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방지축 귀농 일기[21] 농부의 행복 충전소
천방지축 귀농 일기[21] 농부의 행복 충전소
  • 광양뉴스
  • 승인 2019.04.05 17:59
  • 호수 8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우식 시민기자
이우식 시민기자

향기를 찾아 나물 캐는 자루와 쓰임이 다양한 비료포대를 들고 집을 나섰다.

오리 궁둥이 불리는 엉덩이 받침도 챙겼다.

매년 이때쯤, 바짝 말라 사각거리는 밤나무 사이를 비집고 올라오는 머위 나물을 캐기 위해 같은 장소를 찾고 있다.

머위 나물의 약성이 알려지기 시작 하면서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자연산이라 양을 가늠할 없기 때문에 예약을 받은 준비가 되면 보내 드리는 방법으로 거래를 하고 있다.

아내와 둘이서 하루 종일 8kg 캤다. 뒷골에서 6kg,나머지는 감나무골에서 작업을 했다.

쓴맛이 강한 나물이라서 많은 양을 주문하는 사람은 없다.

전화번호를 남겨준 사람에게 문자를 보냈더니 여러 사람이 구입 의사를 전해왔다.

대략 난감..

양은 적은데 보내 달라는 사람이 너무 많다.

사람에게 조금씩 나눠서 보내 드리고 나머지는 며칠 후에 전해 드리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장아찌를 담겠다며 많은 양을 원했던 사람은 마지막에 보낼 생각이다.

봄에 보내는 택배 박스에는 진한 향기를 간직한 산달래와 쑥부쟁이, 등을 조금씩 넣어 고마움을 전해 드리고 있다.

매실과 , 같은 규격 박스에는 공간이 없어 어쩔 없지만 고사리와 고춧가루 일반 박스에 농산물을 보낼 때는 농부의 마음을 전해 드리기가 한결 쉬워진다.

종류도 다양하다. 꾸지뽕 가지를 잘라서 넣어 드리기도 하고 밤쌀(말린밤) 조금씩 넣어 드리기도 한다.

텃밭에 채소가 파랗게 자라는 계절에는 그걸 뜯어서 넣어 드리기도 한다.

가을엔 무우 서너 뿌리를 뽑아서 넣기도 하고 여유가 있는 박스에는 배추를 포기 넣어 농산물의 흔들림을 방지하기도 한다.

진한 잉크 빚깔의 가지가 주렁주렁 달리는 계절에는 그걸 개씩 공간에 채우기도 하고 호박 넝쿨을 뒤적거려 보물찾기 하듯 찾아낸 호박 하나로 농심을 전하기도 한다.

시골 인심을 전하는데 소홀하지 않은 덕분에 대부분의 농산물이 직거래로 소비되고 있다.

고사리는 수확과 판매가 동시에 끝이 난다.

끊어서 말리기가 바쁘게 주인을 찾아 떠나기 때문이다.

감말랭이와 고추가루도 판매에 어려움을 겪어 본적이 없었다.

지천에 널려있는 향기롭고 부드러운 쑥을 캐고 싶은데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다.

취나물과 고사리 수확, 고추 심을 관리를 하느라 새가 없기 때문이다.

농촌의 소득 대부분이 가을에 집중되고 있지만 산촌의 봄은 그렇지가 않다.

나물 캐는 자루와 비료푸대 하나 들고 나서면 만원은 만들 수가 있다.

아내와 마주보며 도란도란 나누는 삶의 이야기에 이름 모를 산새들의 간섭과 시샘을 받으며 느끼는 행복은 덤이다.

하루 일당 3~4만원에 만족하며 뒷줄에 서서 앞자리 다툼을 지켜보는 여유, 마음을 비우고 살아가는 농부의 행복 충전소는 산과 들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