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제철고, 내년 일반고 전환 추진‘뜨거운 감자’부상
광양제철고, 내년 일반고 전환 추진‘뜨거운 감자’부상
  • 김호 기자
  • 승인 2020.06.19 17:18
  • 호수 8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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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조기 전환 추진‘반대’
포스코교육재단, 전환 강행‘의지’
시, 5년 후 폐지될 때 합류‘요구’
일각, 포스코 교육사업 포기‘비난’
포스코교육재단이 광양제철고의 내년 일반계고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교육재단이 광주전남 유일 자사고인 광양제철고가 내년부터 일반계고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 알려지며 지역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지역사회에서는 지역을 대표하는 명문고의 몰락과 보편적 교육 구축이라는 찬반 논란과 함께 지역 사회공헌 사업 일환으로 교육사업을 추진해 온 포스코의 교육포기 비난 목소리도 쏟아지고 있다.

현재 포스코교육재단은 내년 신입생부터 일반고생을 입학시킨다는 목표로 전남도교육청과 지자체, 교육단체, 동문회 학부모 등을 잇달아 접촉하면서 일반계고 전환 추진 배경과 명분을 호소하고 있다.

일반고 전환 추진의 배경과 명분은 크게 3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먼저 문재인정부의 공약이라는 것, 또 하나는 포스코 경영 악화, 끝으로 공립교육과 사립교육 격차 미미 등이다.

먼저 문재인정부의 공약과 관련해서는 정부정책으로 2025년부터 자사고를 비롯 외고, 국제고 등을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는 골자의 교육 대책을 발표함에 따라, 재단이 선제적으로 광철고를 일반계고로 조기전환(2021학년도)하겠다는 것이다.

조기전환의 근거로 내세운 포스코 경영 악화는 세계철강산업 불황에 따른 매출하락으로 더 이상의 재단 출연이 힘들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당초 재단은 지난 2018년 재단 산하 초·중학교에 대해 공립화를 추진했지만 교사들과 학부모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에 공립화 대신 일반고 전환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이는‘학교 재정자립화’를 통해 운영해 가라는 것으로, 포스코는 이를 위해 △정부 재정지원 통한 수입 확대 △임원 및 직원 축소 통한 지출 축소 △학교부지 매각 등을 통한 운영합리화 등 3가지 정책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끝으로 공립·사립 교육 격차 미미 명분은 현재 공립교육과의 수준차가 과거보다 많이 줄어든 상태이고, 고등학교 의무교육 시대가 열린 만큼 굳이 자사고를 유지할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일반고 전환 후 교육수준‘이견 커’

재단은 광양제철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면 현재의 수준 높은 교육을 광양지역 학생들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광양제철고가 지난해 어렵게 노력해서 자사고 재지정을 받은 점으로 볼 때, 명분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한 그동안 광양제철고가 자사고로서 포스코의 재정 지원을 받아 특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매년 전국 주요대학의 높은 합격률을 보이며, 광양시를 명문교육도시로 발돋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 온 만큼 명문 사립고 유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더나가 학부모들도 역시 반대 입장을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고로 전환되면 교사를 비롯한 학교 교육 시스템이 느슨해질 우려가 있는 만큼 자녀들의 대학 진학에 어떤 식으로든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광양제철고등학교 전경.

교육단체“왜 서두르는지 모르겠다”

교육단체도 반대하는 입장은 마찬가지다.

교육단체 관계자는“교육부의 2025년 자사고의 일괄 일반고 전환 정책이 나왔을 때도 2014년, 2019년 연속 자사고 지정을 희망했던 광양제철고가 갑자기 2021년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나섰다”며“학부모 전체 비상총회 한번 없이 교사들의 찬성과 포스코교육재단의 지원금 축소 이유로 일반고 전환을 갑작스럽게 추진하면서 고교진학을 고민하고 있는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큰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2023년에 자사고 신청을 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일반고 전환 과정을 단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데 왜 서두르는지 모르겠다”며“광양시는 교육도시와 아이키우기 좋은 도시를 만들자고 홍보하고 있는데, 포스코는 스스로 신청하고 스스로 포기하는 이상한 행동을 보이면서 학생과 학부모에게만 알아서 준비하라고 하는 것은 제철보국과 교육보국 중에서 교육을 버리겠다는 것으로 밖에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광양시, 포스코 시설개선 투자 요구

광양시도 내년 전환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시는 최근 자사고를 2024년까지 유지해 달라는 내용의 건의서를 재단과 포스코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관계자는“어렵게 자사고 재지정도 됐으니, 5년후 일반고로 전환되더라도 그동안은 명문교육도시라는 명맥을 유지해 주길 바라다”며“더불어 체육관 등 노후된 학교건물도 많은 만큼 투자를 통해 학교다운 학교로 시설 개선 후 2025년 모든 자사고들이 일반고로 전환될 때 함께 전환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는 이를 위해 포스코가 지역환원사업으로 향후 4년간 50억원씩 200억원을 투자해 학교시설을 개선해 주길 바라고 있다.

서재석 포스코 교육재단 부이사장은“자사고인 광양제철고의 일반고 전환 추진에 대해 지역사회에서 찬반 입장이 나눠져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현재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의가 진행 중이다. 일반고 전환에 따른 지역사회의 이해를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재단은 광양제철고 구성원들의 의견수렴 중으로 절차가 마무리되면 도교육청에 일반고 전환을 신청할 예정이며, 도교육청의 최종 결정이 이뤄지면 내년부터 일반고로 전환할 예정이다.

학교구성원, 일반고 전환‘찬반 대립’

일반계고 전환에 대해 학교 구성원들의 입장도 나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먼저 광양제철고 교사들은 3가지 명분을 내세워 일반계고 전환에 동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재단의 학교지원금 축소로 학교 운영이 곤란한 상황에서 마냥 등록금 인상으로 부족한 운영비를 충당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올해 광양제철고에 대한 포스코 교육재단의 지원금은 29억4000만원이다.

이는 10년전인 55억9000만원의 절반 수준에 가깝고, 2018년 48억2000만원, 2019년 37억3000만원 등 매년 10억원 가량의 축소율을 보이고 있다.

반면 등록금은 매년 큰 폭으로 오를 전망이다.

광양제철고의 올해 1년치 등록금은 531만원이었는데, 이는 전년(399만원) 대비 132만원(25%)이 오른 금액이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119만원(18.3%) 오른 650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교사들의 임금 삭감을 문제 삼고 있다.

그동안 급여 외적으로 지급돼 왔던 포스코 수당 삭감으로 교사들의 사기저하가 불 보듯 뻔하고 명문고 유지에 대한 부담도 가중될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더불어 우수학생 확보 측면에서도 현재보다 큰 폭의 축소를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자 교사들은 일반계고 조기전환으로 교육부 지원금(3년간 10억원)을 확보해 열악한 교육시설을 개선하고 원활한 학교 운영을 도모하자는데 뜻을 모은 것으로 풀이된다.

제철고 관계자는“일반고 전환 이후에도 학생들에 대한 교육과 대학 진학지도에 소홀함이 없을 것”이라며“일반고 전환에 대해 학부모님께선 너무 걱정 마시고 학교를 믿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반해 제철고 학부모들은 일반계고 전환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 등록금에도 자사고인 광양제철고에 입학시킨 이유가 전국 주요대학 진학률이 높고 더불어 전통과 명성, 특성화된 프로그램을 신뢰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일반계고로 전환될 경우 자녀들의 대학진학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한다는 것이다.

광양시·지역사회“일반고 조기전환 반대”

광양시를 비롯한 지역사회에서도 광양제철고의 일반계고 조기전환에 대해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일반계고로 전환시 재학생들의 타지역 학교 전학 우려와 전국단위 학생 모집에서 전남단위 학생모집으로의 제한, 학업성적 하향평준화 우려 등의 이유에서다.

또한 포스코 교육재단 설립 취지가 박태준 전 회장의 교육보국 신념에 따라 지역사회 공헌 차원의 교육사업이었는데, 일반고 전환은 이 같은 사회공헌 사업을 포기하는 것이며, 지역 발전을 외면하는 처사란 것이다.

광양시는 최근 포스코 측에“교육사업은 포스코의 대표적인 지역환원사업으로 일반계고 전환 전인 2024년까지는 사립 명문고로서의 확실한 기반을 구축할 수 있도록 4년간 재정을 투자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구체적 요구사항은 연간 50억원, 4년간 200억원을 투자해 노후한 학교 시설의 대대적인 개선과 디지털 교육기자재 구축 등이다.

시는 이 같은 요구사항을 수용하고, 2025년 모든 자사고들이 일반고로 전환될 때 함께 전환하길 바라는 입장이다.

도교육청 “학교구성원 뜻 가장 중요”

포스코교육재단과 광양제철고 관계자들이 일반고 전환에 대한 실질적 결정권을 가진 장석웅 전남도교육감을 지난 1일 방문해 연내 일반고 전환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도교육청은 일반고 전환에 대한 1차 협의만 이뤄진 상태로 사전 의견수렴 절차 등 충분한 논의가 거쳐져 전환 신청이 접수되면, 교육청 프로세스대로 추진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도교육청 관계자는“일반고 전환은 학생과 교사, 학부모, 학교운영위 등 학교 구성원들과 지역사회의 뜻이 절대적인 만큼 의견수렴이 가장 중요하다”며“학교와 재단이 의견수렴 후 신청서를 가져오면 청문절차 등을 거쳐 결정될 것이지만 아직 향후 사항에 대해 논의된 바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