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토닥토닥, 널 이해할게”…성황초 장애인권 동아리‘도·토·리’
“도란도란, 토닥토닥, 널 이해할게”…성황초 장애인권 동아리‘도·토·리’
  • 이정교 기자
  • 승인 2020.11.06 17:58
  • 호수 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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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원·학부모 참여,‘학습지원반’이해 높여
함께 만들어가는 인권교육·오감체험·캠페인
특수교육대상 학생과 아름다운 동행‘눈길’

 

우리사회는 장애라는 편견의 벽이 높다. 이전 세대는‘특수반’이라고 하면 늘‘장애’를 떠올렸다. 요즘은 조금 다르다. 일반적인 교육은‘통합학급반’에서, 국어·수학 등 조금 더 관심이 필요한 교육은‘학습도움반’에서 듣는다. 지적·신체적 장애 뿐 아니라 교과과정 이해가 늦거나 주의력 결핍(ADHD)인 아이들도‘학습도움반’에 모여 있다.

그러나 여전히‘특수반은 장애를 가친 친구들을 모은 반’이라는, 어떤 수학 공식처럼 새겨진 사회의 편견을 깨는 게 쉽지는 않다.

 

이 가운데 지역 내 한 초등학교의 아이들이 편견을 허물기 위해 맞잡은 손이 눈길을 끈다. 아이들은 함께 학습도움반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면서 회의도 하고, 재미있는 방과후 수업도 같이 한다. 이전 세대에게‘불편의 대상’이던 교실이 지금 아이들에게는‘놀이터’인 셈이다. 성황초등학교(교장 정상철) 장애인권 동아리‘도토리’가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도토리’의 뜻은‘도란도란, 토닥토닥, 널 이해할게’의 줄임말이다.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학급 문화 형성을 목표로 교사 2명과 특수교육대상 학생을 포함한 15명의 아이들이 활동하고 있다.

 

먼저‘도란도란’은 다양한 인권교육 및 오감체험 경험을 테마로 진행됐다. 아침쪽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토닥토닥’은 친구 초청과 수호천사 등 함께하는 활동으로 특수교육대상 학생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함께 요리를 해보고 회의도 하며, 서로의 소중함과 배려하는 마음을 키웠다.

 

‘널 이해할게’라는 뜻을 가진‘이해하기’는 장애인권 체험전 및 인권 캠페인 등으로 학생과 교사가 함께 감수성을 높였다. 사제동행 활동으로 인한 우호적인 학교 문화 조성의 효과도 컸다.

이밖에도‘편견’이라는 글귀가 페인팅 된 지우개와 마스크 스트랩을 교내 친구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지우개를 나눠준 이유는 사용할수록‘편견’이 지워진다는 바람을 담고 있다.

이어 교내 인권신문인‘함께 어울림’도 발간했다. 곧 열릴 학예회에서 △오카리나 △우크렐레 △영어 노래부르기 △연극 등도 재밌게 연습 중이다.

 

이처럼‘도토리’아이들은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등교 시간이 많지 않았음에도 열정적으로 활동해 왔다. 전남도교육청의 2020년 사제동행 인권동아리 공모에 선정되며 소정의 활동비를 지원 받는 쾌거도 이뤘다.

아이들의 아름다운 동행은 한 개의 반을 넘어서 학교 전체로 이어졌다. 교직원들은‘인식의 새로고침’이라는 주제로 장애인식 개선 연수를 열었다. 장애와 차별, 장애인권의 보호 등을 이해하며 아이들에게 더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학부모들도‘함께해요, 통합교육’교육을 들으며,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소통하며 배워가는 지금 교육과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올해 6학년인 이승아 학생은“그동안 장애를 차별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친구들을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차별 없이 어울릴 수 있게 됐다”며“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친구들과 함께 장애의 벽을 허무는 그림을 그렸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동아리를 지도하고 있는 윤경진 교사는“이전부터 인권교육에 관심이 있었고, 올해 장애인권 교육을 운영하면서 스스로도 많은 공부가 됐다”며“코로나19로 인해 동아리 운영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아이들과 행복한 추억을 남긴 게 가장 뜻 깊다”고 전했다.

이어“동아리 활동을 잘해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아이들이 열심히 따라와 준 것도 있지만 동료 교직원들의 도움이 컸다”며“앞으로 학교 간, 시·도 간의 인권 동아리 활동을 공유하는 장도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성황초등학교는 1941년 개교해 올해 전교생이 100명을 조금 넘는다. 한 학년이 한 반으로 이뤄져 1학년 때 만난 친구끼리 6년을 함께 보낸다. 이중 특수교육대상 학생은 14명, 아이들은 저학년·고학년으로 나뉜 2개의 학습도움반을 오가며 함께 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