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고‘한 학기 한 책 읽기·서평쓰기’
광양고‘한 학기 한 책 읽기·서평쓰기’
  • 광양뉴스
  • 승인 2019.07.21 12:11
  • 호수 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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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빨리 부풀어 터져 버릴지도 모르는 세상,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박영란의‘편의점 가는 기분(창비, 2016)’을 읽고-
박온유 광양고 1년

 

세상은 지금도 변화하고 있다. 변화는 좋지만 두려운 일이기도 하다.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소외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작가는 세상 한복판에서 소외돼버린 주인공들의 비참한 삶을 조명하며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묻는다. 우리는 과연 인간답게 살고 있나?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뭔가?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우리는 우선 꼬마 수지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신지구라면 너무 춥잖아.”

신지구, 이 단어는 우리에게 뭔가 혁신적이고 긍정적인 느낌을 준다. 그러나 그곳은 냉혹한 자본주의 법칙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이다. 고양이에게 불을 지르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해도 잠깐‘구경’만 하는 곳이고, 소모품을 갈아 끼우듯 프랜차이즈 점주를 대체하는 곳이기도 하다.

신지구에서 꼬마 수지가 느끼는 추위는 자본에 의한 개발, 그리고 그 변화가 만들어낸 짙고 두터운 그림자 때문이다. 인간 소외. 그 그림자의 이름이다.

둘째로는 꼬마 수지 엄마의 깨달음과 훅의 저항을 배워야 한다. 꼬마 수지의 엄마는 자본이 만들어 놓은 획일화된 삶의 방식이 유일한 삶의 방식이라 믿고 자기 나름대로는 행복하다 여기며 살아왔다. 그러나 그 유일한 삶의 방식이 실패하자 좌절하고 두려워한다. 그리고 깨닫는다. 삶의 방식은 결코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을.

훅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본이 만들어 놓은 삶의 방식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며 그와는 다른 방식으로 사는 법을 배우자고 제안한다. 이것은 세계를 설명하는 그래프에 변수를 만들어낸다. 하나의 변수는 미미하지만, 변수가 많아지면 그래프에는 분명 변화가 생긴다. 인간 소외를 향해 무작정 달리고 있는 우리 세상을 잠시 멈추게 하고 인간이 살 만한 세상으로 바꾸어 가는 조건을 하나씩 만드는 방법, 저항이다.

셋째로 인류애를 가져야 한다. 꼬마 수지 엄마의 깨달음, 훅의 저항이 아무리 옳다 하더라도 그 바탕에 인류애가 없다면 그것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인류애는 그렇게 거창한 말이 아니다. 캣맘 아줌마가 길고양이를 대하는 마음, 주인공‘나’가 꼬마 수지 모녀와 어른 수지를 대할 때 보였던 쩔쩔맴. 여기에 공통으로 들어있는 것은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에 대한 예의이다. 그것이 바로 인류애다.

이 소설은 우리가 사는 지금을 이야기하고 있다. 자본에 의한 변화 과정에서 생겨난 인간 소외, 그로 인해 우리가 느끼는 좌절과 두려움 등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 그대로이다. 그래서 나 역시, 소설 속 인물들의 삶에 공감하고 그들의 감정에 나의 감정을 이입하면서, 인간 소외에서 벗어나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그리고 그 실마리를 찾았다. 이것이 이 소설이 지닌 힘이며 문학이 지닌 가능성이라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