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칼럼] 방하착(放下着) : 마음속에 집착을 내려놓다
[고전칼럼] 방하착(放下着) : 마음속에 집착을 내려놓다
  • 광양뉴스
  • 승인 2020.09.04 16:32
  • 호수 87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경일
연관단지 대한시멘트 1공장
이경일
연관단지 대한시멘트 1공장

마음의 번뇌(煩惱)와 집착을 내려놓는다는 불교에서 화두로 많이 쓰이는 말이다. 마음속에 모든 생각을 지우고 텅 빈 공간처럼 비우라는 뜻으로 쓰인다.

중국 당나라 때 불교가 성행하던 시절 엄양 스님이 조주 스님에게 묻기를“한 물건도 가지고 오지 않았을 때, 그 경계가 어떠합니까?” 그러자 조주 스님이 “내려 놓거라(放下着)”라고 대답했다. 다시 엄양이 “한물건도 가지지 않았는데 무엇을 방하착 합니까?”하며 다시 묻자, “그러면 지고 가거라(着得去)”라고 대답하였다.

이 대화에서 보면 엄양이 질문하려는 마음이 마음속이 텅 비어 아무것도 없다는 인식 그 자체도 내려놓으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즉 더 이상 버릴 것이 없을 만큼 완전하게 모든 것을 다 내려놓는 것을 말하는데, 이러한 경지에 오르면 인간의 삶이 고통에서 벗어 날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스님이 홀로 탁발을 나가 깊은 산속을 걷는데 산세가 험준하고 가파른 절벽에 다다랐을 때 갑자기 근처에서 ‘사람 살려!’라는 절박한 인간의 목소리가 애절하며 가느다랗게 들려온다.

산세가 험해 사람의 왕래가 별로 없는 곳인데 무슨 사람소릴까? 하며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급하게 가 보았다. 절벽 밑을 내려다보니 어떤 사람이 실족 했는지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지면서 다행히 나뭇가지 하나를 붙잡고 대롱대롱 매달려 살려달라고 발버둥 치며 애원하고 있었다.

산세가 험해서 직접 가까이 가지 못하고 묻기를 “어찌된 영문이오?” 라고 먼발치에서 소리치자 다급한 목소리로 반갑다는 듯 “나는 앞을 못 보는 장님이요. 산 너머 마을로 양식을 구하러 가다가 발을 헛디뎌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지다가 이렇게 나뭇가지를 겨우 잡았습니다. 뉘신지 모르오나 빨리 나를 구해 주시오. 이제 힘이 빠져 죽을 지경이오” 하는 것이다.

스님이 자세히 아래를 살펴보니 그 장님이 붙잡고 매달려있는 나뭇가지는 땅에서 겨우 사람 키 정도의 위치밖에 안되었다.

그래서 스님은 장님에게 소리쳤다. “지금 잡고 있는 나뭇가지를 놔 버리시오. 그러면 힘 안들이고 편안해 질수 있소!”

그러자 절벽 밑에서 장님이 애처롭게 애원했다. “내가 지금 이 나뭇가지를 놓는다면 천길 만길 낭떠러지로 떨어져 즉사할 것이오. 앞 못 보는 이 사람을 불쌍히 여기시어 제발 나를 살려 주시오” 라고 애걸복걸 했다.

그래도 스님은 계속 그 손을 놓으라고 소리쳤다. 그런 와중에 그 장님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힘이 빠져 나뭇가지를 그만 놓고 말았다. 그러자 땅에 떨어지며 그냥 엉덩방아만 찧었을 뿐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잠시 후 정신을 가다듬은 장님은 상황을 파악하고 멋쩍어 하며 그 자리를 뜨고 말았다.

이 예화가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은 무엇인가. 우리의 삶이 여기에 나오는 장님 아닌가 생각해 본다.

장님이 붙잡고 있는 나뭇가지가 오직 나 자신을 살려주는 생명줄 인줄 알고 우리는 죽기 살기로 움켜쥐고, 끝없는 욕망에 집착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 돌아보라는 가르침 같다.

현재 쥐고 있는 것을 놔버리면 못 살 것 같은 발버둥치는 눈뜬장님이 내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혹시 썩은 동아줄과 같은 물질을 영원한 생명줄 같이 착각하고 끝까지 붙잡고 놓지 못하는 우리들, 나를 지켜주는 생명 줄로 알고 집착하지 말고 과감하게 놓을 수 있는 용기가 있을 때 편안한 마음으로 산다는 가르침을 주는데 우리는 눈 여겨 보지 못하고 귀 기울려 듣지 않는다.

지식이나 물건이나 나에게 들어오면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마음이다.

법륜스님은 뜨거운 물건을 손에 쥐었을 때 어떻게 내려놓을까? 하고 고민하지 말라고 한다.‘앗 뜨거’하면서 그냥 내려놓으라고 한다. 물론 쉽지는 않다. 집안에도 둘러보면 몇 년 동안 쓰지 않았고 앞으로도 쓸지 말지도 모르는 물건도 얼른 버리지 못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상대와 무슨 일을 겨룰 때 힘을 빼라고 우리는 강조한다. 힘을 빼지 않으면 떨리고 매끄럽지 못하게 진행된다.

그러나 전문가의 경지에 올라선 일에는 자연이 힘은 빠지며 매끄럽게 진행된다. 그러면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보인다.

그런데 그 팔목에 힘 빼는 것이 쉬운 일인가. 조주스님이 주는 메시지는 끝없는 우리의 집착과 욕망을 내려놓을 때 마음이 편안함을 알려주는 교훈이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