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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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양뉴스
  • 승인 2020.12.24 17:33
  • 호수 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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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섭
전 광양여중 교장 / 교육칼럼니스트

2020년, 코로나19시대를 보내면서

 

올해 전 세계는 코로나19라는 거인의 작동 앞에서 예전과 전혀 다른 세상을 마주하고 있다. 지금까지 코로나 이후 우리는 어떻게 살았으며, 앞으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할까 질문을 던져본다.

19세기 이후 경제는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다. 기술혁신이 이뤄낸 속도의 혁명이 가파른 성장의 동력이었다. 이를 이은 20세기는 전등을 발견하여 끝없이 일하므로 시간을 정복, 공장은 쉼 없이 점점 더 많은 제품을 만들어냈다. 한편 비행기, KTX 등으로 공간을 정복함으로 제품이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시간은 놀라울 정도로 단축됐다.

이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서로 간의 접촉면을 점점 더 넓히는 방향으로 발전하였다.

마을은 지구촌이라는 이름으로 연결되어 주민들은 국가와 지구 전체를 돌아다니며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세계화 바람은 그런 이동이 전 세계로 확장되어 누구나 만나고 대화하고 어울릴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이와 함께 선진국들은 한마디로 풍요의 절정을 누린 것이다. 하지만 양극화 심화, 기후위기 같은 지구적 재난을 가져왔다.

​그런데 코로나의 주문은 여기에 익숙한 우리들에게‘멈추라’명령한다.

갑자기 내린 소나기를 피하듯이 이제 생존을 위해‘조금 천천히 가자’는 대안이 필요한 시대다. 그런데 이 가치가‘빨리빨리’를 버리지 못하니 곳곳에서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사람들의 만남이 속도를 내면 낼수록 바이러스 확산세도 가파르다. 잠시 멈추면 확산도 멈춘다. 이처럼 코로나 거인은 문명의 발전 방향을 단번에 뒤엎어 놓고 있다.

한편 바이러스는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죽음’을 모두에게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우리는 부를 영원히 확장할 수도 없고 영원히 소유할 수도 없다. 모든 것들은 잠시 우리에게 맡겨진 선물일 뿐이다. 이제 끊임없는 확장에 집착하거나 소유에 집착할 일도 아니지만 더욱 돈 앞에 맥을 못 추는 상태다.

이제 우리는 지금까지 경제성장만을 추구하자는 한 가지 목표를 내려 놓고, 환경이나 사회적 신뢰처럼 다양한 가치를 향해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뚜벅뚜벅 걸어 나가자는 이야기다.

또‘조금 내려 놓자’는 이야기는 결코 삶을 멈추고 제자리에 머무르자는 것도 아니며, 오히려 지금 가던 길을 다른 방향으로 좀 더 과감하게 내딛자는 이야기에 가깝다. ​이제는 더 중요한 인간적 가치, 공생이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해 보고, 인간적인 유대를 강화하면서 이를 각자 구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이야기이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이번 멈춤은 다시 쉬었다 가자는 멈춤이어서는 곤란하다. 다른 단계로 나아가는 초회복의 길이어야 한다. 물론 어려운 일이다. 새로운 도전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변화는 늘 비현실적으로 보이고 고통을 수반한다. 그러나 쉬운 길, 넓은 길만 가면서 더 나은 삶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 세계가 불안을 느끼는 거인 앞에 준비 없이 회생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더 큰 희생과 비용이 들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