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고‘한 학기 한 책 읽기·서평쓰기’[46] 우리가 알지 못하는 범죄의 민낯
광양고‘한 학기 한 책 읽기·서평쓰기’[46] 우리가 알지 못하는 범죄의 민낯
  • 광양뉴스
  • 승인 2020.09.04 16:28
  • 호수 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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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무·박미랑의‘왜 그들은 우리를 파괴하는가(2016, 메디치미디어)’을 읽고
함유성(광양고 1학년)
함유성(광양고 1학년)

왜 살인자의 얼굴은 친근하게 생겼을까? 다음의 통계가 이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우리나라의 살인 피해자 10명 가운데 6명은 자신과 잘 아는 사람에게 피살된다. 모르는 사람에게 당하는 경우는 5명 가운데 1명 정도밖에 안 된다. 아는 사람 중에는 가족을 포함한 친족이 가장 많다.’(17쪽)

자신이 친한 이들과 생활할 때 상대에 대한 여러 서운함, 불만 등 부정적인 요소가 쌓이고 가족과 같은 자신과 가까운 사람 간의 갈등은 주로 감정적이기 때문에 감정이 쉽게 가라앉지 않아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범죄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 범죄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 문제를 풀고자 오랫동안 노력해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시원한 해답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일상 활동 이론에서는 범죄 기회를 지적한다. 이를테면 그 어떤 흉악한 연쇄살인범도 무인도에서는 범죄를 저지를 수 없다.

또 은행 본점에 아무리 돈이 많더라도 은행 강도는 그곳을 범죄 대상으로 선택하지 않는다. 본점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안이 허술한 새마을금고 등의 제2 금융권 또는, 쉽게 도주할 수 있는 도로 주변의 금고를 택하는 것이 보통이다.

납치나 살인의 경우에도, 저항 능력이 떨어지는 어린 아이들을 주요 대상으로 삼는다.

물론 범죄 기회만으로 범죄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범죄기회가 주어져도 누구나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범죄란 코딩에 의해 만들어진 범죄동기와 범죄기회가 만나야만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범죄는 유전될까? 범죄는 엄연히 사회적 현상이다. 공간적으로 상대적인 개념이고 계속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모든 범죄에 획일적으로 유전성을 적용할 수는 없다.

즉 정치범죄나 피해자 없는 범죄처럼 범죄로 쉽게 정의하기 어려운 유형의 범죄에까지 범죄의 유전성을 획일적으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범죄는 저지르기 쉬운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이 어떤 사회적 환경에서 어떤 부모를 만나 어떤 양육과 교육을 받느냐에 따라 범죄자로 발전할 수도, 매우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기업가나 정치인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일상에서 범죄자를 만나면 어떤 기분일까? 아마도 두려울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우리의 두려움이 그에게 또 다른 긴장감을 줄 것이다.

이는 두려움이 갖는 반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두려움은 큰 힘을 갖는다.

나에게도 그에게도 말이다. 범죄자의 두려움을 해소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반대로 범죄자를 적대하고 결박해서 사회 한구석으로 몰아내자는 말도 절대 아니다.

당신이 범죄학에 대한 흥미를 조금이나마 소유하고 있다면 이 책을 권한다.

범죄와 사회의 연결점을 발견하는 데 유용하며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책이 되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