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쌈 채소와 노는 게 행복이죠”
“예쁜 쌈 채소와 노는 게 행복이죠”
  • 광양뉴스
  • 승인 2019.08.23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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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월면 섬진강 연두보자기농원, 노정현•서선희 부부

연일 계속 되는 폭염특보에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는 비닐하우스에서 쌈 채소를 돌보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부부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는 섬진강의 끝자락, 진월면 송금리에서 쌈 채소를 키워 광양원협 로컬푸드 직매장과 LF스퀘어 로컬푸드 야채코너에 납품을 하고 있는‘섬진강 연두보자기농원’노정현(58), 서선희(55) 부부가 그 주인공이다.

수십 년을 고향을 떠나 있다가 3년 전 친정마을인 진월면 송금리로 보금자리를 옮겨 쌈 채소농사를 시작했다.

주변이 시설하우스 집단 재배단지여서 어렵지 않게 농사 기술을 익힐 수 있었고, 가까운 광양읍에 원협 로컬푸드가 있어 판매에도 어려움이 없다고 했다.

판매는 그동안의 노력으로 쉽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안전한 먹거리를 위한 품질 관리는 매우 엄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수시로 농약 잔류 검사를 하고 있는데 소량의 농약이라도 검출되면 판매처에서 1개월 납품 정지처분이 내려진다고 한다.

농산물 품질 관리원에서도 년 2~3회 농장을 방문, 시료를 채취해 농약 잔류 검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써서 재배를 할 수 밖에 없다.

생명력이 강한 들판의 잡초들도 30도를 훌쩍 넘어가는 날씨에 파김치가 돼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이곳의 채소들은 다양한 종류(9~12품목) 만큼 그들만의 색깔을 뽐내며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다.

‘예쁜 쌈 채소와 놀아요’서선희 씨의 SNS에 적혀 있는 글이다.

일을 놀이처럼 하고 있는 마음이 읽혀진다.

아침 5~6시에 일어나 7시가 되면 로컬푸드 직매장에 도착해 상품을 진열한다. 상품 진열이 끝나고 농장으로 돌아온 시간이 쌈 채소와 놀아주는 시간이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 낮을 피해 오후 4시가 넘어서 채소를 수확하고 저녁에 포장이 이뤄진다.

쌈채소 농사는 노동이 아닌 놀이

농산물은 복잡한 유통 과정을 거치면서 단계마다 붙여지는 마진의 크기에 따라 소비자 가격이 달라지는 구조다.

하지만 이곳의 쌈 채소는 예외다. 땀 흘린 노동의 대가를 스스로 결정해서 가격표를 붙여 직접 매대에 진열까지 하며 유통 과정을 가장 짧게 단순화 시키고 있다.

착한 가격과, 한 봉지 구입에 여러 종류의 쌈 채소를 맛 볼 수 있도록 한 포장 덕분에 단골 고객도 많이 확보 되어가고 있다.

택배를 통해 전국으로 배달되는 비중도 점점 높아지고 있어 안정적으로 정착해 가고 있다.

한 달 수입이 궁금했다. 직장 생활 할 때만큼은 못 하지만 시골 살이 하는 데는 전혀 불편하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일주일에 한 번 판매금액이 입금되는 월요일을 절실히 기다려 본 적이 없다”는 말에서 수익을 대충 짐작할 수가 있다.

‘귀농인이 돈을 버는 게 신용 불량자가 은행에서 돈 빌리기보다 더 어렵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었던 터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귀농하게 된 동기에 대해서 부부는“자녀들의 독립으로 큰돈 들어갈 일이 없기도 했지만 늘 꿈꾸던 귀향을 행동에 옮겼을 뿐”이라며“남편이 쉽게 동의를 해 줘 큰 어려움은 없었고 지금의 생활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우식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