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단장 없는 축구단, 명문구단 될 수 있나
[발행인 칼럼] 단장 없는 축구단, 명문구단 될 수 있나
  • 김양환 기자
  • 승인 2019.12.20 19:12
  • 호수 8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양환 발행인
김양환 발행인

드래곤즈는 왜 침체기를 겪고 있을까. 기업구단인 드래곤즈가 지난해에는 2부로 강등됐고, 올해는 2부에서도 중위권에 머무르면서 최악의 시즌을 마무리했다.

지난해 2부로 강등될 때만해도 올해는 다시 1부로 올라가겠다는 구단의 의지도 있었고, 팬들도 승격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2부 리그도 만만찮은 실력임을 실감해야 했다.

94년 창단한 드래곤즈는 97년 리그 2위를 기록한 것이 최고의 성적이고, FA컵에서 2번의 우승이 이력서에 쓸 수 있는 기록일 뿐이다.

사장은 지난 16일 창단 25주년 기념식에서 2017년부터 올해 까지를 침체기로 진단했다. 그러면서 장기계획을 직접 발표하고 도약 의지를 다졌다. 경기력 뿐 만아니라 팬들과의 소통도 크게 강조했다. 계획대로 되면 제2의 황금기를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조 사장의 장기발전 계획을 들으면서 과연 드래곤즈의 황금시대가 올 것인가에는 선뜻 동의하기가 어려웠다. 선수들이 뛰는 운동장에서나 선수를 지원하는 구단 운영을 보면서 근본적인 문제는 느끼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에서다.

우선 구단의 연속성이 없다. 사장이 바뀌면 구단 운영 시스템이 바뀌고 그러다보니 선수단과 스태프의 호흡을 맞추는데 시간이 걸린다. 그래도 사장이 연임을 하는 시즌은 덜하지만, 사장이 바뀔 경우는 이미 시즌이 시작되기 전인 연말에 팀의 리빌딩이 거의 마무리 되고 난 뒤인 다음해 2월경에 사장이 임명되기 때문에 그 시즌은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다.

그래도 단장이라도 있으면 사장이 바뀐다 해도 구단 운영에 연속성이 있겠지만, 단장이 없으니 축구와는 거리가 먼 포스코 임원 출신 사장이 축구단을 이해하고 경영 전략을 세우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2부로 강등된 최근 2년을 보면 구단 운영의 미숙함을 알 수 있다. 전 사장인 신승재 사장은 2017년 2월 부임했다. 노상래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자진 사퇴하자, 그해 12월 유상철 감독을 영입했다. 하지만 2018년 시즌의 성적은 좋지 않았고, 8개월 만에 유 감독을 경질하고 구단의 전력강화실장으로 있던 김인환 감독 대행을 선임했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2부로 강등됐다.

강등 이후 신 사장은 전경준, 김남일 등의 코치진을 영입하고, 외국인 감독인 파비아노와 계약을 추진 중인 2019년 2월 현 조청명 사장과 자리를 바꿨다. 취임 후 조 사장은 파비아노를 감독으로 선임했다. 한국 축구의 정서를 모르는 외국인 감독이 선수와 코치진이 다 채워진 상황에서 무슨 성적을 낼 것이라고 기대한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결국 7월말 파비아노를 경질하고 전경준 감독 대행 체제로 올 시즌을 마쳤다.

조 사장은 3년 안에 1부로 승격하고 ACL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 사장의 임기는 점칠 수 없으나 사장이 바뀌면 구단은 사장의 스타일에 따라 새로운 시도를 할 것이다. 이런 일들이 몇 년을 주기로 반복되기 때문에 드래곤즈의 미래는 알 수 없다.

드래곤즈는 2013년 이후 단장 제도를 없애고 운영하고 있다. 그때까지 단장의 자리는 지역의 체육계인사가 선임되어 지역과 구단의 가교역할 뿐 아니라 구단의 연속성을 이어가는 역할을 해 왔지만, 포스코는 지역 인사 선임 과정의 어려움을 들어 아직 까지 단장 없는 축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축구든 야구든 스포츠 구단은 단장이 있다. 단장의 역할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는 포스코의 생각이 드래곤즈의 성적을 기대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축구 구단만 만들어 놓고 지역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드래곤즈의 성적은 물론 지역민의 사랑을 받는 축구단이 되기는 어렵다. 조 사장의 노력에 포스코도 힘을 실어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