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모습 그대로 봐 주세요”
“있는 모습 그대로 봐 주세요”
  • 이정교 기자
  • 승인 2020.04.13 09:00
  • 호수 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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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 활용한 카페 창업 준비 중
25년째 투렛증후군 김은영 대표

김은영 대표는 광양읍에서 디저트카페‘매실꽃달아’창업 준비에 한창이다. 그녀는 남들과는 조금 다르다. 무의식적인 행동과 말을 반복하는 일명 틱장애, 투렛증후군을 오래도록 앓고 있다.

10살 무렵 음성 틱장애로 시작해 중학생이 됐을 때는 행동 틱까지 복합적으로 반복됐다. 당시는 병원을 가도 마땅한 약을 받지 못했다. 의사들도 정확한 병명을 몰랐기 때문에 정신과에서 신경안정제만 처방받았다.

성인이 되고는 조금 더 힘들어졌다. 반복되는 틱장애 때문에 취업이 쉽지 않았다. 이력서를 들고 돌아다녀도 일을 시키는 곳이 드물었다. 틱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할수록 더 심하게 반복됐다.

누군가는 대놓고“당신 같은 장애인에게 무슨 일을 시키겠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투렛증후군은 장애로 인정받지 않는 사각지대에 있다. 그녀는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아닌 그 어딘가에서 25년을 보냈다.

부모에게서 독립한 지 10여년. 그 사이에 어린이집에서 보조로 일해보기도 하고, 사회복지사 일도 했지만 길진 않았다. 한 직장에서 가장 길게 일했던 기간은 1년하고도 11개월이었다.

김 대표는 사람을 좋아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누군가는 거부의 시선으로, 누군가는 동정의 시선이었다. 그녀는 그때마다 더욱 작아졌다.

그럼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나만의 가게를 갖고, 사람들에게 내가 만든 무언가를 파는 일. 남들에게는 평범한 일인 서류를 작성하고, 물건을 담고, 요리를 하는 게 그녀에겐 쉽지 않았지만 오랜 노력 끝에 꿈이 가까워졌다.

전라남도 향토자원 활용 청년창업 지원사업에 선정돼 지난해부터 창업에 도전 중이다. 다압면에서 할아버지 때부터 매실과 감 농사를 지어왔기 때문에 매실을 활용한 디저트를 생각해 냈다.

매장 이름은‘매실꽃달아’. 매실과 유산균만 넣은 플레인요거트와 초콜릿 안에 매실과육이 들어있는 매실초콜릿.

이밖에도 여름을 겨냥한 △매실스파클링 △매실젤리스무디 △매실꽃아이스크림 등도 개발했다. 물론 매실액기스와 매실장아찌도 있다.

올 여름 오픈 예정으로 매장 인테리어와 메뉴 개발은 이미 끝냈지만 김 대표는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계속 레시피를 더 다듬어보고 연구 중이다.

김 대표는“틱장애만 있을 뿐 같은 사람이고, 의지와 상관없이 나타나는 행동인 만큼 오해하지 말아 달라”며 “위로와 안타까움을 건네기보다, 있는 그대로 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