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제철소 설립 이후 최대 정전사태
광양제철소 설립 이후 최대 정전사태
  • 이정교 기자
  • 승인 2019.07.05 20:23
  • 호수 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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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더 일제 개방…지역 각계각층, 우려 목소리
포스코“지역민 심려 끼쳐 죄송…개선방안 수립할 것”사과
정의당•환경단체,“단순 정전 아니다…철저한 조사 촉구”
영산강환경청, 대기오염물질 유출 가능성 및 사고원인 조사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설립 이후 최대 정전사태가 발생했으나 이틀 만에 정상화됐다. 이에 지역 환경단체와 정의당 광양만권 환경오염 대책위원회 등이 대기환경오염 여부를 우려하는 성명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1일, 아침 9시 11분쯤 제철소 내부 변전소 차단기 수리작업 중 누전으로 정전됐다. 이 사고로 배관 내부에 남은 가스를 태우기 위해 굴뚝에 설치된 브리더가 일제 개방돼 불꽃과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다.

변전소는 9시 44분쯤 복구 완료됐고, 다행히 화재·폭발·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대기 중이던 소방펌프·화학차량 등 장비 17대와 소방인력도 모두 철수했다.

지난 1일, 정전이 발생해 브리더가 일제 개방됐다. 이에 검은 연기와 불꽃이 하늘로 치솟았다.[사진=독자제공]
지난 1일, 정전이 발생해 브리더가 일제 개방됐다. 이에 검은 연기와 불꽃이 하늘로 치솟았다.[사진=독자제공]

포스코에 따르면 현재 고로를 비롯 생산설비 모두 복구 완료돼 정상 가동 중에 있다.

고로에 일부 영향을 끼쳐 약 5만톤의 생산 감소와 약 40억원의 손실액 발생이 예상된다.

단, 철강 슬라브 재고를 충분히 보유 중인만큼 제품 생산에는 차질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포스코는 지난 3일, 사과문을 통해“정전 직후 연기와 화염 발생으로 많은 주민들에게 불안감과 생활에 불편을 끼쳐 송구하다”며“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관계기관과 공조를 통해 개선방안을 철저히 수립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임직원 일동은 이번 일을 계기로 안전과 환경의 중요성을 더욱 절실히 깨닫고, 향후 기업 활동에 있어 최우선 가치로 여길 것을 다짐 한다”고 덧붙였다.

“무책임한 시설관리…특별점검 필요”

이번 정전사태 관련 지난 2일, 지역 환경단체·시민단체가 성명을 발표, 포스코의 안전 및 환경설비 관리 실태를 지적했다.

광양만녹색연합은“지난달 폭발사고로 노동자가 죽고 한 달 만에 또 사고가 발생했다”며“반복되는 사고는 광양제철소의 안전 및 환경설비 관리실태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는 반증”이라고 주장했다.

이어“단순 정전사고로 일단락하지 말고, 가스배출 경로와 각 공정의 저감조치 작동여부 등을 확인해야 할 것”이라며“환경부와 전남도는 행정처분을 해야 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대기 중 방출된 오염물질의 정확한 성분조사와 주민·노동자 피해에 대해 즉각 조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광양환경운동연합도“정전사태로 인한 브리더 개방으로 다량의 먼지와 유해물질이 무방비하게 유출됐다”며“대기오염 저감장치 기술개발과 광양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 설립, 광양국가산단 민·관협의체 구성도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지난 4일, 국회 정론관에서는 포스코 환경오염사고 민관합동조사 및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도 진행했다.

정의당 국회의원은 “노동자 사망과 환경오염사고 등 포스코에서 사고가 잇달아 이어지고 있다”며“포스코 광양제철소 전반에 대한 정부의 안전 및 환경감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사고 근본 원인 파악 및 책임자 처벌 △민관공동조사단 구성 및 특별점검 △주민·노동자 참여한 공동조사단 구성 법률 보장 △실질적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정의당 대책위“市 대처 안일”

市“재난상황 아니라고 판단”

정의당 광양만권 환경오염 대책위원회는 논평을 통해“광양시가 정전사태와 관련한 어떠한 위기대응도 하지 않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대책위는“제철 설립 이후 가장 심각한 상황에서 시청은 긴급대피 및 위험상황 안내 등 재난상황에 대한 공지를 하지 않았다”며“대규모 폭발, 유독가스 흡입 등의 여건이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안한 것은 심각한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이어“위기대응에 대한 안전지침을 마련하고, 포스코·광양시·노동자·시민이 참여한 ‘포스코 환경 노사민관협의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는 인명사고도 없었고, 태인동을 비롯한 대기측정소의 실시간 모니터링 중 특별한 이상 징후가 나타나지 않았던 만큼 재난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재난 상황은 시청 12개 협업부서가 38개의 매뉴얼에 따라 상황을 판단하게 된다”며“당시 낮 12시까지 대기측정을 모니터링 했을 때 이상 징후가 없었던 만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정전사태 발생 직후 직원을 현장에 파견해 사실관계확인서를 받는 등 조사에 나섰다.

대기환경보전법에는 가스를 태워 독성을 없앤 뒤 대기 중에 보내는 장치인 플레어 스택을 거치지 않고 유독물질을 배출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번 정전사태 때 브리더 개방으로 내부 대기오염물질이 여과 없이 유출됐을 가능성과 사고원인을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만약 일부 가스가 플레어 스택을 거치지 않고 배출됐다면 위법의 소지가 있는 만큼, 포스코로부터 사고원인과 가스발생량 보고서를 받으면 환경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할 예정이다.

영산강청 관계자는“브리더가 안전장치로 신고 돼있고, 플레어 스택으로 배출됐다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다른 경로로 배출됐다면 위법의 소지가 있고, 제철소에 대한 행정처분 여부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