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방지축 귀농 일기 [29] ‘광양신문 덕’에 방송 출연 하다
천방지축 귀농 일기 [29] ‘광양신문 덕’에 방송 출연 하다
  • 광양뉴스
  • 승인 2020.03.20 17:48
  • 호수 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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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식 시민기자
이우식 시민기자

며칠 전 방송에 출연할 기회가 있었다. 방송 소재를 찾던 작가가 광양신문의‘천방지축 귀농일기’를 재미있게 읽어봤다며 연락이 왔다.

그날 발언했던 내용을 옮겨 본다.

A 현재 어떤 종류의 농사를 짓나요

◁ 고사리가 주 작목이구요. 감 농사와 밤, 고추도 합니다. 틈새 소득 작목으로 산초와 초피나무도 심어 놓고 키우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를 하는 이유는 노동력을 분산시키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고정수입이 없기 때문에 계절별로 꾸준히 소득을 창출하기 위해서 입니다.

▷ 귀농 하실 때 농사 경험이 전혀 없으셨다는데

◁ 농사일을 할 기회가 별로 없었습니다. 위로 형님이 세분 계시는데 논밭이 많지 않아서 저 까지 들판에 나갈 기회는 별로 없었습니다. 농사가 힘들다는 걸 몰랐던 겁니다. 힘든 줄 알았다면 도전하지 않았을 겁니다.

농사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귀농 초기에 재미있는 일이 참 많았습니다. 여기 저기 보이는 둥글레를 캐다가 밭에다 옮겨 심어놓고 열심히 키웠어요. 이듬해 이웃 농가의 어르신께서 지나가다가 “어이 이샌, 뭔 풀을 이렇게 많이 심어 놨능가?”이렇게 말씀 하시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둥글레라고 캐다 심은 게‘애기나리’라는 풀이었던 거예요. 줄기와 잎이 둥글레와 똑 같이 생겨서 익숙하지 않으면 구분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얼마나 부끄러웠던지.

▷ 귀농하는 분들의 가장 힘든 부분이 지역주민과의 관계라는데 어떻게 극복 하셨나요

◁ 자신을 낮추고 비우면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마을 행사와 애경사에 열심히 참여하고, 연배가 비슷한 선후배들과 잘 어울리다 보면 외롭지 않습니다. 귀농인들 대부분이 은퇴 시기가 되면 자신이 속했던 조직의 정점에 있었잖아요. 현역 시절의 그 습관과 권위를 버리지 않으면 안 됩니다. 지역 주민과의 불화와 갈등이 귀농 실패의 가장 큰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 귀농일기를 신문에 쓰게 된 계기는

◁ 제가 살아가는 모습을 SNS를 통해 노출을 시키고 있습니다.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글을 읽어보신 신문사 사장님께서 연락을 주셨어요. 제가 쓴 글을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신다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죠. 고맙게 받아 들였습니다.

▷ 지난 8~9년간 농사지으면서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 우리 마을에 고사리 작목반이 있습니다. 14농가가 참여하고 있는데 친환경 무농약 인증을 받았어요. 마을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어서 좋았구요.‘광양시 귀농 귀촌 협회’초대회장을 맡아 3년 동안 활동했던 일이 오랫동안 추억에 남을 거 같습니다.

▷ 지난해 말 농림식품부장관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소감을 말씀해 주시죠

◁ 저에게 과분한 상입니다. 농사꾼으로 계속 살아가라는 임명장을 받은 걸로 생각돼서 부담되고 부끄럽습니다.

▷ 농부 이우식에게‘농부’로 산다는 건 어떤 의미 인가요

◁ 그동안 참 많은 일을 하며 살았습니다. 이제 적성에 맞는 일을 찾은 거 같습니다. 열심히 하면 넉넉하지는 않지만, 부족하지도 않은 직업이 농부의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년이 없는 직업이라서 더 좋구요. 참 잘 선택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후회는 없습니다.

▷ 귀농 귀촌을 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사전에 준비를 잘 하셔야 합니다. 귀농 교육은 필수입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가 있거든요. 공기 좋은 시골에서 유유자적하며 막걸리 잔이나 기울이며 산다는 장미빛 환상은 버려야 합니다. 몸이 부서져라 일 할 각오가 돼 있어야 합니다.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귀농할 때 다 가져와도 되지만 욕심만큼은 놔두고 와야 한다”라는 말입니다. 비우고 버리면 살 수 있지만 욕심을 내서는 살기 힘든 곳이 농촌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