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일했는데 신입직 채용?”…SMGT노조, 광양항 터미널 통합‘반대’
“20년 일했는데 신입직 채용?”…SMGT노조, 광양항 터미널 통합‘반대’
  • 이정교 기자
  • 승인 2020.11.13 17:50
  • 호수 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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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신입직 입사·임금삭감 등
GWCT 인수조건에 노조 반발
노조, 상경투쟁 이어 천막농성
SMGT“전적동의 제출”호소

광양항 컨테이너터미널 운영사인 SM상선광양터미널(SMGT)과 광양항서부컨테이너터미널(GWCT)의 통합 과정이 난항을 겪고 있다.

GWCT가 SM상선이 보유한 SMGT 지분 97.86%를 인수하는 양도·양수 과정이 진행 중인 가운데, SMGT노조가“터무니없는 조건의 고용승계”라며 반대에 나섰다.

노조가 반대 중인 GWCT의 고용승계 조건은 △SMGT 직원 신입직 고용 △고용승계 전원 현장직 배치 △기존 2조2교대에서 3조2교대 전환 △임금 삭감 등이다.

SMGT노조는“20년 이상 땀 흘려 일했는데 하루아침에 신입직 처우를 받게 됐다”며“매각 조건을 받아들인 모기업 SM상선을 이해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5일부터 29일까지는 서울 SM본사 앞에서 1인 시위, 지난 5일은 총회를 열어 파업도 결의했다. 이후 약 2주째 아침선전전과 함께 10일부터는 항만공사 앞에서 천막농성 중인 상황이다.

최형선 노조위원장은“파업을 결의했어도 회사에 손실이 없도록 각종 작업에 참여하지 않은 유휴인력만 나서고 있다”며“사측에 업무는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 밝혔지만 자사 기항을 전부 변경해서 일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SM상선은 오히려 전적동의를 하지 않으면 폐업할 수밖에 없다며 노조원들을 겁박하고 있다”며“항만공사 역시 노사 협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SMGT측은 지난 4일까지가 전적동의서 제출 기한이었으나 노조가 받아들이지 않자 6일에 이어 13일로 2차례 제출 기한을 두 차례 연장했다.

5일은 호소문을 통해“고용을 전제로 매각하는 입장이니 추가 협상이 어렵다”며“협력사에도 계약해지를 통지했고, 6일까지 전적동의서를 제출해 달라”는 입장을 노조에 전한 바 있다.

이보다 앞선 3일은 박기훈 SM상선 대표가 매각설명회를 위해 SMGT를 방문했다가 노조원들의 항의로 설명회 자체가 무산되기도 했다.

본지와 전화연결 된 SMGT 관계자는“현재 노사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회사의 입장을 전할 것은 없다”며 “원만한 협의가 이뤄지도록 노력 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전해왔다.

한편 항만업계에 따르면 통합을 추진 중인 양 기업의 재정 여건이 녹록치 않은 상태에서 항만공사의‘직원 100% 고용승계’조건을 이수하려면 임금 삭감 등이 불가피하다는 후문이다.

항만공사 관계자는“운영사 간 과다 요율경쟁으로 만성적자인 상황인 만큼 고용승계 조건도 최대한 맞춘 것으로 알고 있다”며“GWCT측 역시 고용승계에 따라 임금 삭감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광양항 활성화를 위해서는 현재 통합이 가장 적절한 방안”이라며“SMGT 노사가 원만한 협의가 되도록 공사 실무진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항만공사는 해당 조건으로 통합 시 약 279억원 규모의 밀린 임대료를 유예·분납할 수 있도록 하고, 통합 운영사의 하역장비 이전 및 부대 기반시설 재정비 비용 60억원 지원 등을 결정했다.

양 기업이 통합하게 되면 오랜 기간 이어져 왔던 요율 과다경쟁도 줄일 수 있고, 광양항 개장 이후 최초로 24시간 운영체제가 도입될 전망이지만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또한 항만공사는 통합 이후 광양항 자동차부두를 SMGT로 이전시키고, 개발이 중단된 3-2단계 터미널을 한국판 뉴딜사업 '항만자동화 테스트베드'로 추진할 방침이다.

피해를 입게 되는 노조원의 반발이 극심한 가운데 양 기업의 통합 과정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