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 포스코 문제와 시민운동, 시민의 믿음에서 출발해야 김양환 발행인
발행인 칼럼 - 포스코 문제와 시민운동, 시민의 믿음에서 출발해야 김양환 발행인
  • 광양뉴스
  • 승인 2019.07.14 14:10
  • 호수 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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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환 발행인
김양환 발행인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31년 만에 지역사회에 머리를 숙였다. 최근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환경문제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였다. 시기의 늦고 빠름을 떠나 기업이 마땅히 해야 할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 있는 모습으로 보인다.

사과문은 3일 발표됐다. 시민들에게 심려를 끼친데 대한 사과와 신속한 복구에 힘써준 관계기관과 성원해 주신 지역민에 대한 감사, 그리고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과 앞으로 안전과 환경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기겠다는 약속을 했다.

공교롭게도 포스코는 6월 19일 제34차 글로벌 철강절략회의에서‘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는 철강 회사’로 10년 연속해서 1위로 선정됐고, 이를 크게 홍보해야할 시점이었지만 사과문에 묻혀 홍보는 엄두도 못 냈다. 포스코가 사과문을 내는 상황이 짐작되는 대목이다.

이와 때를 맞춰서 다음날인 4일에는 국회정론관에서 광양만녹색연합이 주축이 된 기자회견이 열렸다. 광양제철소의 유독가스배출사고에 대한 민관 합동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었다.

회견에서“광양제철소에서 고로공장 브리더(안전장치) 5개가 열리면서 다량의 대기오염물질이 저감 조치 없이 한 시간 동안 방출되는 초대형 환경오염사고가 났다”면서“환경부와 전남도는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책임자인 포스코를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환경단체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고 시민들로부터 호응을 받아야할 일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기자회견 내용보다는 참여하는 단체를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일부 광양지역 단체가 참여했지만 광양환경운동연합 등 광양지역 시민단체협의회의 회원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하동, 순천, 여수 등의 단체가 참석해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운동에 대한 믿음으로 회원이 되어서 박수를 보낸 사람으로서 활동방식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환경문제가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좁게는 주변 도시, 넓게는 국가적인 문제인 것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그러나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 중심지역이 있다. 먼저 광양지역의 단체들과 머리를 맞대고 문제 해결의 방법을 찾다가 모자라면 주변지역과 연대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지역 현안 문제를 지역시민과 함께하기 보다는 국회기자회견 등을 통해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시민 없는 시민운동이라는 오래된 과제를 곱씹어 보고, 지역내 단체와 시민들의 정서를 함께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최근 광양의 시민운동가들도 광양만녹색연합의 활동방식에 대한 문제를 논의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물론 다른 단체의 활동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주제넘는 일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의 정체성과 이미지가 나빠진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시민의 눈높이를 가벼이 여기고 활동가 개인의 신념이 지나치게 앞선다면 그것은 시민운동이 아니라 자기만족에 다름 아닌 것이다. 세상엔 옳은 일을 하고도 자칫 자만과 독선에 빠질 수 있음을 우리는 종종 경험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이윤을 목적으로 고의로 환경을 망쳐도 괜찮다고 여기는 기업이나, 먹고사는 문제에 매달려 환경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고 여기는 시민들은 없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환경과 기업활동의 공존을 희망하는 시민들이 대부분인 사회다. 시민운동은 시민에 대한 믿음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확대하거나 적대를 증폭하는 시민운동 방식은 지양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