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도 못하는 1000만원 짜리‘이동식 비데기’
사용도 못하는 1000만원 짜리‘이동식 비데기’
  • 이정교 기자
  • 승인 2019.12.06 19:20
  • 호수 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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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 막힘·통증 등 불편 호소
市“단기·중장기 개선해갈 것”

백성호 의원, 행정감사서 질타
“어르신 대상 실험하지 말라”
사진출처=제조사 홈페이지 캡쳐.

광양시가 지역 내 노인요양원 및 사회적약자 가정에 보급한‘배설케어로봇’이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원래‘배설케어로봇’은 사용자의 배설을 감지해 연결된 호스로 대·소변을 빨아들이고, 항문 세정 및 건조를 돕는 기능을 갖췄다. 탈취필터를 거쳐 냄새도 줄일 수 있게 설계됐다.

그러나 대변이 굵으면 호스가 막히거나, 오랜 병상생활을 한 어르신들 특성상 탈착부위에 살이 없어 통증을 호소하는 등 문제가 이어졌다. 재질 때문에 일부 피부 짓무름도 나타났다.

의사 표현이 가능한 어르신의 경우, 신체의 개인편차가 심한 이유로 착용에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지역 내 요양원 9곳과 개인주택 5곳에 배설케어로봇 총 64대가 보급됐지만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곳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로봇 한 대당 약 1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돼 낭비라는 지적도 따른다.

실제로 백성호 시의원이 지난달 29일 로봇이 5개 이상 보급된 요양원을 현장 확인한 결과, 대부분이 이동식 비데기로 활용하거나 재포장 후 별도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러하지만 시는 전체 회수 후 정비가 아닌 단기·중장기로 나눠 개선해 나간다는 입장이어서, 지난 4일 광양시의회 총무위원회 행정사무감사 정책질의에서 백 의원의 강한 질타를 받았다.

백 의원은“보급된 요양원 중 5대 이상 보급된 곳들을 다녀보니 이동식 비데기 정도로만 활용하고 있다”며“대당 1000만원 꼴인데 단 한 대도 원래 목적에 부합하지 않고, 보완을 하더라고 목적대로 활용이 어려워 보이는데 반납 계획이 있느냐”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의욕적으로 시작했지만 본 목적에 부합하지 않아 아쉽고, 3개월 정도 개선기한을 줄 것”이라며“현재는 회음부 케어 용도로 활용 중인데 수행·공급기관과 토론해 기한을 정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백 의원은“개선책을 찾는 건 좋지만 환자들을 대상으로 고쳐나간다는 게 상당히 불쾌하다”며“요양원 보호자 입장에서 보면 지역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실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전국 최초라며 위험부담을 안고 했는데 활용도 안됐다. 예산회수 및 반납조치를 고려하라”며“어차피 그렇게 쓰고 있는데, 차라리 회수한 돈으로 이동식 비데기 사서 지급하라. 3개월 말했는데 기한을 정확히 정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로봇활용 사회적약자 편익지원사업은 전남테크노파크가 주관하고, 광양시와 (주)큐라코, (주)스튜디오크로스컬쳐가 참여했다.

배설케어로봇 64대, 부모사랑효돌이 300대를 지역 내 보급하는데 투입된 예산은 10억원이다.

이 가운데 배설케어로봇은 제구실을 못하고 있지만 부모사랑효돌이는 어르신들 반응이 좋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