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칼럼] 반부논어(半部論語) : 반 권의 논어로 천하를 다스린다
[고전칼럼] 반부논어(半部論語) : 반 권의 논어로 천하를 다스린다
  • 광양뉴스
  • 승인 2020.04.17 15:28
  • 호수 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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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일
연관단지 대한시멘트 1공장
이경일 연관단지 대한시멘트 1공장

자신의 지식을 겸손하게 이르거나 학문의 중요함을 말하는 고사로 송나라 나대경(羅大經)이 쓴 학림옥로(鶴林玉露)에 나오는 말이다.

송(北宋)나라를 10세기에 건국한 태조 조광윤(趙匡胤)을 도와 천하를 통일하는데 큰 공을 세운 사람 중에 조보(趙普)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가 어려서는 무인기질이 있었고 학문에는 별관심이 없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장군이 되어 천하통일 하는데 적지 않은 공으로 인하여 중책을 맡게 되었다. 초기에는 실력이나 경험이 부족해서 정치를 하는데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높은 직책을 맡고 보니 주위사람들의 시기질투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도 조보는 이에 굴(屈)하지 않고 두문불출 하며 공부를 하고 자기가 쓰는 방은 누구든지 출입을 금지시켰다.

자식들이 볼 때 아버지가 아주 좋은 비장(秘藏)의 책을 숨겨두고 혼자만 보시기 때문에 아주 대단한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태조 조광윤의 뒤를 이은 왕은 아들이 아닌 동생 태종(太宗) 조광의(趙匡義) 인데 조보는 청렴하고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는 공로를 인정받아 연이어서 재상(宰相) 직을 맡게 된다.

그를 반대하고 시기하는 사람들은 조보는 출신성분이 분명치 않으며 공부는《논어》밖에 하지 못해 무식(無識)하여 재상자리를 감당하기에는 부적합 하다고 비방(誹謗)했었다.

그러나 태종은 이런 말을 듣고도 아랑곳 하지 않고 조보를 직접 불러 정말로 논어밖에 읽은 책이 없냐고 묻자 조보는 숨김없이 대답했다. “신이 평생에 아는 바는 진실로 논어를 넘지 못합니다. 그러나 전에 이미 그 절반으로 태조께서 천하를 평정하시는데 보필 했고 이제는 그 나머지 반으로써 폐하께서 태평성세를 이룩하시는 곳에 보필하고자 합니다” 라고 대답하였다.

태종은 반대파의 세력을 무시하고 조보를 재상에 임명했다. 그는 주위사람들의 말과 달리 정치를 매우 잘해서 명재상으로 손꼽히는 인물이 되었다. 서기992년 조보가 너무 늙고 병들어 재상 직을 수행 할 수 없어 떠나자 태종은 그를 위국공(衛國公)에 봉(封)했다.

그해 7월 조보가 세상을 떠났을 때 자식들은 유품(遺品)을 정리하면서 큰 기대를 했다.

무장 출신으로 배운 것이 없던 사람이 날마다 감춰 놓은 어떤 책을 보며 명재상 소리를 들었을까.

정말 비장의 무기가 있을 것으로 기대도 컷을 것이다. 그런데 숨겨놓은 비장의 무기는 아무리 찾아봐도 논어 한 권 밖에 없었다. 그래서‘반부논어’란 말이 알려지게 되었다. 조보는 논어 반 권(半卷) 으로 신념과 지혜를 세워 명재상으로 훌륭한 업적을 남겼던 것이다.

그 뒤‘반부논어’는 논어 공부의 중요함이나 지식의 겸손함을 표현하는 말로 널리 사용되게 되었다. 반부논어치천하 (半部論語治天下)라고 많이 쓰였다. 그럼 논어가 무슨 책이기에 재상이라는 중책을 맡고서도 논어 절반으로 정치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는 말인가. 유가경전에서 논어를 모르면 과거시험을 볼 수 없었다. 중국은 물론이고 우리 조선에서도 과거 외에 지방 시험인 초시에도 필독서였다.

논어의 내용을 대강 살펴보면 제(齊)나라 경공과의 대화에서‘군군신신(君君臣臣) 부부자자(父父子子)’라는 말이 나온다.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는 말이다.

제경공이 정치에 대해서 물었을 때의 대답인데 간편하면서도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대답이다.

2500년 전에 이야기지만 지금 적용해 보아도 전혀 손색이 없는 평범하고도 품격 있는 말이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모든 일을 순조롭게 이루기 위해서는 각자 맡은 직분을, 특히 월권 같은 짓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의 의견만 내세우지도 말고 나와 다른 말을 경청(傾聽)하며 다름을 인정해 줄줄 아는 것에 대한 표현이다.

논어는 약 1만2000자 정도 되는 주옥같은 동양철학의 최고의 경전인데 대표되는 말로서 제자 겸 위(衛)나라의 유학자인 자공(子貢)과의 대화를 빼놓을 수 없다.

자공이 묻기를“제가 평생 실천할 수 있는 한마디의 말이 있습니까?” 하고 물었다.

공자의 대답은 “그것이 바로 서(恕)이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다른 사람에게도 시키지 말아야한다.(己所不欲勿施於人)”고 하였다.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이면 상대방도 하기 싫을 것이다. 굳은 일에는 내가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가르친 것이다.

즉 다른 사람에게도 인격을 존중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논어를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배움으로 시작해서 배움으로 끝나는 책이며 동양 고전의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