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신문 인턴기자를 마치며…
광양신문 인턴기자를 마치며…
  • 광양뉴스
  • 승인 2019.08.23 19:20
  • 호수 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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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 ‘사람’으로 시작해 ‘사람’으로 끝난다
나진주 인턴기자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마냥 평화롭기만 한 동네인 줄 알았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다.

광양에서 20여년을 살았지만 지역에 대해 거의 알지 못했다.“학교 다니며 공부하느라 바빴다”고 핑계를 대보지만, 그 사이 광양에서는 수많은 일들이 벌어졌다는 것을 반박할 수 없다. 단지 몰랐을 뿐.

내가 신문사에서 일한 두 달 동안 유난히 사건사고가 많았다. 적어도 기자로 광양에 첫 발을 들인 나로서는 새로운 소식이 늘 넘쳐나는 것 같았다. 광양에 대해 잘 알지 못했으니 모두 새로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일명‘포스코 정전 사고’,‘광양만 중금속 수치 오류 사건’,‘목성지구 착공’,‘일본제품 불매운동’등 크고 작은 이슈가 많았다. 특히 광양제철소 정전 사태는 유명 포털의 인기검색어로 올라갈 만큼 뜨거운 이슈였다. 이렇게 광양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신문사에서 그 누구보다 빨리 접할 수 있었다.

 

2% 부족한(?) 취재

학보사에서 다년간 쌓은 경험으로 자신 있게 행사 취재에 뛰어 들었던 적이 있다.

광양읍에서 열린 위안부 기림의 날 행사에서 인터뷰를 해오라는 국장님의 특명을 받아 열심히 현장을 취재했다.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왜 오게 됐는지, 소감은 어떤지를 묻기도 하고 행사부스 운영자에게도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그렇게 내 옷이 땀범벅이 된 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돌아다녔다. 고등학생 인터뷰를 끝으로 꽤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했음에 스스로 뿌듯해 했다.

그렇게 열심히 취재한 인터뷰가 신문에 실렸냐고? 정답은 “NO”다.

다음 날, 수많은 인터뷰 대상자 중 국장님의 선택은 단 두 명의 고등학생이었다.

그리고 나를 당황시킨 한 마디. “사진은 찍었어?

기사에 인터뷰를 담을 때는 당사자의 사진이 필수다. 그래야만 기사의 신뢰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취재 당시, 사람들의 말을 기억하고 적기에만 바빠서 사진 찍는 것을 놓치고 만 것이다. 사진을 구해보려 행사 주최 측에 수소문했지만 결국 학생들을 찾지 못했다.

이번 일을 통해 느낀 점은 현장에서 취재할 때, 사람들과 인연을 맺어놔야 한다는 것이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명함이라도, 단순히 연락처라도 받았다면 기사에 필요한 추가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건 기사에 쓰이겠지’,‘이건 안 쓰이겠지’하며 고민하지 말고 무작정 현장 사진, 자료 등 다양하게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언제 어디서 기삿거리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기억에 남는 첫 취재

실습 첫 날, 사무실 분위기를 미처 파악하기도 전에 한 선배님께서 말씀하셨다.

“진주씨, 인터뷰 같이 갈래요?

그렇게, 사람을 인터뷰 하는 것이 나의 첫 현장 취재였다.

평생교육관의 가야금 동아리에 찾아가 회장님의 말씀을 들었다. 이야기 도중 간식도 내어주셔서 어르신이 모두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그 분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는 것. 이조차도 취재 과정의 일부라는 것은 바로 지역신문이기에 가능했다.

광양신문 제823 1면에는 진월 마동마을 이장님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담겨있다. 취재하지 않았다면 이 소식은 마을 내에서 전해지는 데 그쳤겠지만, 신문에 소개함으로써 광양시민 모두가 알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지역신문에는 우리 동네 사람, 내가 아는 사람이 모두 신문에 나올 수 있다. 전국지 1면에는 항상 사회 소식만 등장하지만, 지역신문은 그 틀을 깰 수 있는 것이다.

 

언제나 남는 것은‘사람’

지역신문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지만, 그 중심에는‘사람’이 있었다.

40장’. 실습 기간 동안 내가 받은 명함의 개수다. 세어보면 거의 하루에 한 장 이상 명함을 받은 꼴이 된다. 실제로는 국장님과 선배님들을 따라다니며 한 번에 서너장 씩 받은 것이다. 사람들을 취재 현장에서도 만났지만 지나가다가, 또는 식사자리에서 만나기도 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기자님들과 함께 다니면서 사람을 만나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어떤 분은 나와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기도 했고 같은 동네 주민이기도, 부모님과 잘 아는 사이기도 했다.

모두 광양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기에 연결고리가 무조건 하나 이상은 있었다. 지역신문에 있으면서 세상이 정말 좁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됐다.

이처럼 광양신문에 있는 동안은 첫 시작도 사람이었고 그 끝에 남는 것도 사람이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한 번 만난 사람은 언제 어디서 또 만날지 모른다. 잠깐 만난 사람이라도 좋은 인상을 남기며 관계를 이어나가면 서로가 꼭 필요한 순간이 올 수도 있다.

8주간 광양신문에서 인턴기자로 일하며 지역 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소식을 취재하는 법을 배웠다. 이것만으로도 실습 목표는 충분히 이뤘지만, 그 과정 속에서 만난 사람들이 나에게는 참 소중한 인연들이 됐다. 앞으로 만날 모든 인연들이 기대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