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방지축 귀농 일기
천방지축 귀농 일기
  • 광양뉴스
  • 승인 2019.02.22 17:33
  • 호수 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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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식 시민기자

농가 지원에 대한 농심(農心)

 

매년 이때쯤(1~2월)이면 각종 보조 사업 신청과 소형 농기계 구입 등 농사에 필요한 장비를 구입하기 위한 고민을 하게 된다.

이왕 살 거면 일정 금액을 지원해주는 제도를 이용하기 위해 이 시기를 기다렸다 신청을 하게 된다.

김영삼 정부 때 농기계 반값 공급 제도가 도입된 후부터 농기계는 ‘제값 주고 사면 바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 혜택을 받아 농기계를 구입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제도 때문에 무분별하게 고가의 농기계를 구입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농가들도 많이 생겨났다.

1년에 한 두번 사용하는 트랙터를 수천만원을 들여 사놓고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가의 사례처럼 대부분의 농가 형편이 나아지지 않는 이유가 매년 농기계 구입비용으로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2004년, 한-칠레 FTA 발효를 시작으로 50여개 국가와 자유 무역 협정을 체결 하고 있다.

협상이 진행 중인 10여개 국가까지 포함하면 적지 않은 국가들과 협정을 체결 하게 된다.

자동차와 반도체 등 공산품의 수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농산물의 수입 개방을 허용하게 되면서 농촌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홍수처럼 밀려오는 수입 농산물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게 하려는 고육지책으로 농기계 반값 공급과 각종 보조금 지급, 경쟁율을 높이기 위한 교육 등에 많은 돈을 들이며 혜택을 주고 있지만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 계층의 동의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교육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생각 한다.

남한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네덜란드가 세계 2위의 농산물 수출 강대국이 된 것은 상상을 초월한 교육예산을 편성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광양시에서도 여러 가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소득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꼭 필요한 농민이 그 교육 대상자가 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 해 준다면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된다.

보조금도 다양한 형태로 지급 되고 있다.

논밭 직불금과 친환경 인증비 지원, 벼논의 타작물 직불금, 농작물 재해보험 지원, 창업자금 이자 지원, 국민 연금과 의료보험 지원, 농민 상해보험 지원 등으로 힘을 보태고 있지만 농촌의 형편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가장 중요한 농작물 재해보험의 경우는 일정 면적 이상이 돼야 보험을 들 수 있는 규정 때문에 소규모 농가에서는 가입을 못하고 있다.

다행인 것은 매년 대상작물이 늘어나 62품목까지 보험에 들 수 있다.

지난해 혜택에 없던 무, 파, 노지배추, 당근, 호박도 추가됐다.

2020년이 되면 70품목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농촌에 지원되는 각종 보조금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 한다.

농촌이 무너지면 식량 안보 기능, 환경 및 생태 보전 기능, 농촌 경관보존, 국토의 균형발전 및 문화적 기능, 고용창출 등 생명산업이 함께 무너지게 된다.

농민들의 의식도 변해야 한다. 물류 시스템의 발달로 생산비가 가장 적게 드는 곳에서 재배되어 가장 비싸게 팔리는 곳으로 이동되어지는 자본주의 논리를 받아 들여야 한다.

수입 개방은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하면 농촌에서 견디기 힘든 세상으로 변해 버렸다.

전동가위를 신청하려고 아내의 생각을 물었다.

“매실나무가 얼마나 된다고 150만원이 넘는 돈을 들일라고 그요? 돈이 어딨다고, 빌려쓰면  되것구만”

구시렁거리는 말투로 단호하게 거절을 하는 바람에 없던 일이 되었지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자부담 150만원이 고스란히 빚으로 남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