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온라인 개학…학생·학부모 ‘불안’
사상 초유 온라인 개학…학생·학부모 ‘불안’
  • 이정교 기자
  • 승인 2020.04.03 17:53
  • 호수 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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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 수업방식 ‘제각각 추진’
사교육 횡행 따른 격차 우려
스마트기기 대여·관리도 걱정
광양교육청, 혼란 최소 ‘총력’

코로나19 여파로 교육부가 온라인 개학이라는 사상 초유의 결정을 내린 가운데 원격으로 진행되는 수업방식이 제각각이라 초기에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이 예상된다.

앞서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지난달 31일 브리핑에서“감염병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해 원격 교육의 과감한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오는 9일부터 고3과 중3의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고, 16일부터 고1·2와 중1·2 및 초4~6, 20일부터 초1~3 순으로 진행된다.

유치원은 온라인 개학 없이 등교 개학 때까지 무기한 연기된다. 자세한 등교 개학 시기는 아직 결정된 부분이 없다. 전체적인 학사 일정이 밀린 여파로 올해 수능일도 12월 3일로 연기됐다.

전남도 교육청은 구체적인 원격수업 방식으로 △실시간 쌍방향 화상수업 △콘텐츠 활용 중심 수업 △자기주도 활동 수업 △학교장이 정하는 방법 등으로 나눠 각 학교가 선택적으로 운영케 했다.

원격수업은 각 학교 학급방을 개설해 전남e-학습터·ZOOM·EBS온라인클래스·구글클래스룸 등이 활용된다. 출석은 학교 여건에 따라 실시간 또는 사후 학습보고서·부모확인서 등으로 확인하고, 평가는 등교 개학 후를 원칙으로 하되 쌍방향 수업의 경우 수행평가도 가능하다.

광양교육지원청 역시 원격수업 시스템을 구축하고, 일부 학교는 통학버스를 활용해 학년별로 학교 운동장과 도서관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도 피해가 있는 계층은 파악 후 즉각 지원토록 총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가 일괄적인 매뉴얼이 아닌 큰 틀의 지침만 전달하고, 세부사항은 학교 재량에 맡겨 일부 격차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현재 광양은 초등학교 28곳, 중학교 13곳, 고등학교 9곳 등 총 50개 학교가 온라인 개학을 준비 중이다. 1만7850명의 학생 중 스마트기기를 보유하고 있는 학생은 1만7245명, 대여를 희망하는 학생은 334명으로 전체 학생수에 비해 적은 편이다.

135명의 학생은 원격수업이 불가해 학교 컴퓨터실 활용 등 대체학습을 희망했다. 일부 특수학생은 원격수업을 우선하되 장애유형에 따라 탄력적으로 1:1 가정방문 지도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올해 새롭게 개학하는 한국창의예고는 일반과목은 내준 과제를 확인하고, 실기는 과제를 학생들이 녹음 또는 사진을 찍어 교사가 확인하는 방법이 최선인 상황이다. 학교 측은 더 구체적인 대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각 학교도 마찬가지지만 교사마다 성향에 따라 진행방식이 조금씩 차이가 있다. 수업시간은 초등학교 40분·중학교 45분·고등학교 50분이 보통이고, 온라인강의 콘텐츠를 시청한 뒤 학생이 주도적으로 수행한 과제를 교사가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교사의 재량에 따라 조금 더 자유롭게 하는 교사도 있는 반면, 답글 하나라도 더 달아주려는 교사도 있다. 출석도, 수행평가도 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문제가 따른다.

이 때문에 학교 수업이 부족할 것을 걱정해 학원·과외 등 사교육에 의지하려는 학생·학부모도 늘었다. 가정 형편에 따라 학습 격차가 더욱 벌어질 우려도 있다.

초등학생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이미 온라인으로 일부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반도 있고, 그렇지 않은 반도 있다”며“반별로 교사마다 방식이 달라 엄마들 사이에서는 격차가 생길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학원이나 과외를 더 알아보는 학부모도 많다”며“아이들이 집에서 원활한 수업을 받을지도 걱정이고, 온라인 개학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 당황스럽다”고 덧붙였다.

가정에서 부족한 스마트기기는 학교 보유분이 충분해 대여는 문제가 없을 전망이지만 관리가 문제다. 맞벌이의 경우 아이들만 집에 남아 수업을 듣게 되기 때문에 기기 파손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부모 가정이나 일부 소외계층은 수업을 받기 위해 스마트기기를 다루는 것부터 어렵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 온라인 강의가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의견도 있다.

스마트폰을 활용할 경우 인터넷 무제한 요금제가 아닌 경우 꾸준한 온라인 학습이 어렵다는 문제도 남아있다. 이에 각 학교가 교장 재량으로 소요되는 통신비용을 지출하고, 이후 도교육청에 청구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올해 고3이 된 한 학생은“중학교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동생들이 있는데 집에 컴퓨터가 1대 뿐”이라며“수업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 짧아 제대로 된 수업이 진행될까 걱정하는 친구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친구들과 학교에 가고 싶다는 문자를 자주 주고 받는다”며“코로나19 때문에 집에서 과제만 하다 보니 공부에 대한 불안감만 커진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