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코로나19에 무너진, 문화산업의 역설
[문화칼럼] 코로나19에 무너진, 문화산업의 역설
  • 광양뉴스
  • 승인 2020.03.20 17:45
  • 호수 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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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북구
(재)나주시 천연염색문화재단 운영국장
허북구
(재)나주시 천연염색문화재단 운영국장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이하 코로나 19)의 습격이 거침없다. 지난해 말 중국 후베이성(湖北省) 우한(武漢, Wuhan)에서 처음 발생한 코로나19. 불과 3개여월 만에 지구촌 곳곳을 습격하고 있다.

공격은 파상적이며, 인류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적은 눈에 보이지 않고, 준비된 총알(약)은 없기 때문이다. 사상자는 곳곳에서 늘어나고 있다.

이 기괴한 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사람들은 흩어지고 있다. 모이면 공격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먼저 공격을 받은 한국에서는 많은 박물관과 문화시설이 휴관을 했다. 개학도 연기해서 모이는 것을 피하고 있다.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있다. 출장과 외출을 삼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 한국을 보며 여유를 부렸던 나라들도 내 코가 석자가 되었다.

호기로운 척했던 나라들도 해외 관문의 빗장을 잠그고 있다.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이동과 집회를 제한하고 있다. 그 여파의 첫 희생자가 문화 예술 산업이다.

프랑스 문화 관광의 중심 루브르 박물관은 휴관했다. 베르사이유 궁전, 에펠탑도 폐쇄되었다. 베네치아의 유명 현대 미술관인 페기 구겐하임 박물관, 밀라노에 있는 세계 최고의 오페라 공연장 라 스칼라도 휴관 중이다. 일본 도쿄의 상징 도쿄 스카이트리(634m 높이)도 문을 닫았다.

미국의 LA현대미술관(MOCA) 등 많은 미술관과 문화시설도 문을 닫았다. 뉴욕시의 대표 축제인 세인트 패트릭스 데이 퍼레이드는 258년 역사상 처음으로 취소되었다.

카네기홀의 공연은 중단됐고, 메트로폴리탄 박물관도 휴관했다. 뉴욕의 유명 관광지인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4월 12일까지 볼 수 없게 됐다.

브로드웨이의 지난 시즌 집객 인원은 1480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매출은 2000억원이 넘기 때문에 엄청난 경제적 타격이 예상된다.

코로나19의 공격 앞에 문화산업은 이처럼 맥없이 무너지고 있다. 제조업은 상대적으로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곳들이 많다.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선진국일수록 GDP(국내 총생산)에서 제조업 비율은 낮다. 게다가 기계화, 자동화의 진행에 따라 고용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제조업은 GDP의 12%이며, 고용 점유율은 8%이다. 이에 비해 숙박(호텔), 음식 서비스업은 GDP의 3%에 불과하지만 고용 점유율은 9%로 높다. 기타 서비스의 GDP는 2%이며, 고용은 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GDP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3차 산업(문화산업 포함)의 고용 점유율은 90% 이상이다.

제조업은 생산과 사용공간이 분리된다. 3차 산업은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특징이 있다.

가령, 광양 매화꽃을 보려면 광양을 가야한다. 영상을 통해 볼 수 있지만 현장감이 없다. 광양 숯불구이를 먹으려면 광양에서 먹어야 한다. 홈쇼핑 등을 통해 구입해 먹을 수 있으나 광양숯불구이 집에서 먹는 맛이 살아나지 않는다.

문화 및 서비스 산업은 이처럼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성립하고 성장한다. 그런데 코로나19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모임이 규제되고 있다. 그 결과 고용율과 소비율이 떨어지고 있다. 소비율이 낮아지니 제조업 또한 판로가 적어 정상 가동이 어렵게 되고 있다.

외출과 문화 활동이 줄어듦에 따라 사람들의 마음도 답답하고 거칠어지고 있다.

쉬지 않고 전달되는 코로나19 보도와 소셜미디어에 따른 피로감도 누적되고 있다.

코로나19에 문화산업이 무너지자 역설적으로 경제적 및 정신적으로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셈이다. 이 역설 앞에 선 지금, 광양시에서는 광양의 문화관광 산업에 대해서 반추해 보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