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터미널은 평온한데…터미널상가는“제삿날 받은 기분”
임시터미널은 평온한데…터미널상가는“제삿날 받은 기분”
  • 이정교 기자
  • 승인 2019.11.22 18:22
  • 호수 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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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터미널 운영‘25일째’
날 추워져 방한대책 필요
터미널상가 매출 90% ↓
시•시의원 외면에‘분통’
원래 광양터미널의 대합실이 텅 비어있고 어둡다. 건물 전체가 버려진 시설 분위기를 보인다. 이에 반해 임시터미널은 대체로 평온해 보이지만 춥고 쓸쓸한 분위기는 어쩔 수 없다.
원래 광양터미널의 대합실이 텅 비어있고 어둡다. 건물 전체가 버려진 시설 분위기를 보인다. 이에 반해 임시터미널은 대체로 평온해 보이지만 춥고 쓸쓸한 분위기는 어쩔 수 없다.

광양시가 광양·중마 시외버스터미널 운영사와의 갈등으로 이달부터 임시터미널을 운영 중이다.

시유지인 중마터미널은 별다른 변화 없이 운영되고 있지만, 임시터미널은 갈수록 쌀쌀해지는 날씨에 시민들의 불편이 늘어나고 있다.

중마터미널 일평균 이용객은 1300여명, 광양읍 590명으로 임시운영 전후와 비교해 승객 감소 등의 차이도 미미하다.

시는 무엇보다 조기정상화를 최우선 목표로 하겠다는 방침이고,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됨에 따라 임시터미널에 난방장치와 컨테이너를 추가할 계획이다.

보도블록 정비와 통행로에 바람막이용 캐노피 설치공사도 12월 초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지난 19일에는 정현복 시장이‘현장행정의 날’로 광양읍 임시터미널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사업자 측과 시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지난 21일 임시터미널과 광양터미널 2곳을 둘러봤다.

어둡고, 썰렁한 광양터미널

원래 광양터미널의 승강장은 시외버스가 더 이상 들어오지 않아 지금은 상가 입주자들의 차가 주차되어 있다. 어두컴컴한 대합실은 사람 온기가 전혀 없고, TV만 켜져 있다.

총 7곳의 상가가 입주해 있지만, 이중 분식집 1곳은 폐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남은 곳들 중 일부 폐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

입주자들의 하루일과는 곳곳에 모여서 신세를 한탄하는 게 전부다. 하루 종일 가게 문을 열어도 오는 손님이 없고, 가끔 오는 손님은 임시터미널이 어디냐는 질문만 할 뿐이다.

장사도 안 되는데 임시터미널 안내까지 하려니 죽을 맛이다.

매일매일 유통기한이 지난 폐기품목과 버려지는 음식도 늘어난다.

입주상가는 운영중지 사태 이후 최소 50%에서 90% 가량 매출이 줄었다. 아르바이트 인원도 줄였고, 근무시간도 줄였다.

안전도 문제다. 이전에도 밤에 일부 노숙자가 있었지만, 현재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 입주자가 여성이다 보니 불안감이 더하다. 입주자들은 이전보다 몇 시간 더 빨리, 같이 가게 문을 닫는다. 혼자 남기 무섭기 때문이다.

시를 찾아가면 사업자와 이야기하라고 하고, 사업자는 시와 이야기하라고 떠민다. 입주자 모두가“제삿날 받은 기분”이라고 말한다.

복권 매장을 운영하는 입주자는“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3~4명 지나갈까 말까”라며“대합실에 혼자 있으려니 무섭기도 하고, 햇빛이라도 보려고 매장 창문을 가렸던 전단지를 조금 뜯어냈다”고 말했다.

분식집을 운영하는 입주자는 “입주자 모두 전혀 모르고 있던 상황에서 당했다”며“모두 폐업 직전이고, 넋 놓고 앉아있는 게 일상”이라고 덧붙였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입주자는“운영중지 3일 전부터 매출이 70%이상 떨어졌는데 영문을 몰랐다”며“당일은 현금 매출 11만원 뿐 이었는데, 은행을 가다가 참담해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이어“시장에게 하소연하고 싶어 시청을 갔는데 만나지 못했고, 담당 국장이라는 사람과의 면담은 고작 3분 이었다”며“그 와중에 시장이 임시터미널은 둘러보고, 우리에게는 오지 않아 분개했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후에도 시 실무자, 시장, 시의원 누구도 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가구점을 운영하는 입주자는“오는 손님 자체가 없고, 지인들이 동정심에 사주면 자괴감까지 들었다”며“다 망해서 상가 내놨다는 뜬소문이 돌아 문의전화가 오는데 이미 난 상처를 후벼 파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8년간 매표소에서 근무하다 해직당한 전 직원은“해고 이후에도 며칠은 새벽부터 나와서 임시터미널 안내만 했다”며“안내를 하다 너무 힘들어서 숨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일자리가 없어 하루일과는 상가를 찾아와 서로 위로하는 게 전부”라며“시와 사업자의 싸움에 왜 우리가 피해를 본건지 아직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휑하고 어수선한

80년대 느낌 임시터미널

임시터미널의 풍경은 흡사 80년대와 같다. 간이 의자에 승객들이 옹기종기 앉아 찬바람을 맞는다. 바람이 조금 강할 때면 임시로 세워둔 승차홈 배너가 쓰러진다.

며칠 전 비가 왔을 때는 별다른 비가림 시설이 없어 승객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일부 승객은 욕설도 내뱉었다. 외지인은 임시터미널 앞에 있고, 만나야 하는 시민은 광양터미널 앞에 있으면서 서로 터미널 앞이라고 다투기도 했다.

사방이 트여 있어선지 승객들이 보도를 넘나들며 곳곳을 돌아다닌다. 건너편 인동숲은 어르신들이 나와 대화를 나누고, 어디에선가 나온 아주머니들이 어르신들께 가져온 음식을 대접한다. 가끔 승용차가 시외버스 진·출입로로 들어서려 하면 경광봉을 휘저어가며 막기도 한다.

현재 15개 운송사로 꾸려진 운송사 대표단이 읍과 중마터미널을 임시 운영 중이다. 금호고속은 본사 직원과 순천권역 직원을 파견하고, 아르바이트 인원을 고용해 발권과 안전관리, 택배 업무 등을 진행하고 있다.

첫날은 전산처리가 불가해 수기로 적어가며 승차권을 판매했고, 현재는 5명이 교대로 근무 중이다.

종합적인 임시 승차홈이 있지만 때에 따라 7대 가량의 버스가 동시에 들어오면 승차홈과 관계없이 선착순으로 승객을 실어 나른다.

택시 업계는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고, 기존 터미널 사업자의 갑질이 없으니 편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시민은“날씨가 쌀쌀한데 앉아있으면 추워서 서있는 게 낫다”며“지금은 어느 터미널을 이용해도 별 차이가 없지만 추운 바람은 좀 막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