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지곡리’와 마을 이름의 자원화
[문화칼럼] ‘지곡리’와 마을 이름의 자원화
  • 광양뉴스
  • 승인 2019.05.17 18:28
  • 호수 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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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북구 (재)나주시 천연염색문화재단 운영국장

지곡리라는 마을 이름은 전국에 9개가 있다. 이중 종이 지(紙)자를 쓰는 마을은 광양시 봉강면 지곡리(紙谷里)와 충남 예산군 고덕면 지곡리(紙谷里) 두 군데다. 이들 마을 이름은 종이를 만든 데서 유래된 것으로 지금도 조실, 또는 지곡으로 불리고 있다.

이들 마을에서 종이를 만들었던 시기는 조선시대 때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재는 그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기어코 흔적을 찾는다면 필자의 고향인 봉강면 지곡리에서는 과거에 종이 원료인 닥나무가 많았다는 점이다.

어릴 때 겨울이면 이 닥나무 껍질을 벗겨서 팽이채 등으로 많이 사용했다. 당시에는 닥나무가 많았던 것에 대해 특별하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으며, 종이와 연계시켜서 생각해 보는 지혜도 없었다.

마을 어른들로부터 마을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랐지만 마을이 종이와 관련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 보지 못했다.

그런 탓에 고향 마을 이름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타이완에서 지화 전시를 하면서 고향 마을 이름을 재인식하게 되었고, 덕을 보았다.

필자는 광양시와 MOU를 맺고 있는 타이완 타이중시의 초청으로 지난해 11월 17일부터 올 1월 14일까지 타이중둔구예문센터(台中屯區藝文中心)에서 ‘한국전통 지화(紙花) 초대전’을 가졌다. 이어서 타이완 타이난시(臺南市)문화국, 타이중시문화국, 타이중둔구예문센터 후원으로 올 1월 18일부터 2월 19일까지 타이난시 웬창 플러스-타이난 크리에이티브 센터(Wen Chuang PLUS-Tainan Creative Center)에서 ‘허북구 한국 지화전’을 가졌다.

한국 전통 지화 전시회장을 찾은 사람들은 필자에게 어떻게 해서 종이꽃과 인연을 맺게 되었는가를 물었다. 필자는 중학교 시절 선배들의 졸업식 때 볏짚으로 화환을 만든 다음 동백가지를 꽂고, 종이로 만든 꽃을 붙여 선물했던 경험, 한국 전통 꽃상여 그리고 전통지화에 관심을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그러한 설명은 뭔가 특별한 대답을 바랐던 그들에게 매력적인 답은 아니었다. 그 때 생각난 것이 필자가 태어난 고향마을 이름이었다.

필자는 선조들이 종이와는 관련이 없지만 고향 마을 이름은 종이를 생산했던 것에서 유래된 지곡리(紙谷里)라고 했다. 덧붙여서 한국에서 지곡리(紙谷里)라는 마을 이름을 사용하는 곳은 거의 없다고 했다.

필자에게 고향 마을 이름 유래를 들은 그들은 종이 전통이 있는 곳에서 태어나 잊혀진 종이꽃 전통을 발굴해서 해외까지 알리고 있다며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하여 필자는 태어난 마을 이름 때문에 졸지에 한국 전통 지화 계승자가 되어 버렸다.

필자의 사례에서처럼 지곡리라는 마을 이름은 광양 전통 종이문화를 발굴하고 활용하는데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필자는 올 초에 봉강면과 옥룡면 일대에서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과거 이용되었던 종이꽃 문화를 조사했다. 다행히도 그 문화가 아직 남아 있었다.

자원삼아 광양 매화문화축제 때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즉, 종이로 매화꽃을 만들어 농악고깔을 장식하고, 이 모자를 쓰고 광양 매화문화축제 때 공연을 하게 되면 촬영꺼리 제공과 함께 매화문화축제 콘텐츠의 다양화에 기여할 것이다. 또 지곡리라는 마을 이름이 있으므로 매화꽃 농악고깔 같은 종이문화 상품의 개발은 광양을 특성화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한편, 지구촌 곳곳에서는 지역 자원과 전통문화를 상품화하기 위한 노력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지역 자원과 문화를 상품화하려는 배경에는 지역을 특색화한 다음 이를 통해 지역의 홍보 및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지역 상품의 판매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의도도 있다.

지역의 문화자원에는 현재의 것뿐만 아니라 이야기로만 전해지는 과거의 자원과 마을 이름까지도 동원되고 있다. 따라서 광양의 여러 마을 이름에 대해서도 지곡리 사례에서처럼 문화자원의 발굴과 활용 측면에서 적극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