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산책] 헌법 읽기–민주시민교육의‘첫 걸음’
[들꽃산책] 헌법 읽기–민주시민교육의‘첫 걸음’
  • 광양뉴스
  • 승인 2020.10.16 17:17
  • 호수 88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대명 순천제일대학교 교수

유아교육과에서 교육학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에게 반드시 질문하는 게 있다.

김대명 순천제일대학교 교수

재학하는 동안 유아교육법을 한 번도 읽지 않고 졸업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교대와 사대를 다니는 학생들에게는 다음과 같이 질문할 수 있다.

초·중등교육법을 한 번도 읽지 않고 졸업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헌법을 한 번도 읽지 않고 살아가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헌법 제1조 2항,“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영화 <변호인>에서 송강호(송우석 역)의 명대사가 떠오른다. 헌법이 우리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규범이라는 것을 모두가 인지하고는 있지만 이를 단 1회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역사적 전환점은 2016년 가을이었다. 촛불을 든 시민들은 광장에서 헌법 조문을 읽고, 우리 개헌의 역사를 돌아보는 일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헌법은 국가 통치의 기본 원리이자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규범이다. 헌법의 가치를 논한다는 것은 그만큼 세상이 기본적인 규칙과 상식의 시스템으로 운영되지 못함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규칙과 상식을 바로 세워 공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헌법의 가치를 숙고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헌법을 읽어보면 내가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헌법은 제1조에서 제37조까지 국민의 자유와 권리에 대해 말한다.

마지막 제37조 1항에‘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않는다’라고 마무리되고 있다. 헌법이 국민 모두에게 읽혀져야 한다. 우리나라 헌법은 크게 전문, 130개 조항 그리고 부칙으로 이루어져 있다. 헌법 130조 중‘권력’이란 단어는 단 1회, 헌법 제1조 2항에 등장한다. 오직 국민만이‘권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명시한 것이다.

「지금 다시, 헌법」의 저자 차병직은 “침착하고 신중한 태도의 사람도 생활의 고단함이 참기 불편한 정도에 이르면 헌법을 찾는다. 바람직하고 합리적인 변화를 일으킬 힘을 그 속에서 얻고자 하는 희망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어“현실은 각자로부터 시작해 우리 모두가 공동으로 만들어내는 풍경”이라며“행동으로 현실을 창조해가는 과정에 이성과 감정의 배분을 어느 정도 비율로 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데에도 헌법의 이해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헌법 제17조)’,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헌법 제31조)’,‘모든 국민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헌법 제10조)’. 헌법은 국민의 삶에 깊숙이 뿌리를 내려야만 본래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법이 법에 그칠 뿐 삶 속에서 구현되지 못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인 민주시민교육 활성화를 위해서 가정, 학교, 직장 등에서 헌법 읽기부터 시작해보자. 그리고 지역의 문제 등을 고민하고 해결할 때 헌법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해보자.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컴퓨터 앞에 앉아 법제처(https://www.moleg.go.kr/)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현행법령 검색란에 ‘헌법’이라고 입력하는 것이다. 한글파일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으며, 출력하면 11장이다.

지금부터 헌법을 읽어보자. 개인적으로 읽어보고 가족이 모이면 같이 읽어보고, 지역사회 학습모임 등에서 헌법을 읽고 함께 토의해보는 문화가 만들어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