률도 매우 높다.

사무국장의 퇴사에 대한 이유에 대해 구단은 정확한 설명이 없다. 들리는 이야기는 구단의 조직적인 카드깡이라는 소리가 있지만 수사를 하지 않고는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용병 선수의 영입에도 사실인지 루머인지 알 수 없는 소리가 떠돈다.

강등의 이유는 더 많다. 전남은 올 시즌을 앞두고 유상철 감독을 영입했다. 스타 선수 출신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초라한 결과로 인해 지난 8월 시즌 중에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그러나 유 감독의 도중하차는 구단의 압력이 있었고, 이는 구단 운영의 잘못된 단면이라는 지적이 많다.

유 감독은 월드컵 휴식기 전에 구단에 새로운 선수 보강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대신 구단으로부터 보직 전환을 요구 받았다. 감독에서 전력강화팀장으로 자리를 옮기라고 요구했다. 부임 5개월도 안된 감독에게 보직을 바꾸라고 했으니 개도 웃을 일이다. 감독을 잘못 선임했다면 구단이 책임을 져야 할 일이지, 감독에게 떠넘기는 것은 구단의 무책임한 행동이다. 결국 축구계에 웃음거리만 됐다. 인천, 대구 등은 월드컵 휴식기에 감독과 선수를 교체하는 등 전력을 강화해 강등을 탈출했지만, 전남은 구단 내 싸움으로 강등을 자초했다.

지금 축구팬과 지역민들은 전남의 미래에 대해 궁금하기만 하다. 프로구단 뿐 아니라 유소년 축구단 운영에 대한 걱정도 많다. 전남의 유소년 선수 지원은 타 구단에 모범이 돼 왔다. 그래서 지동원, 윤석영 등 많은 국가대표를 배출했다.

전남구단은 이제야 축구팬과 만남의 자리를 주선하는 등 내년 시즌에 대한 팬들의 의견을 듣고 있지만 팬들의 눈에는 진실성이 없어 보인다. 구단의 확실한 변화만이 성적을 낼 수 있고, 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 사장 교체는 물론 구단 사무국의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성적은 감독과 선수들 몫이지만, 지원하는 사무국이 어떻게 지원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구단의 변화는 결국 포스코가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달려있다. 사장의 선임에 신중을 기하고, 단장 제도를 부활해서 지역과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2군으로 밀려 났다고 지원을 줄여서도 안 된다.

벌써부터 지원금을 절반으로 줄이고, 점차적으로 구단을 해체할 것이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FA컵을 3번이나 우승한, 23년 전통의 명문구단 전남드래곤즈의 역사는 계속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