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시의원의 45년 우정 ‘먹새’와‘쟁이’
두 시의원의 45년 우정 ‘먹새’와‘쟁이’
  • 이정교 기자
  • 승인 2019.03.22 17:26
  • 호수 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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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수화·조현옥 의원, 고교 시절부터‘단짝’
반 번호 25·26번‘인연’ 의정활동도‘함께’

25번과 26번, 먹새와 쟁이, 서로를‘깍두기’라 부르는 사이.
한명은 불같이 급한 성격이고 한명은 물같이 차분한 성격이다. 학창시설 축구할 때‘쟁이’는 공격수,‘먹새’는 수비수로 운동장을 휘젓고 다녔다. 먹성이 좋았던‘먹새’는 춤을 잘 춰서 동네 누나들이 좋아했고, 훤칠하고 잘생겼던‘쟁이’는 기타와 노래를 잘해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야, 깍두기 가자”
이 둘은 서로를‘깍두기’라 부른다. 서로를 가리키고는“착한데 깍두기였다”고 말하며 웃는다. 그 웃음을 따라 그들은 때때로 학창시절로 되돌아가곤 한다.
제8대 광양시의회 진수화 부의장과 조현옥 산업건설위원장 이야기다.

진수화 시의원

둘의 인연은 1975년 진상종합고등학교 시절부터 이어진다. 당시 진상종고는 인문계열과 농업계열, 공업계열 등이 한데 섞여 학업을 이뤘다. 둘은 공업계열 토목과 한반에서 25번과 26번의 반 번호로 3년간 단짝이었다.
진 의원은“그 시절에는 공부도 공부지만 다 같이 농사도 짓고, 곳곳으로 놀러 다녔다”며“배를 몰고 제철이 들어서기 전에 있던 무인도에 가서 문저리(망둥이)를 구워 먹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매번 남자들끼리 몰려다녔냐는 질문에 진 의원은“무인도에서 막걸리도 먹고, 춤도 추고 놀았는데 남자끼리 갔겠냐”며 한참을 웃었다.
진 의원이 나서서 학창시절 이야기를 꺼내는 동안 조 의원은 차분히 웃으며 맞장구를 치거나,“나는 모르겠다”며 발뺌하곤 했다.
농사일이 끝나면 늘 친구들과 함께 양은냄비를 엎어놓고 두드리면서 춤추고 놀던 진 의원. 막걸리 4병을 넘게 마셔도 얼굴색 하나 안 변하는 조 의원.
그 시절 같이 놀던 친구 중 몇 명은, 특히 무인도로 배를 몰아주던 친구는 지금은 세상에 없다. 둘은“이제 그럴 나이”라며 덤덤하게 웃었다.

조현옥 시의원
조현옥 시의원

 

둘은 지난 6.13 지방선거 때 유세활동도 함께 했다. 지금도 민원 현장에 되도록 함께 다닌다. 가끔씩 혼자 가면 주민들이 오히려“왜 혼자 왔냐”고 역정을 낼 정도다. 모난 의정활동을 하지 않기 위해 서로가 늘 충고하고, 독려하고, 배워나간다. 이들의 의정활동 목표는 지역구 107개 마을의 민원 20%라도 해결하는 것이다.
둘의 또 다른 바람은 앞으로도‘철길’처럼 우정을 이어가는 것이다.
“철로는 마주치지 않고 늘 같은 간격으로 이어져요. 서로 부딪쳐도 안 되고, 한쪽이 휘어져도 안 돼. 한쪽이 기울면 다른 쪽도 기울어 함께 가는 겁니다. 그렇게 살고 싶어요.”
‘먹새’와‘쟁이’의 45년 우정만큼, 앞으로도 주민의 민원해결을 위해 이웃처럼 다가서고, 발 벗고 나서는 의정활동을 이어가길 기대한다.   

조현옥 시의원(왼쪽)과 진수화 시의원(오른쪽).
조현옥 시의원(왼쪽)과 진수화 시의원(오른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