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모 찾는 ‘울보가수’ 김재연
생모 찾는 ‘울보가수’ 김재연
  • 김영신 기자
  • 승인 2019.11.01 09:07
  • 호수 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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낳아주신 생모 찾고 싶어 방송출연
순탄치 않았던 삶, 얼굴엔 항상 미소
남은 생, 이제는 봉사하며 살고 싶어

 

김재연 씨의 이야기는 지면 하나에 담기가 아쉬웠다.

김재연 씨는 엄마 이야기만 하면 왈칵 눈물을 쏟아 이야기를 듣는 기자도 덩달아 손수건을 챙겨야 하는‘울보가수’다.

열여덟살 때‘돈이 없어’이루지 못했던 가수의 꿈은 이뤘지만 김씨에게는 더 큰 아쉬움이 있다.

낳아준 엄마를 찾는 일. 엄마를 찾기 위해 KBS아침마당에 나가서 노래를 불렀다. 사연이 소개됐지만 엄마 소식은 아직 없다.

김 씨는“엄마가 두 분이다. 낳아주신 분, 길러주신 분. 길러주신 엄마는 오래 전 세상을 떠나셨다”며“낳아주신 엄마는 아직 살아계실 줄로 믿는다. 아마 85세쯤 되셨을 거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비밀을 안고 있는 김씨가 엄마를 찾는 사연은 한편의 드라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가장 친한 친구로부터“재연아! 니 주워왔다더라”는 말에 충격을 받아 엄마에게 물었고, 말없이 깊은 한숨을 내쉬던 엄마는 김 씨에게 출생의 비밀을 알려주었다.

약초를 캐 사람들에게 팔아 생계를 이어가던 아버지에게 어느 날, 온 몸의 살이 썩어가는 젊은 여자가 찾아와서 약초를 팔라고 했다고 한다. 딸만 여섯인 아버지는 그 여자에게 약초를 줄 테니 아들을 낳아달라고 했다. 말도 안 되는 김재연 씨 아버지의 말에 그녀와 함께 온 할머니는 욕을 퍼붓고는 그냥 가버렸다. 우여곡절 끝에 살이 썩어가던 그 젊은 여자는 약초를 받아 치료를 했고 아들을 낳았다. 그 아들이 바로 김재연씨. 그러나 거기가 끝이었다. 김재연 씨를 낳자마자 생모는 떠나버렸다.

김재연 씨는 낳아주신 엄마의 얼굴도 모른다. 길러주신 엄마는 젖동냥을 해가며 김 씨를 키웠고 세 살 무렵,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길러주신 엄마는 낳은 자식도 아닌 김 씨를 온갖 고생을 해가며 헌신적으로 키웠다.

생모가 김 씨를 찾아오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4살 무렵 자신을 찾아 온 생모에게 길러주신 엄마가 꼬막과 쌀, 콩 등을 싸서 주었는데 어린 김 씨는“저 아줌마에게 왜 이런 걸 주냐”고 하자 생모는 “저 어린 것이 이렇게 모질게 하는데 크면 원망할꺼다”며 다신 오지 않겠다고 했고, 그게 마지막이었다고 한다.

훗날 길러주신 엄마는 생모를 찾아 같이 살지 않겠냐고도 했지만 김 씨는 오히려 화를 내며 길러주신 어머니가 내 어머니니까 어머니만 모시고 살겠다고 했다고 한다. 김 씨는 1996년에 돌아가신 어머니 산소에 수시로 가서 그 은혜에 감사드린다.

골약면 황곡리 금곡마을에서 살았던 김 씨는 그렇게 길러주신 어머니와 이별하자 세월도 흐르고 나이를 먹어가다 보니 낳아주신 엄마가 만나보고 싶었고, 방송국에 사연을 보내 노래자랑에 나가게 됐다.

불우한 환경 속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도 경험하면서 힘든 학창시절을 보내던 김 씨는 뭐든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운동부터 노래, 글솜씨까지 빠지지 않았다.

사실 김재연 씨는 음반을 내고 가수가 되기 전에는 광양읍에서 스튜디오를 오랫동안 운영했던 사진작가였다.

그러던 중 스튜디오에 불이 났고 그동안 틈틈이 써온 글과 사진 등 그의 모든 기록이 불에 타 없어졌다. 하는 일마다 잘 되지 않아 생계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오자 우울했고 죽을 결심도 했지만 어머니 사진을 끌어안고 2시간 동안 통곡을 한 후에‘죽을 마음으로 살아보자’마음먹고 택시 운전을 시작해 8년이나 일했다.

하루하루 돈 버는 재미에 몸이 고장나는 줄도 모르다 뇌경색을 앓았고 자가치유를 위해 침술을 배웠다. 그 때 배운 침술로 지금까지 봉사를 다니고 있다.

다행히 자녀들도 잘 성장했다. 딸은 결혼해서 가정을 꾸렸고 아들은 대기업 연구실에 근무한다. 출생의 비밀부터 순탄치 않았던 김재연 씨 이지만 얼굴은 언제나 편안한 미소가 넘친다.

‘착한사람 착한당신’을 부르는 착한 ‘울보가수’김재연 씨는“남은 생, 이제는 봉사하며 살고 싶다”고 한다.

흔히들 노래에는 그 사람의 인생이 담겨있다고 한다. 엄마 이야기만 나오면 눈물을 흘리는‘울보가수’김재연씨의 노래 속에는 그의 고단한 삶이 녹아있는 것 같다.

씨가 아직 살아계실 생모를 만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가을

가을은 소리 없다가

조용히 사라진다.

그래도 우리는 안다.

자연의 섭리에

붉고 노랗게 물들어가는

단풍을 보며

우리는

가을이라 말한다.

언제나 그랬듯

때가 되면

우리 곁에는

항상 가을이 온다

-詩 김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