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학생들을 사랑한 이시형 교사
누구보다 학생들을 사랑한 이시형 교사
  • 김영신 기자
  • 승인 2019.08.11 16:56
  • 호수 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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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 6개월 뒤로하고 교정 떠난다

50대부터 10대 제자까지…인기 짱 도덕선생님
수십 년이 지났지만 잊지 않고 찾아오는 제자 있어 행복
교육은‘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

 

비가 오는 날도, 바람이 많이 부는 날도 거르지 않고 학생들의 등굣길 안전을 위해 학교 앞에서 호루라기를 불어가며 안전봉을 교사가 있다.

학생들은 선생님 옆에 껌딱지처럼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선생님은 선생님보다 키가 뼘이나 학생을 안아준다.

광양중학교 아침 등굣길 모습이다.

이시형교사가 교문앞에서 학생들의 등굣길 교통안전을 지켜주고 있다. 비오는 날은 우산을 쓰고 아이들과 함께 한다.

 

그러나 이렇게 따뜻한 모습을 이젠 없게 됐다.

선생님은 37 6개월의 교직생활을 마무리하고 학교를 떠나기 때문이다.

3학년 문준길 학생은 그런 선생님을 향해다시는 없는 우리들의 영웅 레전드라고 표현했다.

선생님은 바로 이달 말에 정년퇴임하는 이시형 교사다.

53세 제자부터 16살 제자까지 선생님의 명예로운 퇴임을 축하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선생님은 이날 제자들을 위해 도가사상 강의를 준비했다.

 

교사는 광주의 사범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풋풋한 새싹 교사시절 부임한 학교에서부터 지금의 광양중학교까지 도덕선생님, 국민윤리 선생님으로 제자들의 인기를 몸에 받아왔다.

40여년의 교직생활 동안 상처를 제자들은 없는지, 살고 있는지 궁금해 교사는 지난달에 제자들과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졸업한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까지 명절이면 잊지 않고 찾아오는 제자들이 있어 자리 마련은 어렵지 않았다.

30여년 교사의 첫발을 내딛은 순천 별량중학교에서 만나 53세가 제자부터 지금의 광양중학교 어린 제자들까지 20여명의 제자들은 선생님의 명예로운 정년을 축하하기 위해 자리에 모였다.

광양, 광주, 서울 가까운 곳에 사는 제자와 외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 제자들은 선생님과 함께 했던 시절로 돌아가 추억의 이야기보따리를 풀며 훈훈한 시간을 보냈다.

선생님은 그런 제자들을 위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도가사상 강의를 준비했다.

학생들을 누구보다 사랑한 교사는 전교조 활동을 하며 학생들을 위한 진정한 교육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교사는 공부의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기본이지만 중요한 것은사람으로 성장할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며 교사는 때론괜찮아라는 말로 따뜻하게 위로하고기다려주고보듬어주는것이 교육이라고 말한다.

자식을 키워도 아픈 손가락이 있듯 교사에게도 아프게 남는 제자들도 있고, 오래 기억되는 제자들도 있다.

은행에 다니던 제자가 있는데 요즘 연락이 되지 않는다명절이면 찾아오고 계속 연락을 주고 받았는데 신상에 무슨 변화가 있는지 소식이 끊겼다 걱정했다.

진학한 대학이 성에 안차 서울의 대학생활을 접고 다시 재수를 하겠다고 결심, 자신이 있는지 없는지 스스로 인내심을 시험해보기 위해 서울에서 순천까지 14일에 걸쳐 무일푼으로 걸어온 제자는 교대를 졸업하고 교사가 됐다고 전했다.

40여년 교직생활, 에피소드도 많았다.

여자고등학교에 근무할 때는 교무실 책상위에 꽃이며 편지가 끊이지 않고 놓여있기도 했고, 밤에 집으로 전화를 걸어오는 학생들 때문에 괜스레 아내의 눈치를 봐야하는 경우도 있었다.

전화를 걸어 학생은 야간자습을 마치고 귀가하다가 공중전화에 동전이 남아 있어서 전화를 했다“‘선생님 공부가 너무 힘들어요하며 우는데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난다 말했다.

교사는 힘들어 하는 학생들을 위해 명을 운동장 벤치로 따로 불러서 나란히 앉아 고민을 들어주고 위로했다.

지금까지 이어지는 제자들과의 인연이 아마도 마음을 열어 아이들의 말에 귀기울여주고 토닥여주며 끈끈한 신뢰를 쌓은 시간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한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잊지 않고 찾아오는 보물같은 제자들을 가진 교사를 주변에서 부러워한다고 한다.

교사는그저 교사로서 해야 일을 했을 뿐인데 잊지 않고 찾아오는 제자들이 오히려 자랑스럽고 감사하다 말한다.

약속한 시간이 되어 무사히 마무리 하고 떠나게 되어 감사한 일이지만 이제 이상 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날 없는 것이 많이 아쉽고 허전하다고 한다.

40여년 학생들을 자식처럼, 때론 자식보다 사랑한 이시형 교사는 교육을 이렇게 말한다.

"줄 세우지 말고 체벌도 하지 말고 기다려주고 보듬어주고 격려해주는 것이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