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갈림길에 선 한국의 과제
[교육칼럼] 갈림길에 선 한국의 과제
  • 광양뉴스
  • 승인 2020.03.27 17:35
  • 호수 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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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섭
전 광양여중 교장
김광섭
전 광양여중 교장

인간은 자연을 정복하고 살아남기 위해 문명을 만들었다. 그러나 때로는 그 문명도 자연의 위력 앞에 마치 바닷가의 모래성처럼 파도가 밀려오면 어이없이 무너지기도 한다.

지금 전 세계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pandemic)으로 일상의 삶이 무너지고 있다. 중국에 이어 유럽이 그러하며 미국은 최고의 재난에 준해 정부가 움직이고 있지만 확진자는 증가하고 있다. 세계 축제인 올림픽도 역사상 최초로 연기될 만큼 파괴적인 여세다.

우리 상황도 결코 만만치 않다. 개교와 입학식이 세 번이나 연기되어 학교는 지금 적막 강산이 되었다. 하루빨리 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4월 6일 개학도 어려울 수 있다.

부모와 아이들이 장기간 가정에서 계속 생활하다보니 학교가 그립다는 아이도 있고, 힘들다는 부모의 소리도 들려 온다. 급기야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1일 다시 강도 높은‘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자고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선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돌이켜 보면 인간은 날카로운 발톱이나 이, 두꺼운 가죽이나 털도 없는데 종들 간의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 남았고, 지구를 지배하게 된 것은 생존을 위해 변화에 적응하려는 의지와 능력 때문이었다. 만약 인간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면 다른 종들처럼 멸종되었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전염병 확산이라는 새로운 도전 앞에 서 있다. 영국의 역사학자 토인비는 자신의 역사이론인‘도전과 응전’의 법칙에서‘가혹한 환경이 문명을 낳고 인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었다’라고 한 역사기록을 봐도 그렇다. 자연조건이 지나치게 좋은 환경에서는 문명이 나타나지 않았다.

척박한 환경에 적응해서 문명을 일으킨 자연환경은 안락한 환경이 아니라 대부분 가혹한 환경이었다.

고대문명과 세계 종교의 발상지가 모두 척박한 땅이었다는 것이 이를 입증하지 않는가!

미국 정신의 종언(The Closing of American Mind)을 쓴 블룸 교수는 교육은 인간을 살릴 수도 있고 패망하도록 할 수도 있다는 말을 한 바 있다. 교육은 희망이 될 수도 있고, 이 희망과 꿈을 좌절시킬 수 있는 소지도 있다는 의미이다.

지금껏 우리 국민은 교육이 곧 희망이라고 하는 신념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런 덕분인지 불안한 상황이었지만 미국 등 선진국에서 벌어지는 사재기가 없는 나라, 우리 국민들의 시민의식 성장을 세계에 증명하므로 대한민국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또 우리는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IMF 경제 위기, 글로벌 금융 위기 등을 접하면서 우리의 삶의 기반이 언제라도 붕괴될 수 있고, 그런 상황에 대한 준비가 필요함을 깨달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민, 관, 군의 생존 대비와 교육은 부족하고 형식적이기 짝이 없다. 앞으로 더 큰 재난이 없으리라고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제 우리는 이 위기가 지나면 재난에 대비하는 교육을 다시 성찰해 봐야 한다. 정신면에서 무엇보다 정보를 보내는 정책 책임자와 이를 받아 실천하는 국민 사이에 신뢰관계가 높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가는 물론 언론, 지도자들의 국민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가치가 우선이다.

특히 총선거를 앞두고 이를 정치적으로 판단하고 자기 편의적 해석으로 국민을 혼동스럽게 하는 일은 피해야 할 것이다.

한편 많은 사람들은 IT기술의 발달로 지식 전달 교육은 영상매체나 온라인 강의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는 것 같다. 이제 교사는 수업을 재구성하거나 온라인 강의 보조 안내자 역할을 하면 된다는 낙관적 기대를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기초를 잡는 초ㆍ중등교육에서 이는 허상일 수 있다. 어려서부터 흥미와 적성을 모르고 타인에 의존해 교육받은 아이들에게는 열기 어려운 닫힌 문이 아닐 수 없다.

부모와 아이의 소통이 막히고 학교와 교사간 신뢰 부족으로 교사가 현장에서 시켜도 하지 않은 공부를 제 스스로 하리라는 기대를 하기 전에 어려서부터 학습 생태계를 바로 잡아주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겪고 있는 코르나19 위기는 우리가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