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동시이야기] 예상 이야기
[융합동시이야기] 예상 이야기
  • 광양뉴스
  • 승인 2019.04.26 18:09
  • 호수 8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행신 작가

 

온통 엄마 얼굴이다

 

학기말 시험지가

온통 엄마 얼굴이다

 

건널목을 건너고

게임방을 지나도

온통 엄마 얼굴이다

 

계단을 오르고

현관 앞에 이르러도

온통 엄마 얼굴이다

 

집은 비어 있지만

그래도 온통 엄마 얼굴이다

 

<초등학교 4학년 과학 1단원>

 

*어떤 말을 할까

엄마가 돌아오신댔어. 우리 엄마가 돌아오신댔어. 엄마 빈자리, 이젠 할머니 대신 온통 엄마일 거야. 방안에도 온통 엄마일 거야, 부엌에도 온통 엄마일 거야, 아니 텃밭 온통 엄마일 거야. 아니 공책에도 책에도 온통 엄마일 거야.

엄마가 돌아오신댔어. 우리 엄마가 오늘 돌아오신댔어. 서울에서 내려오는 버스를 타고 오신댔어

지금쯤 터미널에 도착하셨겠지. 지금쯤 버스표를 사셨겠지. 엄마도 자꾸만 시계를 보시겠지. 이리 시간이 갈까? 지금쯤 나처럼 자꾸자꾸 시계를 보시겠지. 버스터미널 벽에 걸린 시계를 보고 보시겠지.

엄마가 돌아오신댔어. 우리 엄마가 오늘 돌아오신댔어. 서울에서 내려오는 버스를 타고 오늘 오신댔어. 지금 버스가 출발했을 거야. 엄마를 태운 버스가 터미널을 출발했을 거야.

복잡한 서울 거리 요리조리 피해가며 달려오고 있을 거야. 서울을 벗어나면 빨리 달릴 있을 거야. 우리 엄마 실은 버스가 꾸루르릉 꾸루르릉 빨리 달릴 있을 거야.

버스도 알고 있을까? 우리 엄마가 마침내 돌아오신다는 알고 있을까? 그래서 꾸루르릉 꾸루르릉 달려오고 있을까? 크고 작은 차들에게 비켜달라고 빵빵 경적을 울리면서 달려오고 있을까? 어두운 터널 속에서도 크게 뜨고 바람보다 빠르게 달려오고 있을까?

엄마는 말없이 차창 밖만 바라보시겠지 차창으로 스쳐가는 풍경들을 바라보시겠지 거기 어딘가에 모습이 보일까 흐릿흐릿 가물거리면 어떤다지 아빠 모습도 보일까 흐릿흐릿 가물거리면 어떤다지.

엄마가 돌아오시면 어떤 말을 할까? 인자 오셨어요 엄마! 마음 상한 말인 . 보고 싶었어요 엄마! 너무 흔한 말인 . 사랑해요 엄마! 에고 쑥스러운 말인 . 어떤 말을 할까? 어떤 말을 할까? 금방 엄마가 오실 텐데, 어떤 말을 할까? 어떤 말을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