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간이역‘진상역’에서...
무인 간이역‘진상역’에서...
  • 김영신 기자
  • 승인 2019.03.29 17:48
  • 호수 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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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서지 않는 간이역에 키 작은 소나무 하나
기차가 지날 때마다 가만히 눈을 감는다...

 

스마트한 세상이 열리고, 하늘을 날며 온 세계를 누벼도 낭만여행의 아이콘은 아직 기차여행을 꼽는다.

 

그러나 사람 없는 썰렁한 간이역엔 기차 소리도, 인기척도 없었다.

 

진상역은 1968 2 7, 보통역으로 처음 업무를 시작하고 1993 4월 소화물 취급이 중단되는 등 이용량이 점점 줄면서 2004년에 무인역이 됐다. 그러다 2004 12월에는 역무원이 없는 간이역이 됐다.

 

현 진상역 건물은 2016 7월 경전선 진주~광양 구간의 복선화 공사로 선로가 이설됨에 따라 기존 섬거리 306번지에서 309-11번지로 신축 이전 된 것이다. 비둘기호와 무궁화호에 애환을 담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억하는 진상역 구 역사는 2009 9월부터‘진상역’간판을 그대로 둔 채 한우고기를 파는 식당이 됐다.

 

광주 송정역에서 부산 부전역 까지 가는 경전선 역의 반 이상이 지금은 폐쇄됐거나 무인역으로 변해버렸다. 한때 사람냄새 나는 시끌벅적 번잡했던 진상역도 그 중 하나다. 진상역의 하루 평균 이용객 수는 20여명 안팎이라고 한다.

 

역무원도, 타는 사람도, 내리는 사람도 없는 온기 없는 무인 간이역 풍경이 쓸쓸하고 애틋하게 다가올 뿐이었다.

 

쓸쓸한 간이역 벤치에 혼자 앉아 오지 않는 기차를 기다리며 무인역에서 종종 안전사고가 발생한다는 뉴스를 떠올렸다. 운치 있고 여유 있는‘낭만코드’로 표현되는 간이역이기 이전에 소수의 승객일지라도 그들의 안전이 지켜지는 곳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철도의 역할과 사명은 변해왔고 경제논리를 따져볼 때‘가성비’가 떨어지는 것은 분명하다 해도‘공공재’로서의 교통수단의 역할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나를 두고 쏜 살처럼 빠르게 떠나가는 무정한 세월이 야속하다면, 나만의 낭만여행을 꿈꾼다면 진상역에서 느림보 기차를 타자.

 

목적지가 꼭 정해지지 않아도 좋다.

 

덜커덩 거리는 느림보 기차를 타고 시속 100km로 달려왔던 지난 시간을 60km의 속도에 맞추고 창밖으로 펼쳐지는 황홀한 봄 풍경을 보며 그냥 무념무상에 잠겨보자.

 

간이역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