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칼럼] 노자의 소통법“소통의 고수는 무디다”
[소통칼럼] 노자의 소통법“소통의 고수는 무디다”
  • 광양뉴스
  • 승인 2020.11.13 17:30
  • 호수 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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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원 작가
소통 변화관리 전문가, 노자의 소통법 저자

날카로운 칼은 다루기가 조심스러운 반면 무딘 칼은 보다 마음 편하게 다룰 수 있다.

또 한낮의 태양은 똑바로 바라볼 수 없지만 황혼녘의 태양은 마음 편하게 바라볼 수 있다.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살 수 없듯이 사람이 너무 맑으면 주변에 사람이 없다.

그렇다. 너무 날카롭거나 맑으면 그로 인해 주변에 사람이 준다. 젊을 때 성격이 칼같이 날카롭고 원리 원칙에 준해서 한 치의 유연성이 없던 사람도 나이가 들면 무뎌지고 상대방의 여건과 환경을 고려하여 보다 탄력적으로 소통에 임한다.

그것은 원칙을 고집하면서 생활하는 것보다 소탈하게 주변 사람들에게 아량을 베풀 때 더 많은 사람과 친교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 것을 보면 시간과 자연은 날카로운 것을 무디게 하고, 밝은 것을 흐리게 하며, 난폭한 것을 순하게 하는 촉매 역할을 하는가 보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무디고 소탈한 것은 상생이고 조화이며, 날카로운 것은 경쟁이고 투쟁이라고 말한다.

성격이 무디고 소탈한 것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편안함과 안정감을 준다. 권력과 명예를 탐하지 않고, 부귀영화를 바라지 않으며 욕심 없이 평범하게 주어진 삶에 만족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우호적인 신뢰를 주는 사람이 무딘 사람이다.

즉 무딘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욕심 없는 마음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우호적

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자기가 편하자고 공중도덕을 생각하지 않는 옷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것이 무딘 것이 아니다.

또 타인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이 인상을 찌 뿌릴 정도로 더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이 소탈한 것이 아니다.

무디고 소탈한 것은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고 도리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순리에 역행하지 않고 인위적인 꾸밈과 조작이 없는 물과 같이 자연적인 것을 의미한다.

노자는 도덕경 45장에서“크게 잘 만들어진 것은 약간 모자란 듯이 보이나 그 쓰임에 부족함이 없다”고 말한다.

똑똑해 보이고 영민하게 보이면서 고관대작처럼 화려하게 빛나는 사람이 고수가 아니다.

허름하고 누추한 옷을 입었지만 뒤에 어리는 서광이 드리워져 있는 고승과 같은 삶을 사는 사람이 고수이다. 노자가 도덕경에서 입버릇처럼 말하는 말이 없고 고요한 사람이 고수인데, 성격이 소탈하고 무딘 사람은 말씨도 어눌하고 행동이 민첩하지 않아서 다소 굼뜬 사람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참고로 무딘 것과 무른 것은 다르다.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를 앞세우거나 드러내지 않는 것은 무딘 것이다.

아는 것이 없는 사람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향후 어떤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는 것을 모르기에 심리적으로 불안정하다.

이에 반해 무딘 사람은 소통의 흐름에서 본질을 파악하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를 알기에 마음에 여유가 있고 안정된 상태에서 대화를 나누게 된다. 그러면서 전혀 주변 상황에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실제로는 모든 것을 꿰뚫고 있다. 그런 사람이 소통의 고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