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고‘한 학기 한 책 읽기·서평쓰기’
광양고‘한 학기 한 책 읽기·서평쓰기’
  • 광양뉴스
  • 승인 2021.02.19 17:20
  • 호수 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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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찬
(광양고 2학년)

도시를 보는 시각들

 

유현준의‘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2015, 을유문화사)’를 읽고

작가는 교수이자‘유현준 건축사 사무소’의 대표 건축가이다. 하버드, MIT, 연세대학교에서 건축공부를 했으며 미국의 세계적인 건축가인 리처드 마이어의 사무실에서 근무했다. 2017 시카고 아테나움 건축상, 2013 올해의 건축 best 7 등 국내외 다수의 상을 수상한 그가 쓴 이 책은 2015년에 출간된 이후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책은 도시를 이루고 있는 공간과 그 공간을 채우고 있는 건축물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보여준다. 공간과 건축물은 인간에 의해 채워지고 지어진다. 작가는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는 도시라는 공간을 15가지의 단원으로 설명하는데 어떤 사람은 평소에 도시에서 생활하면서 생긴 궁금증이 해결될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이 책을 읽고 난 후 그 전과 같은 곳이지만 색다르게 보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비로소 건축은 사람의 삶을 담아내고, 사람 냄새가 배어나는‘환경’이 되는 법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는 철거해야 마땅한 환멸의 대상이 아니라 약간은 인내심을 가지고 바라보아야 할 보존의 대상일지도 모른다.’- 237쪽

평소 여러 나라의 도시의 사진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하늘을 찌르는 높은 빌딩들을 좋아해 도시의 건축물을 중심으로 보는데 우리나라의 도시 사진을 보면 아파트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낡은 아파트들은 특색 있는 건축물로 빨리 재건축되기를 바라기도 했는데 그러한 사고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19세기에 파리 시민도 이와 같지 않았을까. 에펠탑이 완공되고 나서 처음 반응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파리를 대표하는 건축물이 되었다. 또 지금 우리의 아파트처럼 그 당시 유행했던 집합 주거로 채워진 도시였다. 어쩌면 우리의 아파트도 작가의 말처럼 세월이 지난 후에는 우리가 파리를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과 같이 고풍스러워 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아파트를 보는 시선이 조금은 긍정적으로 변화하였다.

그럼 거대한 아파트 단지들이 도시에 자연스럽게 녹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름답게 느끼는 시기는 언제 올까. 아직 우리는 전쟁으로 인해 유럽처럼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사람의 삶을 담아내고 사람 냄새가 배어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유럽에 비해 건축적으로 아름답지 않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우리 그러한 때가 오기도 전에 건물을 부수고 재건축을 하니 그 시기가 점점 늦어진다. 작가의 말처럼 인내심을 가지고 바라보면 아파트가 도시에 자연스럽게 녹아 아름다워질 때가 오지 않을까.

도시에 살면서 반복적인 삶의 지친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 반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이 책을 읽고 매일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던 길이라도 책에서 읽은 내용이 생각나 평소와는 다른 즐거운 경험을 했으면 한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도시의 반복적인 삶이 특별해지지 않을까.