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고‘한 학기 한 책 읽기·서평쓰기’[32] 비판적 시각의 가치
광양고‘한 학기 한 책 읽기·서평쓰기’[32] 비판적 시각의 가치
  • 광양뉴스
  • 승인 2020.05.08 17:09
  • 호수 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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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석 광양고 2학년
대럴 허프의‘새빨간 거짓말, 통계(2004, 더불어책)’를 읽고
김준석 광양고 3학년

책은 우리에게 통계라는 주제로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다.

‘통계’뒤에 숨어있는 민낯을 하나하나 파헤쳐 나간다. 무심한 우리가 한 번 더 따져보고, 세상에 바보같이 속지 않게 해주는 통찰력을 만들어 준다.

‘1924년도 예일대학 졸업생의 연간 평균소득은 25,111달러이다. 그런데 잠깐만! 도대체 이 숫자가 뭘 말해 주지? 만약 우리 자식을 예일대학에 입학시켜 놓기만 하면 우리는 물론이고 자식까지도 노후에 일하지 않고 잘 살 수 있다는 뜻일까?-p.11’

1950년대 당시 미국인의 1인당 연간 평균 국민 소득이 약 1900달러임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연간 평균 국민 소득의 14~15배에 달하는 이 수치는 어떻게 나온 것일까? 정말 예일대 졸업생 모두가 백만장자라도 되는 것일까? 작가는 표본 추출 방법이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먼저 졸업생의 주소는 대부분 불분명할 것이고, 주소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면 매우 고소득층에 속할 것이다.

또한 조사의 방식이 본인이 직접 대답하는 설문 형식이어서 소득을 부풀려서 말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런 오류만으로 예일 대학은 백만장자들을 배출하는 일류대학이 되어 버린 것이다. 결과가 터무니없는 경우 오류를 직감할 수 있었겠지만, 적당히 믿을 만한 수치를 보여 준다면 과연 우리는 그것을 믿지 않을 수 있을까?

‘-도크스(Doakes) 회사의 치약으로 23%충치 감소- 대문짝만한 광고 제목이 한 눈에 들어온다. 광고가 사실이라면, 충치가 23%나 줄어든다니 정말 괜찮은 치약이라고 누구나 생각할 것 같다. 더군다나 신뢰할 만한‘독립된’어느 연구소의 실험에서 얻어진 결과이고 어느 공인회계사 공증까지 한다니 이 통계 숫자는 충분히 신용할 만하지 않은가. 이 이상 또 무엇을 바라겠는가? 그러나 어느 치약이 다른 치약에 비해 월등히 좋다는 것은 우리의 경험상 쉽게 믿어지지 않는다.-p.49’

사용만으로 충치의 약 4분의 1가량이 감소한다니 놀랍다. 그러나 인용문에 나온 것처럼 다른 치약에 비해 효과가 두드러지게 좋다는 것을 사람들은 경험하지 못한다.

그럼 이 임상실험 결과는 어떻게 나온 것일까? 이 책에 따르면, 아주 적은 숫자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여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실험을 반복한다.

이 경우, 표본이 9명이었는데 이중 2명이 실험 기간에 충치가 호전되었기 때문에 23%라고 썼던 것이다. 고작 9명중 2명이라면 치약이 아닌 다른 요인이나 우연에 의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아니 분명 그랬을 것이다. 문제는 23%라고 써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이다.

책은 우리 주변을 둘러보게 한다.‘재구매율 90% 이상인 상품’,‘두피 개선 100%’등 다 꼽을 수 없을 정도로 찾아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쉽게 믿을 수 없는 수치를 보여주는 이것들 역시 모두 당신이 그동안 좋겠지 하며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넘겨왔던 것들이 아니던가.

그러나 이 책을 한 번이라도 읽었다면 적어도 우리는 그것들을 의심 없이 그냥 넘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주변 사회의 통계에 쉽게 속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외에도 평균, 그래프, 도표, 퍼센트 등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신뢰하는 것들을 이용하여 사기에 가까운 수준의 수치를 내는 방법을 꼼꼼하게 전달한다.

그것이 정말 통계뿐일까? 주변 사회에서 우리의 눈과 뇌를 속이고 우리를 교묘하게 유도하는 것이 이것밖에는 없는 걸까?

또, 끊임없이 매우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하는 것이 통계밖에 없을까? 이 책의 핵심이 이것이다.

세상에서 이끌려 다니는 우리에게 그 손을 뿌리치고 중심에 설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미디어, 그리고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에게 좋은 안경이 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