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동물 위협하는 올무…불법 밀렵 단속‘시급’
멸종위기동물 위협하는 올무…불법 밀렵 단속‘시급’
  • 이정교 기자
  • 승인 2020.05.15 16:45
  • 호수 86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거 2주…같은 장소 또 발견
백운산 금천리 일대‘무더기’
수풀 우거져 수거 잠정 중단
市, 예산확보·예방책‘고민’

2018년 6월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지리산 반달가슴곰 KM55가 백운산에 이동 서식 중에 이동형 올무에 걸려 폐사했다.

불과 한 달 전, 반달가슴곰과 인간의 공존을 도모하기 위한‘반달가슴곰 공존협의체’가 구성됐던 만큼 당시 안타까움은 더했다.

‘반달가슴곰 공존협의체’는 KM55의 사례와 같이 행동권역이 백두대간 기점으로 확대됨에 따라 지리산 인근 5개 道, 17개 시군 시민단체, 지역주민이 함께하는 환경부 주관 협의체다.

그때부터 광양환경운동연합(상임의장 백성호)와 광양시는 고민 끝에 백운산 일대 올무제거 작업을 시작했다. ‘백운산은 반달가슴곰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도 곳곳에 게첩했다.

특히 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부터 올무·창애 등 불법엽구 수거를 주요 사업으로 선정하고, 최근까지 제거작업과 주민홍보 등으로 서식환경조성에 매진 중이다.

지난해 10~11월 2달 간 약 60여개의 올무를 수거했고, 특수제작한 대형 창애 형태의 덫도 발견됐다. 창애는 스프링을 사용해 미끼를 놔둔 부분을 건드리면 휘어진 부분이 야생동물을 옭아매는 형태로 만들어져 있었다. 환경운동연합은 발견된 창애는 대형 야생동물을 밀렵하기 위해 특수제작 됐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올해는 백운산 금천리와 하천리 일대에 지난달부터 2달간 100여개에 가까운 올무가 수거됐다. 문제는 지난달 수거한 장소에서 불과 2주 만에 또 다시 설치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새 엽구가 발견됐다는 점이다. 수거 활동의 한계가 분명함에 따라 불법 밀렵 단속이 절실한 이유다.

이에 시는 올해 4400만원의 국비 예산을 확보해 예방책을 구상 중이다. 인근 주민을 대상으로 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시민 참여도가 높은 선진지 견학도 예정돼있다.

또한 무인카메라를 설치해 야생동물의 이동경로를 추적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지만 장비 관리 등의 문제가 남아 신중하게 접근 중인 상황이다.

아울러 기존에 진행 중이던 2명의 야생동물보호원에게 밀렵 단속을 강화하게 했다.

야생동물보호원은 10년 넘게 엽사 생활을 했던 이들로 2010년 전부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주로 다친 야생동물을 구조해 순천동물보호센터로 인계하거나 밀렵을 단속하는 역할을 한다.

시 관계자는“반달가슴곰 서식지가 보호되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올무 등 불법엽구를 설치하지 않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며“반달가슴곰 보호활동에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부탁 한다”고 말했다.

백양국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현재 숲이 우거져 올무제거작업이 힘든 이유로 상반기 활동을 마무리 하고, 인근 주민을 대상으로 적극 홍보에 나설 계획”이라며“무엇보다 주민과 야생동물이 공존하면서 살 수 있는 활동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리산 반달가슴곰은 2004년부터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체계적인 증식·복원으로 생물종 다양성을 재고하기 위해 복원 사업이 추진 중이다.

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생물종보전원이 주체가 돼 2018년 기준 61마리의 개체가 파악됐고, 현재는 위치추적장치가 부착되지 않은 종까지 더해 70마리가 넘을 것이라 보고 있다. 이는 2020년까지 50마리 복원이 목표였던 것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지리산 반달가슴곰의 자생력이 높아져 야생에서 새끼를 낳아 늘어난 개체수는 정확하게 파악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