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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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양뉴스
  • 승인 2020.12.04 15:15
  • 호수 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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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일
연관단지 대한시멘트 1공장

수적천석(水滴穿石) : 물방울이 돌을 뚫는다

 

작은 물방울이라고 하더라도 쌓이고 쌓이면 결국은 돌도 뚫는다는 고사로 인간의 작은 노력이라도 꾸준하게 밀고 나가면 자기가 하고자하는 목적을 이룬다는 교훈이다. 그러나 본래 이 말이 만들어질 때는 좋은 의미에서 나오지는 않았다. 세월이 흐르면서 현재는 좋은 말로 많이 쓰인다.

지금으로부터 약 일 천년 년 전 북송(北宋) 때 장영이란 현령이 구실아치에게 형벌을 내리면서 한 말이다.

그의 자(字)가‘괴애’이므로 장괴애(張乖崖)로 우리에게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사소한 일에 구애받지 않고 개방적이고 호방한 성격 때문에 가난한 사람이나, 지위가 높은 사람 할 것 없이 두루 사귀는 편견이 없는 인물이었다.

집이 빈한하여 19세에 비로소 학문에 눈을 뜨기 시작했는데, 책이 없어 빌린 책을 베껴서 공부를 매우 힘들게 하였다.

책상도 없었고, 저녁이면 불을 켤 수가 없었지만, 마당언저리에 큰 나무가 있어서 나무에 기대앉아 책을 읽었는데 한편을 다 읽지 못하면 방에 들어가지 않고 자기가 목적한 곳까지 읽어야 비로소 방에 들어갈 정도로 의지가 투철하고 강단이 있는 사람이었다.

이렇게 어렵게 공부해서 드디어 숭양 현령 이 되어 부임하였다. 그러나 그곳에 재정은 말이 아니었다.

어려운 재정을 어떻게든지 살려보려고 야심차게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부임한지 얼마 안 되어 창고에서 급하게 뛰어나오는 구실아치(관아에서 일하는 서리)가 있었다.

그의 행동거지는 뭔가 미심쩍어 보였다. 당장 잡아서 조사해보니 상투 속에서 엽전 한 닢이 나왔다.

강하게 추궁하자 창고에서 훔친 것이라고 실토를 했다. 곧바로 형리를 불러 곤장을 치라고 하자, 그 구실아치가 현감 장괴애를 노려보며 이렇게 말한다.

“이건 너무하지 않습니까? 그까짓 엽전 한 닢이 뭐 그리 큰 죄라고 이렇게 닦달하십니까?”이 말을 들은 장괴애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처음에는 곤장 몇 대로 경고를 주려고 했었으나, 지금까지 작은 도둑질을 자주 했던 것에 대한 죄책감은 온데간데없고 보통으로 생각한 것이다.

“네 이놈 닥쳐라, 너는 상습범이 아니냐! 지금까지 몇 번이나 훔쳤느냐? 하루에 한 푼이면 백일이면 백 푼이고 천일이면 천 푼이다. 너는 티끌모아 태산도 모르느냐? 먹줄에 쏠려 나무가 잘라지고, 작은 물방울도 쉬지 않고 떨어지면 돌에 구멍도 뚫는다고 했다.”

장괴애는 이렇게 말을 마치고, 층계아래에 있는 죄인 옆으로가 직접 칼로 목을 치고 말았다.

장괴애는 재정에도 관심이 없진 않았지만 진짜 목적은 상관을 무시하는 당시 구실아치들의 버릇을 가르치기 위해 본보기로 극형을 가 했던 시범 케이스였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엽전 한 닢으로 인한 과도한 판결로 보이지만 일벌백계(一罰百戒)로 다스려야만 상관을 상관답게 알고 재정 또한 좋아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 사건 후로는 좀도둑이 사라졌음은 물론이고 재정 또한 좋아졌다. 그런데 나중에는 이‘수적천석’이 정성을 다해 끊임없이 노력하면 자기가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이룰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말로 쓰였다.

명(明)나라 때 홍자성(洪自誠 본명: 홍응명 洪應明)이 《채근담(菜根譚)》에서 언급한다.

“새끼줄로 톱질해도 나무가 잘라지고, 물방울이 떨어져 돌을 뚫는다. 도(道)를 배우는 사람은 모름지기 힘써 구하라. 작은 물이 모여 개천을 이루고 참외는 익으면 꼭지가 떨어진다. 도(道)를 얻으려는 사람은 모든 것을 자연에 맡겨라.”

끊임없는 노력과 정성을 다하라는 말을 하면서 양념으로 자주 인용하는 말이다.

비슷한 이야기로 열자(列子)에 나오는 우공이산(愚公移山: 어리석은 노인이 결국 산을 옮긴다)이나, 당(唐)나라 시선(詩仙)이라 불리는 이백(李白)의 학문 지침인 마부작침(磨斧作針: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도 같은 맥락이다.

중도에 포기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맹자의 가르침에도 깊이 우물을 팠는데도 물이 나오지 않아 덮어버린다면 우물을 파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현대인들은 속성을 좋아한다. 그러나 작지만 한걸음 한걸음씩 이루고자하는 목표를 향해 쉬지 않고 걸어간다면 언젠가는 시간은 더디더라도 목적이 이루어진다는 교훈이 작은 물방울도 끊임없이 떨어지면 바위도 뚫는다는 이‘수적천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