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례문화예술촌을 가다’ 양곡창고가 예술촌으로 재탄생
‘삼례문화예술촌을 가다’ 양곡창고가 예술촌으로 재탄생
  • 김영신 기자
  • 승인 2020.03.27 17:41
  • 호수 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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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디지털체험관, 소극장, 문화카페, 목공소, 책 공방
장르별 예술전시, 공연, 어린이•청소년 위한 예술교육 체험
주민 누구나 함께하는 복합 문화예술 공간으로 활용

광양읍 옛 광양역사 앞 대한통운창고가 6월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도립미술관 개관에 맞춰 10월 중 개관한다.

시는 이를 전후해 시민문화의 씨앗을 심을 시민 운영자 프로그램을 모집한다.

아직은 가칭 광양예술창고로 불리는 이 공간이 문화예술공간으로서 얼마만큼의 역할을 해낼까 기대가 된다. 광양예술창고처럼 오래된 창고나 건물의 외부를 그대로 둔 채 내부공간을 주제에 맞게 개조해 활용하는‘폐시설의 변신’이 새로운 문화트랜드로 인식된 지 오래다.

전주의 팔복예술공장과 완주군 삼례문화예술촌 등이 그런 조건을 충족시킨다.

지난 21일, 코로나19로‘발이 묶인’ 현실이 답답해‘큰 맘’먹고 집을 나섰다.

도착한 곳은 삼례문화예술촌. 역시나‘코로나19로 휴관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어 잠시 실망스러웠으나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 여겼다.

삼례예술촌은 전북 완주군 간이역 삼례역 옆에 있다.

별도의 출입문이 없는 예술촌 입구에 서니‘사랑해요 삼례’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삼례예술창고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대지주 시라세이가 1926년 세운 이엽사농장 양곡창고였다. 완주지방의 식민농업회사인 전북농장, 조선농장, 공축농원과 함께 수탈의 전위대 역할을 했던 곳으로 전해지고 있다.

만경강 상류에 위치해 토지가 비옥하고 기후가 온화한 만경평야의 일원을 이루는 삼례지역은 인근 군산, 익산, 김제와 함께 양곡수탈의 중심지가 됐다. 당시 삼례 주변 주민들은 밤마다‘한말한섬 한말한섬’수탈을 위한 쌀 세는 소리를 들으며 나라 잃은 슬픔과 배고픈 설움을 눈물로 삼켰다고 한다.

이후로도 삼례양곡창고는 2010년까지 창고로 사용되다가 저장기술 발달 등 환경 변화로 기능을 잃게 되었고 지역 재생을 위해 완주군에서 매입, 문화공간으로 조성하게 된 것이다.

이어 2013년 6월 5일 문화와 예술이라는 새로운 생명을 담은 삼례문화예술촌으로 재탄생했고 2018년 3월 3일,‘삼례를 세계로!, 세계는 삼례로!’라는 목표로 새로운 문화예술공간으로 재개관을 마쳤다.

어울마당을 중심으로 모모미술관, 디지털체험관, 소극장씨어터애니, 체험공간 뭉치, 문화카페 뜨레, 김상림목공소, 책 공방 등 다양한 컨셉으로 구성돼있다.

이 공간들은 장르별 예술전시, 공연,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예술교육 체험 등 주민 누구나 참여하고 즐기는 복합 문화 예술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 모모미술관에서는 미술세계 선정 2018년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바 있는 김제 출신 작가인 전북대 미술학과 박인현 교수의 기획초대전이 4월 26일까지 열리고 있다.

모모미술관은 코로나19같은 특별한 경우 외에는 지역작가 등의 기획전시와 초대전을 계속해서 운영하고 있다는 관계자의 말이다.

햇살 따스한 봄날의 토요일 오후, 인적 드문 예술촌에는 적막이 감돌았다. 이따금씩 삼례역을 통과하는 열차소리만이 정적을 깰 뿐 이었다.

예술촌 앞에서 만난 한 주민은“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주말이면 멀리서도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인데 요즘 너무 조용하다”고 말했다.

수탈의 역사를 간직한 양곡창고가 멋진 예술촌으로 다시 태어난 삼례예술촌 마당에서 광양에 들어 설 가칭) 광양예술창고는 어떤 모습으로 시민들에게 찾아올지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