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치매
[의학칼럼] 치매
  • 광양뉴스
  • 승인 2020.10.08 16:40
  • 호수 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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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 원장, 광양수요양병원 가정의학과
김형태 원장, 광양수요양병원 가정의학과 

노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병은 바로 치매이다.

65세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이고 85세 이상은 2명 중 1명이 치매라고 하니 고령사회를 맞이하여 치매 환자가 점차 늘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초기에는 건망증으로 시작하지만 말기에는 결국 사랑하는 가족과 한 평생 함께 살아온 희노애락의 추억마저 사라져 버리니 환자보다는 가족이 더 고통스러운 병이다.

특히 중기나 말기가 지나면서 판단력과 충동조절을 담당하는 뇌중추가 손상되기 시작하면 지위, 학식이 높았던 사람들도 퇴행된 모습을 보이며 결국은 인간으로써의 존엄과 가치를 점차 잃어버리게 된다.

치매가 워낙 흔하고 무서운 병이다 보니 최근 단순히 건망증이 있을 뿐인데‘혹시 내가 치매가 아닐까?’걱정하며 불안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40∼50대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치매 검사를 해달라고 병원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기억력 저하는 기침, 콧물, 가래와 같은 증상을 의미하고, 치매는 감기, 폐렴 같은 진단명을 의미한다.

폐렴에 걸리면 누구나 가래가 나오지만, 가래가 있다고 모두 폐렴이라고 얘기하진 않듯이 기억력 저하는 치매 질환에서도 생기지만 우울증 또는 불안증이 심하거나, 신체 질환이 있거나, 기억력 저하를 유발하는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에도 흔히 생길 수 있다.

그저 심지어 단순히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경우에도 기억력 저하는 생길 수 있는 것이다.

기억력 저하는 정도에 따라 3단계로 나눠지는데 치매는 2단계 이상을 말한다.

1단계는 조금 전 또는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힌트를 주면 바로 기억해내는 단순 건망증 단계이다. 선생님이 내 준 숙제를 잊고 안하거나, 주부가 가스불을 켠 채 외출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2단계는 최근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데 힌트를 주어도 끝내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친구에게 100만 원을 빌려준 후 누구에게 얼마를 빌려주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단계이다.

3단계는 최근 기억 뿐 아니라 수십 년 전 오래된 기억까지 모두 잊어버리는 단계이다.

치매는 최근 기억부터 오래된 기억 순서로 망가지기 때문에 처음에는 최근에 만난 사람의 이름을 떠올리지 못하지만 점차 손주, 자식, 배우자의 순서로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나중에는 자신의 이름까지 잊어버리게 된다.

1단계에 해당하는 단순 건망증이 있다고 해서 치매는 아니니까 놀라거나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 1단계 건망증은 치매보다도 치매가 아닌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대부분 복잡한 일을 잊어버리고 푹 쉬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회복된다.

60세 이하인 사람이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는 상태에서 건망증이 나타난다면 혹시 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지는 않는지, 우울증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해봐야 한다.

다만 고령이면서 기억력저하 뿐 아니라 전화걸기, 가전제품 사용하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돈 관리 등 일상생활에도 반복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꼭 전문의와 상담을 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