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당성조사 용역인데…용역사“시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
타당성조사 용역인데…용역사“시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
  • 이정교 기자
  • 승인 2020.09.21 08:30
  • 호수 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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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스틸박람회 용역 중간보고
엑스포로 갈지…박람회로 갈지
전반적인 방향성 고민도‘글쎄’
일각 “착수보고회 수준” 실망

광양시가 국제행사를 추진하기 위해 (가칭)광양만 국제에코스틸박람회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지난 16일 중간보고회에서 용역사가“시의 의지가 중요하다. 제안하는 방향에 따라 프로그램 등을 구성 하겠다”는 뜬금없는 제안을 내놔 제대로 된 용역결과가 나올지 의문이다.

용역은 광주대학교 산학협력단이 맡아 2100만원의 용역비로 △박람회 개최 여건 및 필요성 분석 △박람회 개최 방향 △개최 기간 및 입지 분석 △행사장 조성안 △국제행사(엑스포) 승인 및 재원조달 방안 검토 등을 과업으로 하고 있다.

이들이 제출한 60페이지 분량의 중간보고서는 △과업의 개요 △환경 및 여건분석 △기본구상(안) △향후 추진계획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중 28페이지 분량의 환경 및 여건분석에는 외국인이 가장 먹고 싶은 이색한식 1위가 산낙지라는 다소 상관없어 보이는 내용이나, 엑스포의 정의와 기능이 무엇인지 등의 내용만 장황했다.

반면 국내 박람회나 엑스포 유치 동향, 타 지자체의 추진에 따른 광양시의 방향성 고려 등은 부족했다.

몇 가지의 국제행사명과 엑스포 유치 추진 중 사전박람회 개최 등도 제안했는데, 박람회 개최 자체가 타당한지 등의 고려도 마찬가지다. 타당성조사 용역임에도‘박람회 했을 때는 이렇게 하자’는 셈이다.

이에 김성준 자문위원(한국해양대)은“보고서에 현재 가장 앞서고 있는 2030 부산 월드엑스포 등 현황이 고려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여수·대전 이후 등록엑스포가 없었는데 광양은 현재 상징적·역사적 명분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등록엑스포는 국제박람회사무국(BIE)의 승인을 얻어 5년마다 개최되는 엑스포다. BIE 승인 여부에 따라 공인박람회와 비공인박람회로 구분되며, 공인박람회는 등록박람회와 인정박람회도 분류된다. 1993년 대전엑스포와 2012년 여수엑스포가 인정박람회에 해당된다.

백승철 자문위원(포스코)도“철은 일단 재미가 없어 중심테마로 잡는다면 별로”라며“시가 너무 욕심내지 않고, 규모에 맞춰 실속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명원 부시장은“용역사가 타당성 조사를 해서 여러 안을 제시하면 시가 할지 안할지를 결정하고 판단하는 자료로 활용 한다”며“국제행사는 실패사례가 많기 때문에 서둘러 추진하지 않을 것. 콘텐츠가 가장 중요한 만큼 기본 구성도 함께 해달라”고 요구했다.

용역사는“엑스포와 박람회 둘 다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하는데 고민”이라며“시의 뚜렷한 제시가 없었다. 제언들을 반영해 남은 과업기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용역사는 앞으로 △행사장 조성안 △소요예산 및 기대효과 분석 △종합 정책 제언 등을 거쳐 10월 12일 최종보고를 할 예정이다.

보고회에 참석했던 한 공무원은 회의장을 나서며“중간보고가 아니라 착수보고 수준”이라고 평가절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