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박새를 기다리는 남자’ 소재민 사진작가
‘동박새를 기다리는 남자’ 소재민 사진작가
  • 김영신 기자
  • 승인 2020.02.28 18:27
  • 호수 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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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박새, 박새, 딱새, 직박구리 등
마동 저수지 인근, 새 날아들어

 

마동저수지 인근에 가면 오전 9시반부터 오후 4시까지 눈이 빠지도록 무언가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삼각대에 두 개의 카메라와 새소리가 녹음된 작은 녹음기를 나뭇가지 위에 설치하고 새가 날아가지 않고 잠시라도 머무를 수 있도록 낮은 울타리도 쳐놨다. 그리고 숲속에 나뒹구는 나무 밑 둥을 찾아 지지대에 올리고 꿀을 잔뜩 바른 매화 가지와 새가 좋아하는 벌레와 콩 등 먹이를 올려놓았다.

도대체 뭘 하려고 그런 것일까?

저수지 인근 인적이 뜸한 한적한 곳에서 만난 이 사람은 바로 소재민 사진작가다.

지난달 27일, 소 작가는 3주전부터 이곳에 와서 새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새가 날아와 매화가지에 앉아 노니는 그 찰나를 놓치지 않는다.

그가 그토록 기다리는 것은 바로 작고 아름다운 ‘동박새’ 다.

 

소 작가가 이곳에서 새를 기다리게 된 것은 여수 자산공원 촬영을 가서 아이디어를 얻어온 것.

소 작가는 “여수 자산공원에 가보니 새를 촬영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놨었는데 사진 찍는 사람들이 무질서하게 환경을 어지럽히는 바람에 민원이 쇄도해 철거해버려서 아쉬웠다”며“광양에도 그런 곳이 있을까 하고 동백림도 가봤지만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서 새들이 머물지 않아 이 곳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소 작가는 “이곳은 동박새 말고도 박새, 딱새, 직박구리가 날아온다. 이 중 직박구리가 가장 몸집이 큰데 매화가지에 앉아 노니는 동박새를 쫓아내는 ‘터줏대감’노릇을 한다. 재미있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