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직전 빛그린매실사업단…단 한 명의 직원도 없다
부도 직전 빛그린매실사업단…단 한 명의 직원도 없다
  • 이정교 기자
  • 승인 2020.09.14 08:30
  • 호수 8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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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직원 해고…임금도 체불
초기부터 이사회 갈등 여전
전문CEO 영입 추진도 난항
시“정상화 노력 계속 할 것”
지난해 3월 광양시-스트라젠 업무협약 당시 모습. 그러나 800만원 가량의 수출 후 추가 거래는 없었다.

 

빛그린매실사업단 매실 유통·가공시설이 국비 지원이 끊기자마자 올해 공정을 멈췄다.

국·시비 지원이 끝났기 때문에 자생에 나서야 하지만 사무직원은 물론 공장장 등 인력이 전혀 없다. 사업단이 직원들을 해고했기 때문이다. 직원들 인건비도 지급하지 못해 밀려있다. 전기세가 밀려서 전력이 끊기기도 했다. 사실상 부도 직전으로 내몰렸다는 이야기다.

그동안 사업단 실적을 보면 2017년부터 매실 수매를 시작했다. 2017년은 110톤, 2018년 78톤, 2019년 50.5톤을 수매했고, 총 수매비용은 1억6127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여과기 고장, 이사회 갈등 등으로 제대로 운영을 못했고 매출은 지난해 총 5590만원이 전부다. 이미 생산한 농축액 6톤과 생매실 80톤도 판로를 찾지 못해 냉동 보관 중이다.

특히 지난해 스위스 제약회사 스트라젠과의 수출 협약은 800만원 수익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스트라젠이 요구하는 매실의 수율을 맞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밖에 2339만원의 가장 많은 수익은 가공매실이 아닌 생매실을 한성푸드에 납품한 게 전부다.

농협 사업연합단과 협의해서 지역농협을 중심으로 홈쇼핑 당절임 매실 판매 등 계획도 있다. 덧붙여 연합단이 시설을 임대해 가공작업을 하기도 했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아울러 더 앞선 2017년은 보해양조(주)와 매실농축액 생산을 추진키도 했다. 당시 큰 기대가 있었지만 이사회 내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일부 이사가 보해 측에 내용증명을 보내 협약을 하지 않도록 종용했기 때문이다. 판로 확보도 없는 상황에서 쉽게 이해되지 않는 처사다.

시험적으로 구입했던 매실커팅기도 가동되지 않고 있다. 국내 기술력이 그만큼 발전하지도 않았고, 알의 굵기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균일한 커팅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구입하지 않았어야 할 설비라는 지적도 따른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총 67억4700만원이 투입된 사업은 초기부터 이사회 내부 갈등이 팽배했고, 각종 고발도 난무했다. 올초에는 사업단장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

국내 없는 설비 기술을 가져오다보니 농축액 여과기가 고장 나 공정이 멈추기도 했고, 4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설비사와 사업단은 법정 소송도 이어졌다.

약 41%의 지분을 보유해 대주주이기도 한 시는 이사회 전원 사퇴 및 전문 CEO 영입 후 이사회 재정비 등을 해결책으로 내세우며 협의 중이지만 쉽지 않다. 초기부터 반대를 일삼았던 일부 이사진은 여전히 자신들이 남길 바라기 때문이다.

출자해서 대주주로 전문 CEO가 오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갈등 문제 해결이 선제돼야 하는데 이조차 어렵다. 내부 갈등이 극명한데 누가 주식 출자를 하겠냐는 시각도 있다.

뾰족한 대안 없이 수년째 반목만 하는 상황이 계속되자 매실의 안정적인 수매를 기대하며 출자했던 광양과 구례지역 1100여명의 주주들의 바람도 함께 무너지고 있다.

관계자는 “솔직히 정상화 운영을 위한 상황이 쉽지 않다”면서도“전문 CEO 영입 후 전반적인 재개편이 가능하다면 아직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상화를 위해서 사퇴하겠다는 몇몇 이사들의 확답도 받았다”며 “반대하는 이사진을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