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칼럼] 성인(聖人)을 닮자
[소통칼럼] 성인(聖人)을 닮자
  • 광양뉴스
  • 승인 2021.02.05 17:13
  • 호수 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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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원 작가
소통 변화관리 전문가 / 노자의 소통법 저자

소통하면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단어가 역지사지(易地思之)이다. 이 말의 의미인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한다는 것에는 그 만큼 상대방에게 양보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의미와 자기 생각만 고집하지 않고 상대방의 생각도 포용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역지사지의 소통은 고난도의 높은 수준의 소통 스킬이다. 왜냐하면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린다는 것은 단순히 완장을 바꿔 차거나 역할을 바꾸는 차원이 아니라, 상대방이 처한 현실과 환경을 모두 헤아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은 역지사지를 하기 위해서는 자기 마음 안에 있는 모든 욕심과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하는 것에 있다.

대부분의 갈등은 남과 자기를 구분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갈등이 있으면 서로가 자기 입장만을 고집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남과 자기를 구분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모두의 것이고 서로의 입장을 따지 않으면 모두가 하나의 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 소통을 하면서 역지사지의 마음을 갖는다는 것은 서로가 뜻을 하나로 모으려고 시도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 서로가 서로의 마음 안에 상대방의 마음을 담으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남의 입장이 되어 보고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생각해 본다는 것은 멈추어 자기의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를 갖는 것이다. 또 자기가 마음먹은 것을 즉시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 행동을 하기 전에 상대방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상대방이 어떤 입장인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사실 자기 생각만 고집하고 남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대포로 행동하는 사람은 상대의 말을 들어 볼 생각은 하지 않고 즉시 행동하기에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상대방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말과 행동을 하기 전에 멈추어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 봐야 한다. 그러면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자기와 어떤 면에서 달리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

소통은 서로 생각의 차이를 줄이는 여정이다. 역지사지가 그 생각의 격차를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굳이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해서 그가 원하는 것을 해주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과 자기의 생각의 차이가 생기는 이유를 아는 것에 있다. 그런 연후에 그 차이를 줄이기 위해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소통을 하면 된다. 그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 않는가?

노자는 도덕경 49장에서 성인에게는 고정된 마음이 없으며 백성의 마음을 자기 마음으로 삼는다고 말한다.

노자가 말하는 성인은 물처럼 낮은 곳에 거(居)하고 남을 이롭게 하며, 마음이 순박해서 자기의 마음에 백성의 마음을 쉽게 담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성인은 선악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을 준다. 어쩌면 노자가 말하는 성인은 역지사지보다 한 차원 더 높은 소통의 기술을 구사한다고 볼 수 있다.

또 달리 생각하면 역지사지의 자세로 소통을 하는 것은 성인을 닮아가는 소통의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