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향기 "가정의 소중함"
생활의 향기 "가정의 소중함"
  • 광양뉴스
  • 승인 2018.12.28 18:08
  • 호수 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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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경 한국문인협회 광양시지부장

젊었을 때는 꿈을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하루에 서너 시간씩 자면서, 목표를 향해 쉬지 않고 달렸다.
조금만 더 가까이 가면 그 꿈을 잡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만 가지면 모든 행복이 내 몫이 될 것이라는 착각을 했다. 혹시라도 깊이 잠들면 계획된 시간보다 더 많이 자버릴까 봐 두려워 등을 방바닥에 편히 눕히고 자지 못했다.
40년 가까이 나는 그렇게 오로지 한 곳만 바라보며 달려왔다. 그래서‘인형의 집’주인공 노라가 부러웠다. 특히‘여성 상위 시대’라는 말이 대두되면서 여성의 권위를 찾자는 구호가 일어나기 시작한 사춘기 소녀시절, 처음 이 희곡을 읽었을 때 열광했다.
인형처럼 취급되는 아내가 아니라, 책임감 있는 인간으로 살기 위해 집을 뛰쳐나간 노라의 용기가 부러웠다. 여성도 이제는 더 이상 가정에서 죽어지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여성도 엄연히 하나의 인격체를 가진 사회적 동물이며 자신이 가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충분한 권리를 가졌다고 외쳤다. 남편만 바라보며 아이들을 키우며 엄마와 아내로만 살아가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두 아이가 성인이 된 후 다시 본 인형의 집은 달랐다.
노라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집을 나간 이유는 사치스런 감정에 불과하다고 여겨졌다. 그녀는 결혼생활동안 세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충분히 행복했다. 성격 또한 밝고 명랑해서 주위 사람들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매력을 지녔다.
남편도 그런 노라를‘내 다람쥐’,‘내 종달새’라고 부르며 사랑스러운 어린애를 대하듯 했다. 노라는 그것을 단지 즐거웠다고 말하지만 잘못된 발언이다. 즐거움이 바로 가정의 행복이라는 것을 그녀는 깨닫지 못한 것이다.
결혼한 여자는 당연히 남편의 사랑을 받으며 살아가기를 원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아이들과 가정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묵묵히 인내하고 있는 것이다.
가정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버리는 물건이 아니다. 아이들까지 둔 엄마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겠다고 모든 것을 버리고 뛰쳐나가서는 안 된다. 힘들고 어려워도 참고 견뎌야 할 의무가 엄마에게는 있다. 엄마라는 말은 그저 얻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엄마는 모든 것을 참고 모든 것을 견뎌내고 모든 것을 이겨내야 한다.
결혼이란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서로를 아껴주고 사랑하며 살아가야 하는 신성한 약속이다. 둘 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식들을 책임지고 올바른 성인으로 키워 내야 할 의무가 따르는 성스런 행위이다. 청소년 범죄의 7~80%가 가정 문제로 인한 것이라는 통계는 가정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정말로 이상적으로 보이는 부부들도 이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씩은 한다는 사실은 결혼이라는 자체가 행복만은 아님을 잘 말해준다.
더구나 남성우월주의가 팽배한 우리나라는 많은 아내들이 남편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다. 여자라는 사실만으로 불이익을 당하면서도  참고 살아가는 이유는 바로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자신이 참지 않으면 가정이 깨어지고 그것은 사회 자체를 불행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정은 우리 인간이 마지막으로 지키고 가꾸어야 할 존엄한 생명체가 숨 쉬는 공간이다. 모든 것이 기계화 되고, 복제인간이 거리를 활보할 미래를 목전에 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따뜻한 사랑과 뜨거운 피가 흐르는 가정은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들어줄 소중한 둥지인 것이다. 그 속에서 안식을 얻고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가정이 불안정하면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다. 특히 남자는 패배자라는 생각에 모든 것에서 자신감을 잃어버리게 된다.
어쩌면 작가는 노라라는 한 여성을 통해 가정의 문제보다는 사회의 허위와 부정을 파헤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잠재된 인간 본성의 위선과 기만을 탐구하고 인간으로서의 진실을 확립하려고 했을 수도 있다. 단순히 여성해방 운동이 아닌 인간의 삶에 대해 진지한 모색을 하면서 말이다.
세상이 아무리 급변한다 해도 아직도 많은 여성들은 여자이기보다 엄마이기를 원한다. 갓 태어난 핏덩이를 가슴에 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던 그 순간을 결코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너무 힘들어 팽개쳐버리고 싶어도, 나무처럼 싱그럽게 자라나는 자식들을 보면서 힘을 얻는 것이다. 가정을 지키고 아름답게 가꾸는 것이 살아가는 이유라 생각하는 것이다.
부부란 무엇일까, 가정이란 어떤 것일까, 소중한 가정을 지키기 위해 나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하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오늘, 유미경으로 살기보다 엄마로서의 삶이 더 행복하다는 것을 나는 가슴 벅차도록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