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방지축 귀농 일기[22] 봄에만 맛볼 수 있는 천하일미‘나무순’
천방지축 귀농 일기[22] 봄에만 맛볼 수 있는 천하일미‘나무순’
  • 광양뉴스
  • 승인 2019.05.17 18:30
  • 호수 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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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식 시민기자

봄날의 밥상을 풍성하게 했던 산나물과 들나물에 싫증이 날 때 쯤 나무 나물(여린 나무순)이 나오기 시작한다.

생소한 이름만큼 양이 많지 않기 때문에 쉽게 먹을 수 없는 나물이‘나무나물’이다.

나물을 제공해 주는 나무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보호 물질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날카로운 가시와 상상을 초월하는 쓴 맛,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솜털과 독특한 향기로 자신들을 보호하고 있다. 채취할 때 조심해야하기도 하지만 먹을 때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나무 나물로 가장 많이 알려진 두릅은 재배 농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값이 비싸긴 하지만 시장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나물이기도 하다.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버무려 무침을 하거나 그냥 찍어 먹는 게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엄나무순(개두릅)도 많이 알려진 나무 나물이다. 부드러운 순은 나물로, 채취시기를 놓쳐 잎이 커지면 장아찌를 담아 먹기도 한다.

화살나무순(홑잎나물)은 귀농 첫 해 딱 한번 먹어본 나물이다. 고사리산을 만들면서 곳곳에 자생하는 여린 순은 나물로, 나무는 잘라서 차를 끓여 먹었었다.

가시오가피 순은 쓴 맛이 무척 강한 나물이다. 쓴맛을 우려내기 위해 하루 종일 물에 담가도 강한 쓴맛은 남아있다. 그 쓴맛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참죽나무순(가죽나물)은 유년시절 먹어보긴 했지만 맛을 기억하진 못한다. 상전벽해(桑田碧海)로 변해버린 지금의 중마동 어디쯤에 있던 옛 시골집에 한 두 그루가 있었던 덕분에 몇 번 먹어 봤었다.

뽕잎도 나물로 먹고 있다. 누에를 키우기 위해 심어놨던 뽕나무가 여기저기 남아 있기도 하지만 당뇨에 특효가 있다는 꾸지뽕을 심어서 잎을 쉽게 얻을 수 있게 하였다. 뽕나무 잎으로 장아찌를 담그기도 한다.

넝쿨 식물인 다래순도 많은 사람이 선호하고 있는 나무나물이다. 요즘은 우리지역 광양에서도 토종다래를 재배 하는 농가들이 많아서 구하는데 크게 어려움이 없는 나물이 되었다.

죽순은 집 뒤에 대밭이 있어서 매년 먹고 있는 나물이다. 양이 많을 때는 말리기도 하지만 데친 상태에서 냉동보관을 하는 게 가장 좋은 보관방법으로 알려져 있는 나물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물은 옻순이다. 하얀 진액이 피부에 닿지 않게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맛만큼은 다른 나물을 압도한다. 오늘 그 옻순을 끊었다. 매일 잎이 커 가는 게 보이는 나무 나물은 시기를 잘 맞춰서 채취를 해야 한다. 타이밍을 놓치면 나물로서의 가치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8년째 시골에 살고 있지만 이번까지 딱 세 번만 얻을 정도로 채취시기를 맞추기가 어려운 나물이 옻순이다. 쓰지도 않고 향기도 없는 밋밋한 맛이 나는 거 같지만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 부드러운 식감만큼은 뛰어난 나물이 옻순 나물이다.

제피(초피)나무순은 너무 강한 향기 때문에 나물로 먹기는 부담스러워 장아찌로만 담아 먹고 있다.

이외에도 식용 가능한 나무 나물이 많이 있다.

약용식물로서의 가치가 높은 나무 나물에 관심을 가져 모두가 건강해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